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도 좋은 것

카톡의 메시지 읽음 확인기능. 보낸 메시지 옆에 숫자가 써있는데 받은 사람이 확인을 하면 그 숫자가 사라진다.

다투고 나서 더 많이 그리워한 사람이, 혹은 변심한 애인에게 찌질함을 알고서도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초조하게 그가 읽었는지 확인을 반복한다. 확인하다 숫자가 사라진 순간부터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그가 읽었는데 답장을 보낼까 안보낼까? 보내도 일부러 늦게 보내는걸까 알면서도 이제는 안중에 없으니 신경쓰기 싫다는걸까? 내가 메시지를 확인했으나 이제는 그대에게 마음이 없으니 알아서 떨어지라는 걸까? '왜이래? 촌스럽게! 선수 아니었어?' 라고 묻는걸까?

긴긴밤 편지를 쓰고 또 써서 망설이고 망설이다 보내고 나서도 후회를 하다가 답장이 안오면 중간에 배달 사고가 났으려니, 아니면 분명 답장을 썼는데 우편배달아저씨가 몸이 아파 못 온 거라고 내일이면 분명 올거라고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면서 아픈 마음을 다독일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한다. 물론 전설이니 사실여부는 묻지말자.

즉시로 전달되나 상대방의 맘까지 즉시로 알려주는 이 시스템. 누군지 참 잘 만들기는 했으나 최소한 사랑은 안해본 사람일거다. 해봤어도 아파보지는 못해본 사람일 거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꼬리를 무는 밤이다.


그대여 난 정말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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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세월아.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황지우




初經을 막 시작한 딸아이, 이젠 내가 껴안아줄 수도 없고

생이 끔찍해졌다

딸의 일기를 이젠 훔쳐볼 수도 없게 되었다

눈빛만 형형한 아프리카 기민들 사진;

"사랑의 빵을 나눕시다"라는 포스터 밑에 전가족의 성금란을

표시해 놓은 아이의 방을 나와 나는

바깥을 거닌다, 바깥;

누군가 늘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버릇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다

옷걸이에서 떨어지는 옷처럼

그 자리에서 그만 허물어져버리고 싶은 생;

뚱뚱한 가죽부대에 담긴 내가, 어색해서, 견딜 수 없다

글쎄, 슬픔처럼 상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완전히 늙어서 편안해진 가죽부대를 걸치고

등뒤로 시끄러운 잡담을 담담하게 들어주면서

먼 눈으로 술잔의 水位만을 아깝게 바라볼 것이다


문제는 그런 아름다운 廢人을 내 자신이

견딜수 있는가, 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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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이런 시가 이제 자연스레 읽히는 나이가 되었다

아름다워라 세월이란...

깔깔거리며 지나가는 젊은애들,

뒤돌아 보게 되지만

되돌아 가고싶지는 않다


시간아! 박차를 가하자

어서어서 달려 아직도 뜨거운 피좀 식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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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인형

2010, 김포, 장기동, Fuji Klasse S, TMX


그대의 숨결에 일어서고 춤추고 웃는 삐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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