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겨울

아침에 출근할때는 서울 날씨가 풀렸다고 해서 가볍게 입고 나서면(분명히 영상 5도) 김포 지나서 부터 슬슬 추워지기 시작해서 강화 근처까지 가면 얼음이 꽁꽁 얼어 있습니다. 같은 위도에서 온도차가 이렇게 크다는 건 서울의 환경이 많이 나쁘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온도차가 많이 나서 복장을 맞추기가 어렵네요. 몸이 추운건 빨리 달리면 되는데 손발이 시려워서 괴롭습니다.ㅠ.ㅠ
왕복 4차선 도로인 48번 도로를 한시간 넘게 주행햐야하기 때문에 후미등을 두개켜고, 반짝이는 점멸등을 자전거에 세개 붙이고 헬멧에도 하나 붙이고 야광 엑스밴드까지 하고 양쪽 발목 반사밴드까지 엄청나게 치장을 하고 다닙니다. 운전자가 최소한 잘 안보여서 쳤다는 말은 못하게 하려구요.^^ 제 뒷모습이 어떠냐고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엄청 요란하다고 합니다. 그럼 성공이겠죠?
도로주행을 오래 하다보니 제 생각에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갓길에 붙어서 주행할때는 오히려 버스가 빵빵거리며 바짝 붙어 주행하고 위협하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는 걸 알았습니다.(물론 옆으로 지나갈테니 조심하라고 경적을 울리기도 하지만 악의적으로 가장자리로 몰아붙이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요새는 배짱으로 차선 하나를 차지하고 가운데로 가거나 바깥차도의 1/3 지점으로 주행을 합니다. 뒤에서 빵빵거리면 고개를 돌려서 째려보기만 하고 절대로 안비켜줍니다.
당신들은 차선하나가 더 있으니 답답하면 차선 변경해서 가시요. 차선하나는 미운놈이 차지 하겠소! 하는 마음으로요.
이렇게 주행하니 오히려 알아서 대부분 잘 비켜서 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약자라고 알아서 보호해 주겠지라고 생각해서는 절대로 얻을 수 없다는 걸 몸으로 깨닫고 있습니다.
도시에서만 생활하고 자동차에서 난방이 잘 된 건물로만 이동하며 살아가면 환경이 어떻게 변하는지 무관심해 질 수 밖에 없지만 지난 반년동안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기후변화에 예민해졌습니다. 3년전 강화로 처음 왔을 때만해도 겨울에 얼음이 꽝꽝얼어서 스케이트장에서 썰매도 탔고 강화대교를 건널때면 한강에서 떠밀려온 얼음 덩어리가 둥둥 떠내려가는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불과 3년만에 얼지않는 겨울을 보내게 되는군요. 누구는 겨울이 춥지 않아서 자전거 타기 좋다고 하지만 추운 겨울을 손주들에게 옛날 이야기로만 전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슬퍼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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