리플리스 게임 Ripley's Game (2002)

감독
릴리아나 카바니 Liliana Cavani

주연
존 말코비치....톰 리플리
John Malkovich....Tom Ripley
듀그레이 스코트....조나단 트레바니
Dougray Scott....Jonathan Trevanny
레이 윈스턴....리브즈
Ray Winstone....Reeves
레니 헤디....사라 트레바니
Lena Headey....Sarah Trevanny
샘 블리츠....매튜 트레바니
Sam Blitz....Matthew Trevanny
치아라 카셀리....루이자 아라리
Chiara Caselli....Luisa Harari
윌프레드 잰더....벨린스키
Wilfried Zander....Belinsky








리플리의 직업은 미술품 중개상 같은 고가품을 취급하는 일을 하는데 뒤가 많이 구린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는 보통의 악한하고는 좀 다릅니다. 아주 많이 사악해서 도대체 그가 하는 일이 나쁜짓이 아니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살인하고 죄책감으로 불안, 불면증에 시달리는 보통 사람하고는 사고의 프레임이 완전히 다른 종자입니다.

동업자를 속여 한 몫 잡은 리플리는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마을에서 아주 멋진 저택과 하프시코드를 연주하는 예쁜 아내와 우아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는 동네 액자제작자 조나단 트레바니의 생일 파티에 초대되어 갔다가 조나단에게 모욕적인 말을 듣습니다. 리플리를 벼락부자가 된 미국인이라고 업신여긴 이탈리아인이 아주 인생이 꼬여 버립니다. 물론 백혈병이 재발되어 죽어가는 그에게 막판에 돈이라도 챙겼으니 다행이라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지요. 조나단은 리플리의 게임에 엮여 목숨을 건 모험을 하게 됩니다. 물론 리플리도 위험에 처하기는 하지만 그는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즐길 수 있는 고수라는 게 문제입니다. 아마추어인 조나단만 뼈골빠지는 거지요.

우여곡절끝에 살인을 마치고 얼떨떨한 조나단은 토하고 난리가 납니다. 그가 리플리에게 묻습니다.

조나단 : 당신은 도대체 누구죠?
리플리 : 신의 걸작품이지. 즉흥연출의 대가랄까?  가책을 못느껴서 어릴적엔 고민도 했었지만 이젠 담담해
           그런 족속들은 살 가치도 없어. 거리에 차한대 없어진 셈이지. 덜 시끄럽고 덜 위험해.


그래도 이 영화가 선악의 이분법으로 빠져버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리플리를 연기한 존 말코비치 때문입니다. 말코비치는 걸작인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도 멋진 연기를 보여줬지만 말코비치의 연기는 마치 살아있는 악마를 보는 듯합니다. 잘 생기지도 못하고 대머리에(대머리 이신분들에게는 죄송^^) 그저 그런 이 인물의 연기는 정말 놀랍습니다. 영화보는 내내 현실세계에서는 조나단 갈이 꾸역꾸역 살아가는 나도 리플리처럼 모든 상황을 통제하며 세상을 살아가보고 싶다는 환타지를 만족시켜주니까요.

제게 아주 못되게굴었던 사람들을 생각해 봅니다.  물론 소심하고 별다른 능력이 없는 저로서는 그저 신경안정제나 삼키고 술이나 취하면서 기억이 희미해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지만(나중에는 제가 착해서 용서했다고 착각하고 지내지만요) 리플리처럼 능력이 있었다면 그들은 죽은 목숨이지요. 그래서 가끔 떠오르는 그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내봅니다.

"내가 리플리가 아닌게 얼마나 다행인줄 알라고! 다음엔 가만 안놔줄거야!"(또 그러면 리플리형한테 다 이른다!)^^


리플리, 조나단




하프시코드를 연주하는 리플리의 아내, 선물을 줘도 이정도는 줍디다.^^


게임을 끝내고 안도하는 리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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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포티 Capote (2005)

감독
베넷 밀러 Bennett Miller

주연
필립 시모어 호프먼....트루먼 카포티
Philip Seymour Hoffman....Truman Capote
캐서린 키너....넬 하퍼 리
Catherine Keener....Nelle Harper Lee
크리프턴 콜린즈 주니어....페리 에드워드 스미스
Clifton Collins Jr.....Perry Edward Smith
크리스 쿠퍼....앨빈 듀이
Chris Cooper....Alvin Dewey
브루스 그린우드....잭 던피
Bruce Greenwood....Jack Dunphy
밥 발라반....윌리엄 숀
Bob Balaban....William Shawn
데이빗 윌슨 반즈....그레이슨
David Wilson Barnes....Grayson
에이미 라이언....마리 듀이
Amy Ryan....Marie Dewey
마크 펠리그리노....리처드 유진 히콕
Mark Pellegrino....Richard Eugene Hickock
앨리 미켈슨....로라 키니
Allie Mickelson....Laura Kinney


1959년 캔자스의 작은 마을 홀컴에서  일가족 네명이 무참히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유력한 용의자로 페리 스미스와 리처드 히콕이라는 젊은이가 체포됩니다. 뉴욕의 사교계에서 화려한 언변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카포티는 뉴욕 타임즈 일면에서 기사를 읽고 이 사건을 배경으로 글을 쓰기로 결심을 합니다. 캔자스로 취재 여행을 떠나는데 조수로 따라가는 사람이 '넬 하퍼 리'로 앵무새 죽이기의 작가입니다. 이 대목에서 카포티가 게이라는 걸 눈치챘지요. 넬이 여자니까요.


넬 하퍼 리, 트루먼 카포티

의도는 어떻게 되었던 카포티는 범인들을 만나 취재를 시작하며 페리에게 빠져들게 됩니다. 잔혹한 살인범이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불행한 젊은이였던 거죠. 아무 배경이 없는 이들에게 변호사까지 대준 카포티 덕에 항소를 하며 몇년간 수명을 연장하였으나 결국 이들은 교수대로 보내지게 됩니다. 실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도 번역 출간된 '인 콜드 블러드'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을거고, 영화에서는 사건의 묘사보다는 카포티가 어떤 자세로 사건을 대하고 취재를 하며 어떻게 글을 써가는 지 자세히 묘사합니다.

감독의 뛰어난 점은 영화 전체의 흐름을 제어하는  능력입니다. 처음 크레딧에 작은 고딕체로 제목을 올리면서 아주 절제된 음악이 흐르고 다음과 같은 캔자스의 풍경을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영화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를 미리 보여주는 것이죠.




여기에다 필립 시모어 호프먼의 뛰어난 연기가 더해져 영화에 완전히 빠져들게 됩니다. 실제 카포티의 모습이나 목소리를 들어보지 못했지만 그가 연기하는 목소리는 상당히 특이합니다. 목소리만 들어도 카포티의 섬세하고 이지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허영심 많고 이기적인 그의 성격을 느낄수 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카포티라는 작가가 있는지도 몰랐고 그가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작가이고 그가 쓴 'In Cold Blood'가 최초의 팩션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저 좋은 영화라는 이야기만 듣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보는 내내 잠시도 눈을 뗄수 없었습니다. 항상 작가들에 대해 경외감을 가지고 있는 저로서는 그들의 은밀한 세계를 들여다보는 즐거움때문이었을 겁니다.


뉴욕의 사교계 파티 장면입니다. 카포티가 특유의 언변으로 좌중을 휘어잡고 유머를 구사하는 장면인데 맨날 술먹고 취해서 다음 날 뭔 이야기를 했는 기억을 잘 못하는 저로서는 저렇게 한번 친구들과 수다를 떨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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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 노블‘ 혹은 ’세계 최초의 팩션‘이라고 불리는 『인 콜드 블러드』는 저널리즘의 방법론과 소설의 작법을 동시에 적용한 작품으로 소설이자 저널이며 또한 르포르타주의 영역에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미국대학의 저널리즘 강좌에서 주요 교재로 사용되기도 하는 『인 콜드 블러드』는 사실에 머무르기 보다는 주관적인 관찰과 상세한 묘사를 주로 하는 새로운 보도 형태 즉, 신 저널리즘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되었다.

트루먼 카포티는 하나의 잔인한 범죄가 촉발하는 사회의 모든 파장을 하나하나 섬세히 재구성한다. 전 미국을 떠들썩케 한 선정적인 범죄는 선한 공동체를 조금씩 일그러뜨리고, 구성원은 조금씩 위선을 드러낸다. 사형을 기다리며 단식중인 범죄자에게 음식물을 떠먹여가면서까지 인터뷰한 카포티의 집요함은 평범한 시선으로는 닿을 수 없는 인간의 내면으로 독자를 인도한다. 이렇듯, 『인 콜드 블러드』는 소설과 비소설의 경계에 위치한 독특한 구성 외에도 세월을 초월하는 범죄 소설로서의 미덕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인 콜드 블러드』는 랜덤하우스가 선정한 ‘20세기 비소설 100선’ 중 96위에 선정된 바 있다. 칼 포퍼, 아놀드 토인비, 제임스 프레이저, 제임스 왓슨, 윈스턴 처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T.S 엘리어트 등이 장식하고 있는 이 리스트에 실제 범죄를 세심하게 재구성한 이 작품이 차지하는 자리는 무척이나 이채롭다. 출간된 지 40여 년이 지났지만 『인 콜드 블러드』의 광채는 여전히 휘황하다. 뭔가 큰 건을 터뜨리려 했던 트루먼 카포티의 야심과 천재성은 진지한 문학적 실험을 넘어서 인간 그리고 나아가 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은 작품으로 거듭나게 됐다. (인 콜드 블러드, 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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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맨스 랜드 No Man's Land (2001)

감독
다니스 타노비치 Danis Tanovic

주연
브랑코 쥬릭....치키
Branko Djuric....Ciki
레네 비토라약....니노
Rene Bitorajac....Nino
필립 소바고바치....체라
Filip Sovagovic....Cera
조르주 시아티디....마르샹
Georges Siatidis....Marchand
세르쥬-앙리 발크....뒤브와
Serge-Henri Valcke....Dubois
사이먼 캘로우....소프트
Simon Callow....Soft
카트린 카틀리지....제인 리빙스턴
Katrin Cartlidge....Jane Livingstone










이 영화는 당혹스럽습니다. 분명히 DVD 표지에 "세계가 푹 빠진 웃음과 감동의 공동경비구역 - 아카데미, 깐드, 골든 글로브 - 영화계의 근랜드 슬램을 달성한 기적의 코미디"이라는 문구를 보고 전쟁터를 배경으로 한 코미디라고 생각했던 게 잘못이었습니다. 물론 인간이 벌이는 짓중에 전쟁만큼 황당한 코미디가 어디있겠습니까만.

보스니아-세르비아 전쟁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 데 제목인 'No Man's Land'는 대치중인 진영 사이에 놓여있는 누구의 땅도 아닌 곳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곳에 세르비아 군인과 보스니아 군인 둘이 고립됩니다. 심각한 문제는 폭발 충격으로 기절한 보스니아 군인 체라 밑에 부비트랩으로 지뢰를 설치해 놓는 바람에 일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세르비아군인이 보스니아군인의 몸 밑에 지뢰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양쪽 진영에서 해결할 수 없자 유엔에 연락을 하게 되고 유엔군과 냄새를 맡은 매스컴에서 현장에 출동하게 됩니다. 무사안일주의의 유엔군중에도 도움을 주기위해 언론을 움직이려하는 유엔군 중위 마르샹 같은 사람도 있지만 참호 안에 갖혀있는 사람들도 서로에게 적개심을 버리지 못하고 끝까지 서로에게 보복하려 합니다. 양측 병사들중에 그나마 제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지뢰를 깔고 있는 체라인데 그는 꼼짝도 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부상을 입고 정신을 차려보니 지뢰가 깔고 있고 이 와중이 똥이 마렵습니다. 정말 ㅈ같은 상황이지요.


세르비아군인 니노, 보스니아군인 치키
이 둘은 거의 친구가 될 수도 있었고 어쩌면 친구였을지도 모릅니다. 니노의 고향에 치키의 애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내전의 비극이 바로 이런데 있지요. 인간의 편을 가르고 전쟁을 일으키는 민족, 종교 이런 단어들의 용도는 한때 꼭 필요한 시절이 있었는 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용도 폐기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치노의 상황. 지뢰제거병이 출동했습니다.
지뢰제거병은 일생에 한번 실수한다는 농담을 주고 받지만 정말 황당한 직종인건 사실입니다. 누가 이런 일을 선택하는지 궁금하지요. 잉글리쉬페이션트의 인도출신 병사가 떠오르네요.


영화를 보고 나서 보스니아-세르비아 전쟁에 대해서 검색해 봤습니다. 끔찍한 일이지만 남의 일이니 얼마나 쉽게 잊혀지는 게 인간세상의 일이니 거의 기억나는 게 없더군요. 지만 바로 이런 기억력 때문에 아무리 역사를 공부해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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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는 그리스정교,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는 가톨릭, 보스니아는 회교도와 그리스정교다. 종족도 다르고 따라서 문화와 정서도 다르다. 사는 수준도 다르다. 이런 이질적인 요소를 지닌 나라들이 2차대전 이후 40년 넘게 유고연방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묶일 수 있었던 것은 티토의 강한 정치적 구심력 때문이었다. 80년대 초 그의 죽음 이후 그만한 정치력을 보인 정치지도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유고연방은 내부 갈등을 보였고, 80년대말 동베를린 장벽 붕괴와 소비에트연방 해체는 연방 해체의 결정적인 촉매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티토가 90년대 초까지 살아서 응집력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그런 가설적인 물음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의 정치력과 티토의 그것이 너무나 대조적인 면모를 보이기 때문에 나온다. 밀로셰비치는 세르비아민족주의를 자극해 자신의 집권에 이용했다. 코소보의 자치권을 박탈하고 급기야는 인종청소를 하려 들었다. 유고연방에서 슬로베니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90년대 전반기에 하나둘씩 떨어져 나간 것은 바로 “밀로셰비치의 세르비아민족주의에 경계심을 느낀 때문”이라는 게 발칸 지식인들의 일반적인 풀이다.
(출전 : 한계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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