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숙성 홍어회




지난주에 재관이하고 수산시장 구경했습니다. 언제와도 정말 대단한 에너지가 넘치는 곳입니다. 장사하시는 분들의 노고가 참으로 버겁기도 하구요. 생선들의 신선도를 위해 이분들은 추울수밖에 없겠지요.




구경다니다가 홍어파는 집을 지나치지 못하고 생홍어를 한마리 샀습니다. 3만원짜리로. 생선을 손질하고 있는 청년은 주인 아주머니의 아들이랍니다.

어머니일 도와주니 착하다고 했더니 직장그만두고 나서서 월급 300만원 주고 있다고 귀속말로 말해주시네요.^^  껍질 벗기고 내장 꺼내고 크게 토막쳐서 종이로 둘둘 말아서 주는 데 배란다 구석에 던져 놓으면 알아서 삭혀진다고 하는데 과연 그렇게 될런지....




요리한답시고 사시미칼을 샀는데 써먹을 기회가 없다가 드디어 개시를 했습니다. 생선 사올때 썰지말고 덩어리째 달라고 해서 와서 썰어먹으니 훨씬 좋네요.





생와사비도 구해서 강판에 갈고





방어, 돔, 광어 되겠습니다.








베란다 구석에 있다가 나흘이 지나니 슬슬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해서 어제 저녁에 개봉했습니다. 문제는 식구중에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다는 거....^^

물이 나와서 종이를 적셨습니다. 냄새는 물론 작렬!!!




몸통부위, 냄새가 보이죠?





지느러미 부위






썰어보니 홍어는 단단한 연골부위가 있어서 회칼보다는 좀 더 무거운 칼로 써는 게 잘 썰어집니다.





색깔 예술이죠? 냄새보다는 많이 삭질 않아서 잘 못먹는 사람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겠습니다. 남은 홍어는 더 삭혀서 먹어봐야겠네요.







 

보쌈까지 더했으나 묵은지가 빠져서 대충 삼합^^

직접 삭혀보니 홍어는 정말 신기한 생선입니다. 막 굴려서 상할 걱정이 없는....

다음에는 항아리에다가 짚을 깔아서 제대로 삭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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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보는 남자, 로맨스 읽는 여자

출판사에서 일하는 친구가 이책이 나오자마자 딱 제가 떠올랐다면서  준 책입니다.  게다가 집에 가져가니 식구들도 신문에 난 책소개보고 아빠가 분명 살거라고 예상했답니다.^^ 인정 안할수가 없네요. 전 진화, sex, 뇌과학에 매료되어 있으며 요즘엔 요리가 나오면 무조건 눈이 돌아갑니다.

인간의 성연구를 위해 킨제이는 독특한 밀접 인터뷰를 사용했는데 사실 그게 좀 황당합니다. 이를테면 당신의 성적인 환상에 대해서 말해보세요 라고 하는게 아니고 최근 일주일 동안 동물과 성관계 한적 있습니까? 이런 식의 직접적인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일면 그의 방법도 일리는 있지만 자신의 가장 내밀한 내용을 설문지나 상담자에게 모두다 털어놓기란 쉽지 않을 거라는 건 분명하지요. 하지만 이책의 저자들은 아주 영리한 방법을 사용했는데,  바로 검색사이트에 입력한 검색어를 분석해 본 것입니다. 검색어 만큼 그 사람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들어내는 것도 없겠지요. 인터넷에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porno가 존재한다고 하는데(그렇다고 합니다 ㅎㅎ) 누군가 발정난 염소와 성관계하는 동영상을 질문하니 답이 '염소의 종류를 입력하시오' 였다는 농담이 농담이 아닐거 같지요?^^

남자는 왜 여자가 보기에 역겨운 porno를 보고 흥분하며 여자는 남자가 보기에 유치짬뽕인 로맨스 소설에 열광할까? 얼마전 흡혈귀와 늑대인간이 판치는 트와일라잇 갈은 영화도 같은 맥락입니다.(알파남과 나쁜남자가 합쳐져있고 지고지순한 로맨스까지.... 여자들한테는 완벽한 치즈케익인거죠) 여자들은 왜 이런 로맨스 소설에 열광할까? 각자의 내밀한 성행동에는 그것에 합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세세한 예를 들고 진화생물학을 기초로 설명하는데 참으로 명쾌한 설명이 솔솔합니다.

제가 특별히 많이 배운것은 게이들은 과연 어떤 성행동을 보이는지 여자들이 스토리와 분위기가 없으면 왜 잘 몸이 따라오지 않는지에 대한 설명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끄덕. ㅎㅎ 진작에 알았더라면....^^

여자들은 알파남에 매혹되지만 현실적으로 알파남은 극히 드문존재이므로 나쁜남자에 대신 끌리게 되는 이유. - 이래서 여자들이 신세를 망치게 되죠.

만미터 아래의 깊은 바다나 137억년 이전의 우주와 더불어 가장 이해하지 못한 내밀한 인간의 성행동에 대한 아주 훌륭한 책입니다.

읽고나니 얼마전에 읽은 스윙잉(스윙 댄스가 아니고 핫와이핑 또는 스윙잉이라는 게 있더라구요)에 대한 책인 '욕망의 아내'나 킨제이의 업적에 대한 책인 '킨제이와 20세기 성연구' 유쾌한 성과학서인 '봉크'와 더불어 최고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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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본능


우리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를 칭하는 명칭인 유인원과 가장 비슷했던 인간종의 선조는 다들 아시다시피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 사실 직집보행을 했지만 유인원과 거의 다르지 않았습니다. 키도 작고 뇌만 조금 컸죠. 그런데 이들의 뇌가 급격히 커져서 도구를 사용하는 종으로 진화하여 호모 하빌리스가 됩니다. 이때 큰 영향을 준것이 육식. 고기를 통해 농축된 에너지를 섭취하기 시작했지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빌리스에서 완전한 직립인간인 호모 에렉투스로 진화가 일어나는데 저자는 바로 이 과정에서 불을 사용하여 음식을 요리하기 시작하여 일어났다고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화식(火食)가설.

불을 이용하여 음식을 요리하면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거의 2배나 흡수가 좋아진다고 합니다. 요리해서 음식을 먹기 시작해서 인간종은 더 많은 에너지를 더 짧은 시간에 흡수 할수 있었고 소화기관이 에너지 흡수를 위해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를 대폭 줄여 엄청난 에너지 먹보인 '뇌'를 키우고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죠. 게다가 빈약한 육체의 인간이 나무에서 내려와 잠을 자기 위해서는 불을 방어도구 사용하지 않고서는 생족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고고학적증거가 현재는 50만전부터 발견되지만 그 이전 증거는 아직 빈약하다는 반론이 있다고는 하나 불의 이용이 진화의 큰 원동력이 되었다는 주장은 상당한 근거가 있어보입니다.

하지만 인간 진화의 원천중에 하나였을 지도 모르는 요리가 요리가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여자들의 가장 하찮은 일로 무시되고 있다는 것은 좀 슬픈 일이죠. 요리사가 돈도 많이 벌고 유망직종이 되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며 그것도 레스토랑이 탄생하고 널리 퍼지게 된 것은 프랑스혁명이후 귀족의 몰록으로 인해 그들에게 고용되어 있는 요리사들이 자신의 가게를 차리게 된게 시작이었다고 하니까 불과 200년쯤 된거네요.

언어를 사용하는 건 인간만이 아니며,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인간특유의 특징이 아니라는 것을 제인 구달이 발견했죠. 그렇습니다. 오직 불을 사용한 요리가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유일한 특질입니다.

프로메테우스, 그대가 한 일이 너무나 큰 사건을 벌인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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