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그룹 단체전



2012, 1. 11 ~ 17

인사동 경인미술관



임성식(Lim Sung-shick)

경희의대 졸업, 내과 전문의

인성의원 원장

2000년 : 첫 근무지 삼척에서 풍경과 들꽃을 찍기 시작

2005년 : 역삼동 Bwclub 암실에서 흑백필름 작업시작

2007년 : 서울 목동에서 강화로 자전거 출퇴근 하면서 주변 풍경을 찍기 시작 - 갓길인생 프로젝트

인천시 강화읍 남산리 37-3 인성의원

032-932-4455

freesolo.info@gmail.com

http://freesolo.info

http://facebook.com/freesolo.Lim

@freesolo_info


작업 노트


2007년, 중년에 찾아온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자전거로 출퇴근을 시작했습니다. 김포에서 강화까지 왕복90km 꽤나 거리였지만, 운동도 하고 환경에도 기여한다는 자부심으로 열성적인 자출족이 되었습니다.


지만 가냘픈 자전거로 일반도로를 주행해보니 속도에 밀리고 규모에 치여 갓길로, 갓길로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좋게 태어나 주류에서 벗어나지 않고 살아온 것을 능력인양 으스대며 지내다가 처음 갓길로 밀려난 거지요. 속도와 효율에 밀려 인도도 없는 도로를 아슬아슬하게 걸어가야 하는 사람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무자비한 이기심에 힘없이 죽어가는 생명들에 눈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신도시 공사 때문에 멀쩡하게 있던 늠름한 나무들이 베여 넘어가고, 아라뱃길을 만든다고 굴포천 가에 무성하던 버드나무들이 하루아침에 뿌리째 뽑혀나가는 장면을 속절없이 바라봐야만 했습니다. 어느 봄날에는, 매일 지나던 길옆에 쓰러진 벚나무 그루 앞에서 자전거를 멈추고 한동안 먹먹하게 있기도 했습니다. 잘라진 밑동 일부가 뿌리에 붙어 있어 죽지 않고 있다가, 마지막 힘을 모아 그렇게 가득 꽃을 피운 것입니다.


이 사진들은 우리의 잘난 문명이 저지르는 범죄현장에 대한 힘없는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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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별의 일

2011.12.13  강화읍


너와의 이별은 도무지 이 별의 일이 아닌 것 같다.
멸망을 기다리고 있다.
그다음에 이별하자.
어디쯤 왔는가, 멸망이여.

(심보선/눈앞에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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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이는 서리를 밟으며
당신께 갑니다.
그대의 떨림이 오래 지속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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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절

2011. 12. 12  강화읍

호시절

그때는 좋았다
모두들 가난하게 태어났으나
사람들의 말 하나하나가
풍요로운 국부를 이루었다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이지
무엇이든 아무렇게나 말할 권리를 뜻했다
그때는 좋았다
사소한 감탄에도 은빛 구두점이 찍혔고
엉터리 비유도 운율의 비단옷을 걸쳤다
오로지 말과 말로 빚은
무수하고 무구한 위대함들
난쟁이의 호기심처럼 반짝이는 별빛
왕관인 척 둥글게 잠든 고양이
희미한 웃음의 분명한 의미
어렴풋한 생각의 짙은 향기
그때는 좋았다
격렬한 낮은 기어이
평화로운 밤으로 이어졌고
산산이 부서진 미래의 조각들이
오늘의 탑을 높이높이 쌓아 올렸다
그때는 좋았다
잠이 든다는 것은 정말이지
사람이 사람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며
사람이 사람의 여린 눈꺼풀을
고이 감겨준다는 뜻이었다
그러니까 그때는

(심보선/눈앞에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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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자신이 스스로 무슨 뜻의 말을 하는 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이를테면 .... '나는 소설을 안읽어!' - 인간으로 태어나 그 큰 뇌를 먹여살리면서도 문학의 세례를 모르고 살아간다는 걸 이다지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그대의 무신경에 경배를...
'도대체 시를 어떻게 읽어?' - 이런건 대부분 우리의 한심한 문학교육 책임일터....

인수봉에 미쳐 돌아다니던 젊은 시절에 (그때는 왜 그리 뜨거웠을까?) 암벽기술과 파이프담배피던 겉멋뿐 아니라 인수봉에서 두근거리는 소리를 들을수 있으려면 시를 읽을줄 알아야한다며 '황동규'를 알려준 혁이형이 없었다면 저도 먼 길을 돌고있겠지요.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시를 읽지 못하거나 술자리에서 시한줄 외우지 못하면 부끄러웠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그러니까 그때 그시절에는... 돈많은 부모덕에 자가용을 타고 다니던 애를 부러워하지 않았으며 맥주양주 마신다고 뻐기지 못했으며.... 오늘을 팔아 내일을 사거나 막막한 마음에 복권을 사는 일이 드물었던 그시절... 이게 바로 '오래된 미래'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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