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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법


콩나물처럼 끝까지 익힌 마음일 것
쌀알빛 고요 한 톨도 흘리지 말 것
인내 속 아무 설탕의 경지 없어도 묵묵히 다 먹을 것
고통, 식빵처럼 가장자리 떼어버리지 말 것
성실의 딱 한 가지 반찬만일 것

새삼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제명에나 못 죽는 건 아닌지
두려움과 후회의 돌들이 우두둑 깨물리곤 해도
그깟것 마저 다 낭비해버리고 큰 멸치똥 같은 날들이어도
야채처럼 유순한 눈빛을 보다 많이 섭취할 것
생의 규칙적인 좌절에도 생선처럼 미끈하게 빠져나와
한 벌의 수저처럼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할 것

한 모금 식후 물처럼 또 한번의 삶,을
잘 넘길 것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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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가는 길

2009. 12 서울 개화, Fuji 645 wide, NP400

그대에게 가는 길은
발자국의 온기가 남아있어
때늦은 눈에도
모습을 감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애써만든 가시덤불이 무릎뼈를 스치고
가끔은 발목을 휘감는 풀에 휘청거려도
결국에는 그대에게 이르는 길이었으면 좋겠다

그 길엔 나무들이 가지를 벌려 기뻐하고
가끔 까치들도 소리질러 손님 온다고 알려주면 좋겠다

그대에게 가는 그 길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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