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벅 Junebug (2005)

감독
필 모리슨 Phil Morrison

주연
엠베스 데이비츠....매들린
Embeth Davidtz....Madeleine
에이미 애덤스....애슐리 존스틴
Amy Adams....Ashley Johnsten
알레산드로 니볼라....조지 존스틴
Alessandro Nivola....George Johnsten
스코트 윌슨....유진 존스틴
Scott Wilson....Eugene Johnsten
실리아 웨스턴....페그 존스틴
Celia Weston....Peg Johnsten
벤자민 맥켄지....조니 존스틴
Benjamin McKenzie....Johnny Johnsten
프랭크 호이트 테일러....데이빗 와크
Frank Hoyt Taylor....David Wark








시카고에서 아웃사이더 아트(정신질환자들의 순수한 그림 또는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화가들의 그림) 딜러로 일하는 매들린은 노스 캐롤라이나 촌구석 출신인 조지를 만나 결혼 합니다. 매들린은 남편식구들을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는데 마침 남편의 고향 근처에 있는 화가를 만나러 갈 일이 생깁니다. 화가를 만나 계약을 진행시키면서 시댁에 머무르게 되는데 처음 만난 시댁식구들이 장난이 아닙니다.

임신한 올케 애슐리 - 우리식으로 보면 완전히 푼수에 주책바가지인데 너무나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정말 대단한 연기력입니다. 저는 진짜 임신한 배우인줄 알았다니까요.

시동생 조니 - 삐뚤어진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벽창호. 도무지 생각이라는 능력이 있는 지 의심스럽습니다.

골초 시어머니 페그 - 시종일관 툴툴대며 세련된 도회지 며느리가 맘에 들지 않습니다. 남편은 완전 무시.

말없는 시아버지 유진 - 섬세하고 배려심 깊지만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시골 노인.

여기까지 보면 도회지 며느리를 맞이한 시골 가족이 벌이는 좌충우돌 코메디를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너무 뻔하지요. 하지만 필 모리슨 감독은 그런 뻔한 이야기를 그리는 게 아니라 이들의 충돌과 소통의 부재를 담담히 그려냅니다. 그 담담함의 정도가 마치 현미경으로 사람 사이의 신호를 잡아내는 것 같은 생각이듭니다. 어떤 평자는 '사람들 사이의 공기'를 찍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또한 가족은 결국 소통할 수 있고 거기서 사랑을 느낄 수 있다고 헛된 위로를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끝까지 소통하지 못하는 모습을 그리면서 아주 작은 실마리만 보여줍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언젠가는 클라이막스가 있거나 무슨 전환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보게 되는데(본능적으로...^^) 그저 담담한 화면만 나올 뿐이지요. 하지만 곱씹어 보면 가장 친밀한 관계인 가족에 대해 냉정하지만 밑바탕에는 따뜻한 시선을 깔고 그려내고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중간에 나오는 아무 의미없는 장면같은 것도 모두 의미가 있습니다.)

제일 가깝지만(혹은 그렇다고 착각하지만) 바로 그래서 가장 큰 고민거리인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는군요. 가족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험하고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안식처? 유전자의 대물림을 위한 계약 관계? 자본의 확대, 재생산 및 계승을 위한 장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폭력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외롭게 힘들어도 결국엔 인간이 혼자서 묵묵히 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p.s : 끝까지 영화 제목이 왜 JuneBug인지 이해를 못했는데 제작노트를 보니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더군요.

준벅(JuneBug)  : "6월의 벌레", "풍뎅이" 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준벅"은 한 차례 왔다가 떠나가는 메들린 부부의 존재를 뜻한다. 칵테일 이름으로도 유명한 "준벅"은 여름 초록의 상쾌한 색감과 달콤한 향기가 매력적인 칵테일로 젊은 여성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외국에서는 사랑스러운 연인, Cool Girl의 의미로도 통하며 젊은 여성만큼이나 상쾌한 칵테일로 이름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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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의 모든 것 Todo sobre mi madre (1999)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주연
세실라 로스 Cecilia Roth ..... 마누엘라
마리사 파레데스 Marisa Paredes .... 우마
캔델라 페나 Candela Pena .... 니나
페넬로페 크루즈 Penelope Cruz .... 로사
로사 마리아 사르다 Rosa Maria Sarda .... 로사 엄마역
안토니아 산주안 Antonia San Juan .... 아그라도 ... Agrado


장기이식센터의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마뉴엘라는 17살의 아들 에스테반과 살고있습니다. 작가를 꿈꾸는 에스테반은 아빠에 대해서 엄마한테 들어본적이 없지만 속이 깊어 언젠가 엄마가 말해주기를 기다립니다. 마뉴엘라는 아들에게 젊은 시절 아마추어 극단에서 연극을 했었고 극단에서 에스테반의 아빠를 만났다고 말해줍니다. 마뉴엘라와 에스테반은 열일곱살 생일 기념으로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보고나서 주연배우인 '우마'에게 사인을 받으러 가다가 교통사고로 죽고맙니다.

괴로운 마뉴엘라는 에스테반의 아빠 롤라에게 아들의 죽음을 알려주고자 고향으로 돌아가 옛 친구인 아그라도를 만납니다. 아그라도를 통해 로사(페넬로페 크루즈)를 알게되고 아들이 죽기전 사인을 받고 싶어했던 배우 '우마'를 만납니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문제가 있습니다. 마뉴엘라는 미혼모고 남편은 트랜스젠더, 친구 아그라도는 트렌스젠더에 창녀입니다. 부자집딸 로사도 미혼모가가 되고 잘나가는 배우 우마도 레스비언에 애인은 마약중독자입니다. 제대로 된 남자라고는 전혀 등장하지 않고(잠깐 나오는 산부인과 의사가 유일한 '정상' 남자네요) 모두 버림받고 잡초같은 여자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은 놀랍게도 너무나 낙천적으로 살아갑니다. 서로를 위로하고 사랑하면서.... 그중에 제일은 제일 하찮은 이는 아그라도이겠지요.

연극배우 우마와 니나가 사고로 그날 공연이 취소되자 이들의 비서로 일하던 아그라도는 무대에 올라가서 관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jopHxaXNcfg

(커튼이 내려진 무대 위에 오르는 아그라도.)
아그라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매일 이 무대에서 승승장구하던 두 여배우가 오늘은 못 나옵니다, 불쌍해라.
그래서 오늘 공연을 취소합니다. 원하신다면 입장료는 환불해 드립니다
들뜬 맘으로 극장에 왔는데 그냥 가야 한다니 유감이군요.
만약 그대로 계시겠다면 제 인생 얘기를 할까 합니다. (가디건의 단추를 하나 풀어 가슴을 약간 보여주는 아그라도. 몇몇 관객이 일어나 나간다.)
죄송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만약 지루하시면 코를 골아도 됩니다 이렇게, (코고는 소리)
즉시 알아차리겠습니다. 결코 자존심 상해하지 않을게요, 진짜로!
저는 아그라도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내 인생은 남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전 쭉쭉빵빵이기도 해요. 제 몸을 보세요! 견적이 많이 나왔죠.
눈은 8만 페세타, 코는 20만 페세타. 하지만 쓸모없게 되었어요. 왜냐하면 1년 후 다시 했거든요.
인위적인 걸 알지만 그걸 문득 깨달으면 저도 안 만지게 돼요.
계속해서 가슴 두 개, 절대 괴물은 아니니까요.
하나당 7만 페세타. 가슴 수술은 정말 잘 됐죠. 실리콘은
어느 관객: (웃으며)어디요?
아그라도: 입술, 이마, 광대뼈, 골반, 엉덩이. 리터당 10만 페세타는 되니까 계산은 각자 해보세요.
턱 깎는데 7만5천 페세타. 레이저로 털도 뽑고. 왜냐하면 여자는 남자만큼 털이 많을 수 없으니까, 한 번에 6만 페세타. 물론 털의 양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두세 번은 해야 해요
하지만 무대에 서는 사람이라면 더 해야겠죠.
제가 하려는 말은 쭉쭉빵빵이 되기가 어렵다는 거죠. 그렇다고 꿈꾸는데 인색할 필요는 없어요. 꿈은 꿀수록 더욱 그 꿈에 가까이 가는 거니까요.

지난번에 소개했던 '귀향'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1999년작으로 유수한 영화상을 휩쓸었던 유명작품입니다. 6년전부터 저희집 DVD장에 꽂혀있었는데 이상하게 간택되지 못하다가 드디어 감상을 했네요.  정말 아름답고 사랑스런 영화입니다. 어떠한 상황에 처해서도 결코 슬퍼하지 말며 끝까지 꿈꾸고 서로 사랑하라고 다독여줍니다. 줄거리를 더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되겠기에 여기까지만.^^

에스테반 & 마뉴엘라


사랑스런 로사


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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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 합시다

태어나면 꼭 한번은 죽어야하는 인생이니까 어떤걸로 죽을까 생각해 보신적이 있으신가요? 얼마전에 미국의 로드 싸이클 황제 암스트롱의 책을 읽어보니('이것은 자전거 이야기가 아닙니다') 암스트롱이 고환암을 진단받았을 때의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25살 꽃다운 나이, 잘나가던 싸이클 선수가 고환암이 걸렸고 게다가 폐하고 뇌까지 전이된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의붓아버지한테 구타를 당하며 청소년기를 보낸 그에게 자전거는 삶 그 자체였습니다. 그는 책에서 그가 꿈꾼 죽음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나는 백 살쯤 되어 죽고 싶었다. 등에는 성조기를 달고 헬멧에는 텍사스의 별을 달고서, 사이클 위에서 소리를 지르며 시속 120킬로미터의 속도로 알프스 산맥의 내리막을 달려 내려온 후에 말이다. 그리고 멋진 아내와 열 명쯤 되는 내 아이들의 환호를 받으며 결승점을 통과하고는, 프랑스의 그 유명한 해바라기 밭에 누워 우아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암스트롱은 고환암 말기에서 기적으로 생환하고 '뚜르 드 프랑스'을 7연속 우승하는 위업을 달성했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들 대다수는 암으로 죽게 됩니다.(5명중에 3명은 암, 1명은 심장-뇌혈관계,1명은 교통사고 정도일겁니다.) 더군다나 말기암 진단받고 완치되는 경우는 아주 특수한 경우죠.(혈액암이나 임파종, 고환암등 몇몇만 가능) 그러니까 예방 및 조기 진단이 중요한거죠. 적절한 운동, 체중 감량, 금연, 금주, 스트레스 줄이고 ..... 등등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면 그다음에 가능한 것은 정기적인 검사로 조기 진단 받는 게 차선책입니다.

누구나 암에 대해 공포감을 가지고 있겠지만 유난히 암이 많은 가족력을 가지고 있는 저는 더더욱 그러합니다.(할아버지-직장암, 할머니-위암,큰아버지-위암, 큰모고-위암, 아버지-췌장암) 하지만 그동안 내시경을 단 한번도 안하고 버텼습니다. 젊을 때는 안아파서 안했고 마흔살이 넘어서는 무서워 버디타가 스스로에게 선물로 내시경을 주기로 결심하여 얼마전에 드디어 내시경을 했습니다.

요새는 새로운 약물이 나와 '의식하 진정 내시경'(흔히 수면내시경)이 발달되어 고통스럽지 않게 할 수 있지만 안하고 버티는 이유는 검사 과정도 과정이지만 그 전후에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에 더욱 멀리하게 되더군요. 하지만 저는 삶의 체험 현장 답게 '쌩으로' 내시경을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하루에 대장내시경과 위내시경을 한꺼번에 할 때는 대개 먼저 대장내시경을 합니다. 위내시경은 아침 금식만 하면 할 수 있지만 대장내시경은 곱창을 청소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장을 청소하는 약물을 마셔야 합니다. 보통 2리터에서 4리터를 마시는데 이게 꽤 괴롭더군요. 맛도 이상한데다가 맥주도 아닌 것을 이렇게 마셔본 적이 없으니.... 꾸역꾸역 3리터쯤 마시니 설사가 제법 맑게 나와서 대장내시경을 시작했습니다.

위내시경은 기술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고 생긴모양도 비슷해서 그리 어렵지 않지만 대장내시경은 대장의 길이도 길고 해부학적으로 꼬불꼬불한 정도가 개인차가 많이 나기때문에 힘든 경우에는 아주 고생을 합니다.(하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이나)  저도 약간 힘든 경우였는지(아니면 내시경해준 원장이 억하심정이 있었던지 모르겠지만) 너무 힘들어서 거의 죽는줄 알았습니다. 장이 꼬였다가 풀어지는 대목에서 아랫배를 후비는데 마치 에어리언이 뱃속에서 요동치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중간에 포기하고 다른 병원으로 가겠다고 말할 뻔 했겠습니까?ㅠ.ㅠ

대장내시경을 마치고 위내시경을 하는데 이건.....  목을 넘어갈때는 엉겁결에 넘겼는데 저는 목의 '구개반사'가 예민한지 계속 구역질이 나오는데 구역질이 가볍게 '웩웩'거리는 게 아니라 저 깊은 곳에서 완전히 속이 뒤집어져 나오는 데 '우웨웨웨엑~~~~' 하고 나오더군요. 이거 몇번 더 하다가는 위-식도 부위가 찢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구역질을 하면서도 걱정이 되더군요. 하지만 도저히 의지력으로는 참을 수 없는 게 '반사작용'이니 어쩌겠어요?

다행이 검사가 정상으로 나와 안도의 한숨을 쉬고나서 고생하는 환자들의 심정을 잘 알겠더군요. 그리고 얼마나 마음이 개운한지 모르겠어요. 이후로 수면내시경을 할까 그냥 할까 고민하는 환자가 있으면 자신있게 말해줍니다.

"왠만하면 수면으로 하세요. 저 그냥 했다가 죽는줄 알았다구요" (그래야 의사도 살고 환자도 삽니다.)^^

제가 미뤄놨던 내시경 경험담을 급하게 써서 올리는 이유는 바로 오늘 오전 검사한 환자때문입니다. 55년생이니 한참인 나이인데 일생을 처음으로 내시경을 했는데 아주 거대한 위암이 발견되었습니다. 검사하는 내내 화도 나고 우울하더군요. 보험공단 검사만이라도 정기적으로 했어도 이런 일은 없을 테니까요. 이 사람은 아주 운이 좋으면 암을 모두 제거하고 (물론 위를 모두 절제해야겠지요) 재발없이 살수도 있겠지만.....  제가 오죽 마음이 아팠으면 내시경 끝나고 신경안정제를 좀 더 줘서 잠을 더 오래 푹 자게 해줬습니까?  오늘 이후로는 편하게 잠들날이 없을 테니까요.

오른쪽 반 전체가 모두 암입니다. 너무 커서 한장에 다 찍히지도 않아요. 거의 위 전체를 차지하니까요.

그리고 아래의 3명의 내시경 소견은 아주 일찍 발견된 조기위암 또는 미소위암 소견입니다.(얼핏 지나치면 전문의들도 놓치기 쉽습니다.) 이런 경우는 위절제를 안하고 위점막만 절제할 수도 있습니다. 정말 엄청난 차이죠. 대부분의 환자들은 매년 내시경을 반복하다가 아주 작은 위암이 발견된 경우고 물론 가끔은 처음 내시경에서 조기위암이 발견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죠.


























여기서 내시경 수가나 조직검사 수가, 이런 이야기는 하고싶지는 않습니다. 그저 때 맞춰 정기 검진이라도 열심히 받으시길 바랍니다. 위내시경은 40세 이후 1년이나 2년에 한번(위험 요소가 있는 사람은 1년에 한번), 대장내시경은 3년이나 4년에 한번씩만 잘 받으면 최소한 소화관의 암으로 죽기는 상당히 어려울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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