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닛
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이라는 소개를 읽었지만 이런 타이틀 때문에 책을 사게 된건 아니고(비뚤어진 성격이라 상받은 소설이나 베스트셀러는 안사거든요^^) 신문 서평에서 내용을 얼핏 읽고는 안읽을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토머라는 해괴한 돌연변이를 이야기를하는 거 같지만 영화의 돌연변이들 처럼 강하지도 못하고 거대 도시라는 심연속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다 살아남기위해 진화해 가는 군상을 시치미 뚝 떼고 늘어놓는 작가의 언변이 보통이 아닙니다.
읽다보면 중국의 '산해경'이 떠오르기도 하고 보르헤스의 신비적인 소설이 떠오르기도 하고 전지구적 자본주의 비판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최근에 읽은 박민규의 '핑퐁'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과 김언수의 '캐비닛'도 결국엔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인간이라는 종이 과연 계속 지국에서 번성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것이죠.
이런 말은 캐비닛에 이상한 징후를 가진 사람들의 자료를 넣어두기 시작한 권박사의 유언과 같은 말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나는 더 아름다운 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더 이타적이고 더 따뜻하고, 그래서 자신의 삶을 항상 이웃의 삶과 같이 생각하는 박애적인 종이 이 지구 위에 번성했으면 좋겠어.”
박민규의 핑퐁에서 왕따 당하는 중학생 모아이와 못이 지구의 운명을 결정짓는 핑퐁 게임을 마치고 미련없이 리셋을 선택하는 것처럼 과연 이대로 지구가 얼마나 버틸수 있을지 묻고 있습니다. 여느 환경주의자들의 주장처럼 지겹지 않게 능청스럽게 거짓이라고 처음부터 떠벌여놓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능력이 아주 맘에 듭니다. 게다가의 책 끝에 실려있는 그의 인생사를 들어보면 역시 소설가는 뭔가가 다르기는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자전거 타고 휘적거리면서 육개월간을 출퇴근을 해보니 점점 자본주의와 미친듯이 달려가는 속도가 두려워집니다. 자전거는 인공물이지만 자전거의 속도는 육체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물론 자전거의 속도는 아주 놀라울 정도입니다. 인간이 자전거의 속도를 넘어서기 시작하면서부터 스스로의 종말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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