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2000년에 큰 아이를 강원도 삼척에서 초등학교에 입학시킬때 예감이 별로 안좋았습니다. 그때 기억이 '학교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였으니까요. 그래도 시골에 살 때는 이것저것 보는게 없으니 아이들을 자연과 더불어 실컷 놀리면서 키울 수 있었는데 어찌어찌하다 보니 서울 대치동에서 2년을 살다가 김포에서 3년 살고 목동에서 3년째 살고 있습니다.
대치동과 더불어 목동은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이지요. 뭐 여기는 꼴찌도 학원은 기본 6개는 다닌다고 합니다.^^ 목동은 묘하게 대치동하고는 분위기가 좀 틀린데 아무래도 중딩들을 쪼아서 특목고에 보내는 거에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올인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특목고에 못가면 남아있는 고등학교들이 고만고만하고 별로 좋은 곳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고등학교는 강남의 8학군이 유명하고 그쪽은 그쪽 나름의 분위기가 있는데 그때 초딩때라 잘 기억이 안나네요.
지난주까지 중간고사 기간이었습니다. 이동네는 아이들 시험기간이면 부모들의 약속도 중지, 사교활동도 중지, 극장도 한산, 심지어는 교보도 아주 한가합니다. 그동안 시험을 보던말던 아무 상관없이 지내다 시험기간인데 아빠가 너무 신경을 안써준다는 가족들의 성화에 아주 쬐끔 성의를 보였는데 이게 아주 곤역스럽습니다.^^
먼저 일요일에는 새벽에 일어나서 함께 도서관에 갑니다. 저도 학창시절에 멀쩡한 공부방 놔두고 국기원 도서관이나 남산도서관으로 공부하러 다녔기에 뭐라 말 못하고 같이 가줍니다. 줄서서 들어가니 요새는 시스템이 좋아져서 미리 신청해놓은 바코드를 기계에 대면 자리를 선택해서 앉을 수 있습니다. 물론 자리가 없으면 대기표가 나오구요. 일단 자리 배정을 받으면 7시간 동안 자신의 자리가 되고 더 있으려면 마감 2시간 전에 연장신청을 해야합니다. 집에 갈 때는 바코드를 이용해서 자리 반납을 해서 대기인원에게 자리를 배정해 줍니다. 반납을 3회 안하고 가면 일정기간동안 자리배정을 안해주는 벌칙도 있어서 나름 합리적으로 운영하고 있더군요. 예전에는 자리 없을 때면 이리저리 빈자리를 찾아 '메뚜기'를 뛰거나 어쩌다가 '사마귀'가 되어 자리를 빼앗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건 없어졌네요.
집에서는 식탁에서 모두 모여서 같이 공부를 합니다. 음악도 못듣고 영화도 못보고(테레비야 원래 없으니 문제 없지만) 컴퓨터도 못하고 같이 앉아서 책을 읽어야합니다.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아주 고생 많이 했습니다. 덕분에 1000쪽이 넘는 '다윈평전'을 거의다 독파했네요.^^
대학진학율이 80%가 넘고 대학교육에 드는 비용은 천정부지에 허리가 휘고 졸업하고 나면 투자비용을 뽑기는 커녕 생존하기도 만만치 않은 이 시대에 과연 어떤 교육을 해야할지 대부분의 부모들의 고민이겠지요. 좌우 안살피고 무조건 명문대, 인서울, 유학 등등 이런 건 분명히 아닌데 딱히 틈이 보이질 않아서 답답할 따름입니다.
그래도 결론은 이제 중간고사 끝났으니 당분간은 술도 좀 먹고 봄날을 즐기고 싶다는 중년 아비의 푸념이었습니다.^^
Trackback :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