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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百)의 그림자

평론가 신형철 추천작중 하나로 큰 기대없이 집어들었다가 뭉클한 마음으로 책을 덮게 되더군요. 다소 애매한 환상소설인줄 알았는데 신형철의 해설을 보니 어쩔수없는 선택이라는 거 이해가 됩니다. 신형철은 '이 소설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이 소설은 사려 깊은 상징들과 잊을 수 없는 문장들이 만들어 낸, 일곱 개의 절(癤)로 된 장시(長詩)다. 이 소설은 한 단어로 정리하면 이렇다. 고맙다. 이 소설이 나온 것이 그냥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라고 썼네요. 참 평론가가 쓴 글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게 귀엽습니다. 노골적인 주례평론이나 빨아주는 그런 글 하고는 다르지요. 신형철이 고맙다고 한 이 소설을 찬찬히 반복해서 읽어 보세요.

주인공이라 할수 있는 은교와 무재의 대화에는 뭔가 어색한게 있는데 그 이유가 그들의 대화에는 '독단적인 판단이 없고 그 판단의 강요가 없으며 효율을 위한 과속이 없다. 그대신 어떤 윤리적인 거리가 있다. 그 거리가 대화를 느리고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만든다' 라고 해설을 하네요. 사랑한다면서도 내 판단을 은연중에 강요하고 결론을 빨리 내리는 무의식의 폭력의 행하는 그동안의 대화가 부끄러워졌습니다.

특히 사랑에 대해서 희망이 희미해 지셨거나 우리의 세상이 과연 살만한 곳인가 의문이 드시는 분들에게 추천. 건물입대업이 희망이신분들에게는 비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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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그날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물결이 물결을 불러 그대에게 먼저 가 닿았습니다
입술과 입술이 만나듯 물결과 물결이 만나
한 세상 열어 보일 듯 했습니다
연한 세월을 흩어 날리는 파랑의 길을 따라
그대에게 건너갈 때 그대는 흔들렸던가요
그 물결 무늬를 가슴에 새겨 두었던가요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강물은 잠시 멈추어 제 몸을 열어 보였습니다
그대 역시 그처럼 열리리라 생각한 걸까요
공연히 들떠서 그대 마음 쪽으로 철벅거렸지만
어째서 수심은 몸으로만 겪는 걸까요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이 삶의 대안이 그대라 생각했던 마음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없는 돌다리를
두들기며 건너던 나의 물수제비,
그대에게 닿지 못하고 쉽게 가라앉았지요
그 위로 세월이 흘렀구요
물결과 물결이 만나듯 우리는 흔들렸을 뿐입니다

- 권혁웅「황금나무 아래서」문학세계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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