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The Search in Posts

관흉국인


상상동물 이야기 15

- 관흉국인(貫胸國人)


해외(海外)의 동남쪽에 관흉국이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은 가슴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귀한 사람을 모셔 갈 때, 앞뒤에 선 사람들이 긴 장대를 가슴에 꽂고 그걸로 귀인을 꿰어 간다

상처 받은 사람을 곧장 떠올린다면
당신도 한때는 관흉국에 살았다
그 사람이 오래된 타일처럼 떨어져 나갔다
대신에 그곳을 바람이 들고 난다

(권혁웅,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

------
엉겅퀴를 떠올렸다면 당신도 많이 아팠구나
가끔씩 찾아오는 가슴 언저리의 뻐근한 느낌
끊어진 줄이 바람에 흔들리며 상처를 덧내고 있어
그래 상처가 큰 건 잘못이 아니야
큰 상처에 큰 흉터
그래야 그대를 기억속에 가둘수 있을테니까


About this entry


어떤 사랑

2010, 강화, 남산리

머리부터 씹히는 치명적 사랑!

때론 나도 당신을 먹어치우고 싶었다 아니면 먹히던지
그렇게 서로의 몸에 스며드는 거지

우리는 언제 이만큼 뜨거워 보겠는가?


About this entry


흰둥이




상상동물 이야기 17

-케르베로스


  머리 셋 달린 사나운 개가 저승 문을 지키고 있다 망자가 저승에 이르면 케르베로스는 뱀 대가리가 붙은 꼬리를 치며 망자를 반긴다 하지만 그가 저승 문을 나서려 들면 케르베로스는 세 개의 입으로 으르렁거린다

  오늘도 도로 위엔
  머리만 남은 개 가죽들이 솟아난다

  당신은 시속 백 킬로의 삶을 늦출 수 없다 당신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그러니 그냥 개꿈을 꾸었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것이다 당신이 어디에 이르든, 목적지에선 이미 케르베로스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므로


(권혁웅,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 민음사)


------
언제 이 현기증나는 속도에서 내려설 수 있을까?
느리게 걸으며 사뿐히 걸어가는 고양이를 쳐다볼 수 있을까?
오늘도 내일도 죽을만큼 달리고 달린다
*흰둥이 : 몇달간 자출길에서 만나야했던 개, 지나가면서 오늘도 무사히 갈 수 있도록 부탁했다. 흰둥이는 도로에서 죽어서 가죽을 몇달간 남겼다. 나도 유죄다.



About this entry




Calendar

<<   2011/07   >>
S M T W T F S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H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