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 정유정, 은행나무

사실과 진실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운명은 때로 우리에게 감미로운 산들바람을 보내고 때론 따뜻한 태양빛을 선서하며, 때로는 삶의 계곡에 '불행'이라는 질풍을 불어넣고 일상을 뒤흔든다. 우리는 최선의 - 적어도 그렇다고 판단한 - 선택으로 질풍을 피하거나 질풍에 맞서려 한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최선을 두고 최악의 패를 잡는 이해 못 할 상황도 빈번하게 벌어진다.

사실과 진실 사이에는 바로 이 '그러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야기되지 않은, 혹은 이야기할 수 없는 '어떤 세계'. 불편하고 혼란스럽지만 우리가 한사코 들여다봐야 하는 세계이기도 하다. 왜 그래야 하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모두 '그러나'를 피해 갈 수 없는 존재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다.
이 소설은 '그러나'에 관한 이야기다.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파멸의 질주를 멈출 수 없었던 한 사내의 이야기이자, 누구에게나 있는 자기만의 지옥에 관한 이야기며, 물러설 곳 엋는 벼랑 끝에서 자신의 생을 걸어 지켜낸 '무엇'에 관한 이야기기도 하다.


소설을 끝내던 날, 나는 책상에 엎드린 채 간절하게 바랐다. '그러나' 우리들이, 빅터 프랭클의 저 유명한 말처럼,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해 '예스'라고 대답할 수 있기를.....(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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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매혹적이나 바닥의 깊은 심연을 들여다 보는 참혹함 때문에 일부러 천천히 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남자, 괴물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남자, 괴물의 자식으로 키워진 남자, 어쩔수 없는 조력자이자 훼방꾼, 그 사이에서 파멸되어가는 여자들...

엄청난 이야기라는 소문은 들었으나 대면하기가 무서워 애써 밀쳐내다 결국 한밤중에 마지막장을 읽고 이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글을 써둡니다.

제안의 괴물을 대면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안에 건재하고 있다는 것도 압니다. 스스로 열어젖힌 지옥문도 몇번을 경험했습니다.

좋은 문학작품은 독자가 글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현재의 위치를 알게 하며 가물거리는 별빛일 지라도 잠시나마 방향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것이 신기루일지라도.

저는 아직 '예스'라고 대답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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