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꽃













































파꽃
 
              김지헌
 
 
소박맞은 새색시
절망 절망
언덕을 넘어오는
서러움이다

엷은 베일로 가리고서
삼백예순날
매운 눈물만 뿌려대는
아득함이다.


ps : 파꽃의 꽃말은 인내.

참 특이한 꽃이에요. 사람이 보기 좋으라고 꽃을 피우는 건 아니니까 벌하고 나비만 꼬이면 되겠지만요.^^ 파꽃이 피는 모양을 두상화서(頭狀花序)라고 하는데 꽃대가 없이 꽃이삭을 중심으로 하여 여러 꽃이 모여서, 그 모양이 머리 모양을 이루어 한 송이처럼 보이는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자세히 보면 암술과 수술이 함께 모여있다네요. 다음에는 무심하게 지나치지 말고 자세히 들여다 봐야겠어요.


문득 파꽃의 향기가 어떤지 궁금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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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사진 : 한겨레신문)


오늘 새벽 아이폰4가 발표되었습니다. 미리 사전에 누출이 많이되어서 감흥은 떨어지지만 역시나 대단한 물건을 내놨더군요.

저는 애플은 매니아들만 사용하는 비싸고 디자인 예쁜 컴퓨터로 알고 있었고 4년전 큰아이한테 아이팟 나노를 사주면서 처음으로 itunes를 써보니 디자인은 깔끔하지만 뭐 이렇게 쓰기 불편한 MP3가 있나 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휴가에 제주도에서 열심히 자전거 타서 마일리지를 쌓은 작은 녀석이 아이팟 터치 3세대를 사면서 제대로 만져보고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엄청난 기계더군요.

네... 뭐 그렇습니다. 신상 핸드폰 안사고 일부러 장농폰을 구해서 쓰면서 지구를 생각하겠다고 큰 소리치던 제가 아이폰에 견디다 못해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참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애써 변명을 하면 한달반이나 버텼다구요.^^ 벌써 반년쯤 사용하고 있는데 거의 손에 붙어있다시피하는 핸드폰으로 최근에는 트위터까지 하면서 "아이폰을 얻었다. 그대신 아내를 잃었다. ㅠ.ㅠ"하는 농담처럼 되버릴 뻔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새 아이폰 소식이 슬슬 흘러나오면서 들락거리던 모커뮤니티에 전혀 듣도보지도 못하던 회사 이름이 흘러나왔습니다. 중국에 있는 컴퓨터 기판등 부품을 만드는 폭스콘이라는 회사 직원들이 자살을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siapacific/422869.html )  직원이 40만명이고 2교대로 일하면서 엄청난 물량을 쏟아내고 있는데 이 회사가 만들지 않는 부품이 없으니 전세계 거의 대부분의 전자제품 회사들이 연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애플도 하청을 주고있었고 게시판에는 이것을 비난하는 글들도 올라왔고 일부는 자살률이 중국 평균보다 낮은데 뭐가 문제냐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사람은 이게 문제가 되어서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새 아이폰이 늦어지면 어떻하느냐는 글을 올렸다가 욕을 먹기도 했습니다. 후속 기사를 보니 임금을 거의 100% 올려준다고 했다는데 올린 임금이 30만원 정도라고 합니다. 이러니 세상에 어떤 곳이 경쟁이 되겠습니까?  더군다나 임금을 올려주겠다는 CEO의 결정이 발표되자 이 회사의 주가는 떨어졌다고 하네요. 좀 이상하지요? 강제 수용소도 아니고 제발로 걸어들어와 자신의 노동력을 팔고 임금을 받는 공장에서 연달아 벌어지는 자살은 무엇이며 직원의 복지를 위해 임금을 올려주었더니 수익이 떨어진다고 회사의 주가가 떨어지는 이 무서운 시스템이 '자본주의'인 것이죠.

여기 지구한쪽 구석에 이전보다 4배가 해상도가 올라가고 두께도 24%나 얇아지고 배터리가 40%가 늘어나고 화상채팅도 되는 놀라운 기계를 사고 싶은 젊은이가 있습니다. 저쪽 지구 한쪽에서 옆자리의 동료 이름도 모르고 로봇처럼 일하는 농민공출신의 젊은이가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아무 관계도 맺지 못했을 이들이 전지구적 자본주의에 의해서 어처구니 없게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야 너무나 많아서 일일이 열거할 수 도 없겠지요. 아디다스의 축구공을 만드는 어린이 노동 착취도 있고 ... 삼성의 기흥 공장에서 유기화학물에 중독되어 (물론 회사는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젊은 나이에 백혈병등 혈액암으로 죽었거나 투병하는 노동자가 30여명이라는 이야기도 들리고 지금은 리콜 사태로 망가지고 있지만 전 세계를 석권한 도요타도 어용 노조에 언론사를 구워삶아 나쁜 기사는 하나도 안 실리는 회사라고 합니다. 이 회사도 알져지지 못한 엄청난 수의 자살 노동자가 있다고 하네요. (도요타의 어둠 참조)

저는 그저 새 물건을 싸게 사고 싶었을 뿐이고 제가 산 주식이 올랐으면 좋을 뿐이었고 회사는 더 많은 수익을 내서 주주들의 구미에 맞추고 엄청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만 했기에 비용절감을 위해 인건비가 싼 나라에 하청을 주었을 뿐인데 저쪽 반대쪽에서는 저임금과 노동 착취가 생기고 거기서 죽음을 일으킨다는  이 어처구니 없는 현실....  "싸고 좋은"이라는 모순된 욕망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이 현실....

몇년 후면 제 아이도 자라서 전문직이나 공무원이 되지 못하면 노동자가 될것이고 이 빼도박도 못하는 시스템에 노동력을 팔아서 자신의 삶을 꾸려가야 할텐데 참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유태인을 죽음의 공장으로 몰아넣은 아이히만은 짐승도 괴물도 아닌 아주 정상적인 사고와 상식을 가진, 그저 자기 성취 욕구가 강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근면 성실하게 이행한 중년 남자였다고 합니다. 다만 그의 만행은 유태인의 처지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주어진 임무만 수행하는 철저한 '아무생각 없음'이 원인이라고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말했습니다.

화엄경에 "인드라망의 구슬" 이야기가 나오는 데 인드라의 하늘(제석천의 하늘)에는 그물망이 하늘을 덮고 있는데 여기에는 무수한 구슬이 달려있다고 합니다. 이 구슬들은 다른 구슬 하나하나를 비추고 있고 모두가 연결되어 있어 하나가 흔들려 소리를 내면 다른 구슬도 서로 빛을 내면서 어우러져 소리를 내는데 그물에서 떼어낸 구들은 아무런 빛도 없는 구슬이 된다고 합니다.

잡스의 말대로 고져스한 아이폰, 아이패드가 눈앞에 있습니다. 이런 기계를 만들어내는 참으로 대단한 시스템을 칭송하기만 한다면 아이히만과 그리 다르지 않은 사람이 될거고, 인간의 사유는 저절로 커진 뇌의 부산물이 아니고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최소한의 의무사항이라는 겁니다. 예전에는 그저 근면하게 일하고 밥먹으며 살면 되었지만 전세계가 연결되어 있는 이 시대에는 끝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긴고리 끝에 달려있는 약자를 생각하는 슬기로운 소비자가 되지 못하면 언제가는 그 그물이 나의 삶까지도 조여오고야 말것입니다. 어쩌면 이미 자진해서 뛰어들어 죽어라 헤메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ㅠ.ㅠ

이쪽 구슬이 반짝 거릴 때 저쪽 끝의 구슬도 함께 반짝일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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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결산












































@ 5월 결산
총 자출 거리 : 1026km
총 출근일 23일중 16일 자출 - 자출율이 좀 떨어지네요. 반성중 ㅠ.ㅠ
마일리지 1km당 200원씩  20만 5200원 적립해서 "고래가 그랬어"에 기부했습니다. ( http://www.goraeya.co.kr/new3/)

아무리 도시화되고 있다하더라도 제가 줄창 달리고 달리는 48번 도로 주변은 아직까지는 농촌지역입니다. 그러니까 5월은 모내기의 계절인 것이죠. 저는 충청도 아산의 산골 출신이라(지금이야 마을 한가운데로 KTX가 지나가는 가슴아픈 고향이 되고 말았지만) 모내기를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이앙기가 나오기 전이라 모든 마을 사람들이 품앗이로 모내기를 했죠. 못줄잡이가 양쪽 끝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표시가 되어있는 줄을 잡고 계속 옮겨가면 한줄로 늘어선 사람들이 잽싸게 모를 심었는데 쉼없이 돌아가는 컨테이어 벨트와 비슷해서 초보자는 허리가 끊어지도록 몸을 놀려야 따라갈수 있습니다. 중딩시절 잠시 모내기를 한다고 틈에 끼었다가 아주 곤혹을 치렀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그런 풍경은 '대한 늬우스'에서나 흑백필름으로 볼 수 있을 것이고 대부분이 기계화되었죠. 그래도 모내기 하기 전에 모판에 흙을 채워서 나르고 하는 일들은 아직도 손으로 해야지요. 가끔은 모를 구입해서 심는 분들도 계신다고 합니다. 그래서 못자리 해논 모를 통채로 도둑질 해가는 도둑님들도 계신답니다.

못자리를 만들고 비닐을 씌워서 모가 냉해를 입지 않고 잘 자라도록 해야하고 - 모가 제대로 자라지 않으면 그해 농사는 망한거랍니다 - 모내기 전에는 써레질을 해서 물을 가둬논 논의 흙을 부수고 평평하게 하고 잡초를 제거합니다. 그다음에 모내기를 하는데 예전처럼 역동적인 두레는 볼수 없고 콤바인을 불러서 일당을 주고 모내기를 합니다. 그다음엔 기계가 들어간 자리에 모가 안 심어진 곳이나 기계가 빼먹은 자리를 일일이 손으로 모를 심어서 때우는 일을 합니다. 이것을 '모 기운다', '뜬 모 한다' 라고 합니다.  이걸 끝내야 모내기가 모두 끝나는 거지요. 대부분 여기까지 끝내면 몸살이 나셔서 병원으로....^^

세상에는 아주 많은 직업이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인류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표토(깊이 30cm 정도의 땅 거죽)'를 기름지게 하고 가꾸는 일을 하는 농민이 제일 중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단위 농지를 기계로 화학비료로 표토의 상태와 상관없이 하나의 공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농민은 이제 아닌것이지요. 농사를 크게 짓는 그들도 대부분 허울만 좋은 빛쟁이들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요.





































2009. 김포 보구곶리, 성동 마을, gelatin silver print



























2009. 김포 보구곶리, gelatin silver print

사진 찍다가 새참으로 배달되어 온 냉면 한그릇 주셔서 맛나게 얻어먹었습니다. 각자 취향에 따라 막걸리와 맥주를 소주를 골고루 드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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