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 하는 '사랑해'라는 그 말

마지막에 던져지는 '사랑해'라는 말은 '미안해'와 '고마워'를 함께 짊어지고 있다. 처음 '사랑해'라는 말은 언제나 수줍고 진지하게 발화되며, 과정 속에서의 '사랑해'라는 말은 때론 유치하게, 때론 장난스럽게, 때론 느끼하게 때론 청승맞게 발화되지만, 끝에서의 '사랑해'라는 말은 모래바람처럼 건조하고 공허하게 발음된다. 처음의 '사랑해'라는 말이 신음의 형식을, 과정의 '사랑해'라는 말이 감탄 혹은 즐김, 의지 혹은 속박과 테러의 형식을 표면화한다면, 끝의 '사랑해'라는 말은 학살의 형식을 표면화한다. 엄격하게 말해서, 세상 모든 사랑한다는 고백은 학살의 일부다. 죽임과 죽음을 모사하고 투영하되 그것을 축제로 치환하려는 노력, 놀이로 가장하려는 흔적,죽임과 죽음이란 사형대 앞에서 담배 한대를, 혹은 노래 한 곡을, 혹은 기도 한마디를 하기 위해 죽임과 죽음의 순간을 지연시키고자 하는 공포의결과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에 던져지는 '사랑해'라는 기표는 '사랑'이라는 기의를 가장 정확하게 등식화한다. 마지막 악수와 마지막 포옹과 마지막 섹스와 더불어, 마지막 '사랑해'라는 고백은 바타유의 말처럼 "죽음까지 파고드는 삶"을 절절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당신은 이제 새처럼 자유로워져라. 당신은 이제 나 없이도 밥을 먹고 길을 걷고 잠을 잘 사람. 당신은 이제 나 없이도 그래야만 하는 사람. 당신은 이제 모든 기억과 흔적과 추억과의 인연을 끊어라. 망각하라. 당신은 나로부터 얻으려던 것을 이제 다얻었노라. 나는 더 이상 줄 것 없는 누추한 몰골이 되었도다. (...)


당신은 잘 살아야 해요. 나도 잘 살게요. 당신이 나를 아름답게 추억함으로써 내 사랑을 완성해주시기를. 나 또한 그렇기를. 당신에게 내가 마지막이기를. 나에게 당신이 처음이었듯이.

(마음사전,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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