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소리

천둥소리


소리에 큰 어른이신 저 큰 말씀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

                              (함민복, 말랑말랑한 힘)



요새 며칠 몸이 안좋아서 자전거를 두고 차로 출퇴근 하고 있습니다. (얼굴에 염증이 생겨서 한쪽 얼굴이 퉁퉁 부었어요. 아수라백작하고 비슷...ㅠ.ㅠ) 덕분에 매일 마시던 술을 닷새째 금주하고 있네요. 생각보다 쉽게 끊어지는 걸 봐서 역시 알콜릭은 아닌가 봅니다. 담배도 너무나 쉽게 끊고...

몸이 안좋아서 그런지, 술을 못 먹어서 그런지, 자전거를 못타서 그런지, 남한산성을 읽고 나서 그런지, 밀양을 보고 나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요즈음 마음이 착 가라앉아 있습니다. 그동안 지나치게 활동적으로 보냈으니 좀 뒤돌아보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좀 우울하게 보내는 것도 나름 괜찮네요.

아침에 출근하는데 빗방울이 후득후득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번개와 더불어 천둥소리가 아주 시원했습니다. 번개가 치면 공기중에 질소가 고정되어 땅을 기름지게 해서 농사가 잘 된다고 하더라구요.

함시인 시집을 뒤적이며 빗소리를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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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언저리 여행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되는 마을이지요. 악양땅은 한번이라도 가봤다면 풍수지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감탄이 먼저나오는 곳입니다. 앞에는 유유히 섬진강이 흐르고 뒤에는 지리산이 넉넉하게 감싸주고 지리산 주변에서는 찾아볼 수 있는 너른 평야....    최근에 이 지역을 상품화하기 위해서 최참판댁이라고 양반집을 지어서 홍보를 하기시작했지요. 누렇게 보리가 익어가는 너른 벌판을 바라보면 최참판이 참으로 뿌듯했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지역에 내려오는 말에 의하면 아무리 기근이 들어도 악양 한바퀴만 돌면 배부르게 얻어 먹을 수 있었다고 하네요. 뒤를 돌아 지리산 형제봉을 비롯한 봉우리들을 보면 저기 어딘가를 서희아가씨를 사모하는 길상이가 밤마다 불타오르는 가슴을 식히기 위해 미친듯이 헤메고 다녔을 것도 같고....

이쪽에 발걸음을 한지 10여년이 지나니 아는 분들 차차 많아져서 여기 오면 잠자리 걱정없이 며칠이고 신세질 곳이 생겼습니다. 차덖는 분, 도자기 굽는 분,.... 



이틀간 묵은 '김영감'댁 전경, 조만간 헌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는다고 합니다. 차 지붕에 자전거3대 올리고 트렁크에 빌린 미니벨로 한대....  금요일에 도착해서 코피님하고 도자기 굽는 효석님하고 거나하게 저녁식사를 하고 악양 술도가에서 막걸리 반말을 사서 숙소로 올라왔습니다. 밤늦도록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수다를 떨다가 앉은 자세로 잠이 들었다는....^^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서 악양 벌판을 달려보기로 했습니다.














아침을 코피님이 준비해 오신 씨리얼로 해결하고 (꼭 아침에도 밥을 먹어야하지만 씨리얼도 의외로 든든하더군요) 서둘러 천은사로 이동. 주차장에서 성삼재 업힐을 준비했습니다. 아이들이 도저히 올라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작년에 지리산 종주할 때 버스로 올라가 봤으니...) 거금 10만원을 상금으로 걸었습니다.^^









재관(중2) : 큰 키에 피가 끓는 청소년, 자전거는 랠리 24, 크랭크가 트리플이니 좀 힘들어도 성삼재 업힐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됨.

지관(초6) : 사춘기에 접어든 어린이. 그저 참가하는 데 의미를 가짐, 산주로님이 빌려주신 미니벨로를 타고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니 조만간 포기 할 것으로 생각됨.

freesolo(66년생) : 자전거 경력 8개월, 아직도 아랫배가 볼록한데 과연 할 수 있을까?

coppi9(65년생) : 라이딩 경력 20년^^, 이태리 돌로미테 산맥, 스위스 알프스, 플란더스 투어등 쟁쟁한 산들을 우습게 넘나드는 베테랑 라이더.






업힐을 시작하자 바로 아이들은 뒤로 쳐지고 가도가도 굽이굽이 끝이 없어보입니다. 중간에는 아예 평지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나오고.... 거의 180도 헤어핀에 해당하는 살인적인 경사도의 턴이 나오는데 버스가 한번에 돌지 못하고 두세번에 걸쳐서 나눠서 우회전 하더군요. 거의 끌바할 뻔 했으나 과감하게 댄싱으로 극복......한 것으로 생각했으나.....  막판에 경사도가 더 심해집니다. 

그래도 저 멀리 시암재 휴게소가 보여 힘을 내서 계속 페달을 밟고 있는데 MTB를 탄 분이 열심히 저속으로 올라가고 계시더군요. MTB는 걷는것보다 느리게도 갈 수 있을 같다는 생각. 가끔 지나가는 차들은 별 이상한 놈이 다 있다는 눈초리와 가끔은 화이팅을 외쳐주는 아이들도 있고 어떤 녀석은 디카로 찍더군요.^^

마침내 시암재 휴게소에 도착해서 물통을 채우러 들어가니 성삼재 휴게소에서 기다리기로 한 와이프가 같이 올라온 일행들하고 수다를 떨고 있더군요.

"여보! 성삼재에서 기다리라고 했더니 여기는 시암재잖어?"

"아이들은 도저히 못 올라올 거 같으니까 내려가서 구조해와"

" 벌써? 한시간도 안되었는데 뭘, 두시간쯤 지나면 슬슬 내려가 봐야지"

저희 부부 대화를 듣고 있던 같이 여행온 분이 저집은 아빠는 '외계인', 엄마는 '계모' 라고 해서 한참 웃었습니다.

성삼재에서 잠깐 쉬다가 아무래도 아이들이 늦어져서 전화를 해보니 작은 녀석은 포기하고 개미 잡으면서 놀고 있고 큰녀석은 끌바를 하면서도 끝까지 올라가겠다고 해서 올라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천천히 올라오라고 하고 먼저 출발해서 다운힐후 정령치로 다시 업힐.

초반에는 너무 쉬워서 이상하다 했는데 역시나 경사도 14% 표지판이 나타나더니 근 4-5km를 계속 이 경사도를 유지하는데 막판에는 정말 심하게 끌바의 유혹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서 라이딩하는 코피님을 보고 힘내서 계속 전진....마침내 정령치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막상 올라와 보니 좀 짧아서 아쉽다.... (내가 미쳤구나....^^)







정령치 정상에서 잠시 쉬다가 육모정쪽으로 다운힐....  브레이크 잡느라 손이 아플정도로 끝도 없는 다운힐을 하니 거꾸로 다시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후에는 섬진강변 라이딩을 하기로 했기에 다음 기회로 미루고 점심을 먹고 섬진강으로 이동.

천은사 휴게소에서 성삼재까지 8km 정도고 육모정에서 정령치 정상까지 12km 정도 업힐인데 육모정에서 정령치쪽의 업힐이 더 재미있을 거 같더군요. 더 길고 경사도도 훨씬 인간적이고....^^



오후 라이딩은 화개에서 출발해서 하동까지 라이딩한후 하동 소나숲에서 잠시 휴식후 재첩국으로 유명한 동흥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광양쪽으로 다리를 건너서 다시 출발지인 화개까지 라이딩으로 총 40km.









져지와 쫄바지를 거부하고 라이딩하는 김여사.


얼마전에 새로 놓이 화개교를 건너고 있습니다.











하동 송림에 도착해서 휴식.













얼결에 따라왔다가 참으로 별난 짓을 하는 사람들 봤다는 일행.^^



광양쪽 길은 더 한산해서 라이딩하기엔 최고로 좋더군요.

새벽부터 1,2,3부로 이루어진 총 90km의 라이딩을 끝내고 나니 저녁 7시.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어제 먹다남은 막걸리를 마시며 밤 늦도록 수다를 떨었습니다. 그동안 수십번 이곳을 다녀왔지만 자전거로 돌아보고 나서야 제대로 여행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음에는 이번에 못가 화개쪽 길로 칠불사까지 업힐을 해보고 육모정에서 정령치, 성상재, 천은사쪽으로 반대쪽으로 라이딩을 꼭 해보고 싶어집니다.

마지막 총정리



ps. 주워들은 말
.아빠는 외계인, 엄마는 계모
.시키는 부모도 이상하지만 시킨다고 하는 아이들도 참으로 신기해요.
.하동 사람들은 아무리 술마셔도 걱정이 없겠네(재첩국먹어본후)
.지리산, 설악산 종주보다는 성삼재 업힐이 쉬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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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방도로 내놔!!




어제 퇴근하는데 맨날 다니는 48번 도로는 지겹다는 생각이 들어서 김포 안쪽 도로로 들어갔습니다.

제한속도 80km, 왕복 4차선 도로인 48번 도로 갓길에서 고분분투하다 작은 길로 들어가니 도로 상태는 더 나빠도 긴장을 덜하게 되니 어찌나 마음이 편하던지...

문제는 이 길로 계속 가려면 전류리 포구를 지나(김훈의 자전거 여행2에 전류리 포구에 대해서 나옵니다. 한강 최하류의 포구지요. 붉은 깃발을 단 어선이 있습니다.) 제방도로로 연결되는데 이 길은 갓길이 중간 중간 없어지고 신호등이 없어서 차들이 과속하는 구간이라 자전거로 가기가 꺼려집니다. 게다가 한강 바람도 장난이 아니고....

중간에 48번 도로로 나갈까 하다가 이왕에 온 김에 계속 제방도로로 직진했습니다. 퇴근시간이라 차가 줄줄히 막혀있어 과속 염려는 없더군요. 갓길이 없는 곳에서 도로 옆으로 떨어지기를 몇차례 반복 했고 맞바람에 좀 힘들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다닐만했습니다. 이 제방도로는 북쪽 일산쪽의 자유로와 마찬가지로 김포 신도시가 만들어지면 조만간 88도로와 연결되는 자동차 전용도로로 바뀔 예정인거 같습니다. 철조망도 철거할 계획이라는 말도 있고...  철조망이 없어지고 개발이 되고 차가 더 많아지면 그동안 억지로라도 보존이 되던 한강하구의 습지는 완전히 회복 불가능하게 파괴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길 넓히고 산 깎아내고 바다메우는 일로 먹고 사는 우리 현실에 비추어 보면 절대 실현 불가능 한 일이겠지만 이 제방도로를 보행자와 자전거의 통행로로 만들어 한강 자전거 도로와 연결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 빨간색 - 제방도로, 하늘색 - 48번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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