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휴가 보고서(3부)
확실히 넷이서 여행온거보다 둘이서만 오니 아주아주 심심하고 재미가 없습니다. 그저 달릴뿐이죠. 그래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도 들고요. 어제 저녁에 대학동기 둘하고 저녁을 먹으면서 반갑기도 했지만 다들 처한 상황이 슬프기도 했습니다. 재활의학과 개업중인 강원장은 제주시에서 50km를 출퇴근하고 있었고(저도 45km니 뭐 비슷하네요.) 얼마전에 병원을 새로 지은 김원장(서귀포 열린병원, 정형외과)은 아내와 딸둘을 서울로 보내서 기러기 아빠가 되었더군요. 그래도 워낙에 스포츠광인 김원장은 얼마나 열심히 운동을 하는지 싱글까지 한 골프는 그만두고 이제는 테니스와 축구에 심취해서 몸무게가 학생때하고 똑같다고 합니다. 열심히 운동을 하고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 아침에 빵조가리 먹고 출근하는 모습을 보니 맘이 짠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저하고 지관이는 떠나기 전날까지 친구의 넓고도 텅빈~~~ 집에서 편하게 묵었습니다.^^
처음에 여행을 계획하면서 평소 자전거를 거의 타지 못한 지관이를 위해 서서히 마일리지를 올려가며 몸을 만들어주고 점점 힘는 코스도 도전해서 자신의 한계도 느껴보고 또 어려움을 참고 이겨낸후에 느낄 수 있는 성취감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고.... 무엇보다도 자전거라는 경이로운 기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내 다리의 근육으로 땀흘려 달리고 가슴이 터질듯한 통증, 찌는듯한 햇살, 살갖을 스치는 바람,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 중산간의 막막함과 피흘린 흘픈 역사 ....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관이를 살살 잘 꼬셔서 라이더를 만들고 싶었는데 역시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았다는 거.
8월 12일(여행 4일째)
아침일찍 모텔에서 짐을 챙겨서 근처 친구 아파트로 가서 짐을 맡기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출발. 오늘 코스는 표선까지 해안도로로 가서 표선에서 '춘자국수'집에서 국수를 먹고 지난번에 지나쳤던 김영갑 갤러리에 들러서 다랑쉬오름을 지나 비자림, 삼나무가 아름답다는 1112번 도로를 달려서 산굼부리를 지나 1118번도로를 타고 서귀포로 돌아오는 예정입니다.
밤새 비가 왔지만 아침에는 해가 반짝하고 개었습니다. 짐도 모두 친구집에 풀어놓고 가뿐하게 표선까지 달려가서 유명한 춘자국수를 먹었습니다. 맛난 국수가 단돈 3000원.
국수를 먹고 출발을 했는데 아차! 핸들바 가방을 국수집에 두고 왔습니다. 지갑,카메라,핸폰등 아주 중요한 물건이 들어있어서 지관보고 기다리라고 해놓고 죽어라 달려갔더니 주인분이 잘 보관해 놓았더군요. 그런데 이 짧은 시간에 지관이는 천천히 갓길로 주행하고 있었는데 앞바퀴로 굵은 철사(양동이 손잡이로 추정)를 밟았가가 스포크로 끼어들면서 앞으로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다시 돌아와보니 팔꿈치에 찰과상을 입었고 허벅지에 타박상을 입었는데 그리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상당히 놀란 표정이었습니다. 자전거를 점검해 보니 앞스포크가 하나 휘었고 타이어 옆구리가 철사에 찢어서 펑크가 난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림도 좀 휘었더군요.
많이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안정을 시켜준 후에 튜브를 교체했더니 역시나 찢어진 옆구리로 튜브가 삐져나와서 이대로는 탈 수 없는 상황. 림은 약간 흔들리기는 하지만 주행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였지만 도로용 타이어를 구하려면 제주시에 있는 한라싸이클까지 가야하기 때문에 하루 라이딩을 망칠위기에 처했습니다. 순간 제 타이어에는 자출용으로 쓰기위해 튜브와 타이어 사이에 펑크방지 테이프를 쓰고 있다는 걸 깨닿고 방지 테이프를 조금 잘라서 찢어진 타이어 옆구리에 대고 움직이지 않도록 펑크 수리용 본드로 고정시키고 튜브에 바람을 넣어보니.... 빙고! 아주 훌륭하게 복구가 되었습니다. 이날 친구집으로 복귀후에 병원에서 봉합용 나일론을 가져다달라고 해서 튼튼하게 봉합까지 하고 혹시나 모르니 앞바퀴를 바꿔서 제가 끼우고 다녔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비가 오기시작합니다. 맞바람을 가르며 다랑쉬오름쪽으로 달리는데 앞으로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걱정이 되기시작했습니다. 하기야 집단학살의 아픔 있는 곳으로 가는데 오히려 이런 날씨가 어울리기는 합니다.
용눈이오름.
아마도 아끈다랑쉬오름.
비바람이 몰아쳐 자전거를 가누기 힘들정도가 되었습니다. 다랑쉬오름은 뒤쪽으로 보이는데 찬찬히 사진찍을 여유가 없었습니다. 잠깐 쉬면서 방풍옷을 입고 내쳐 달렸습니다.
이때 지관이가 갑자기 제안을 합니다.
아빠! 이런 악천후를 달릴 때는 가산점을 주시면 안되요?
- 그래? (요녀석 봐라? 제법 사업 수완이 있네?) 얼마?
1.5배 어때요?
- 좋아! 딜!
어짜피 쩨쩨하게 굴거 없어 호탕하게 그러자고 했는데....
오름을 지나니 거짓말처럼 날씨가 개었습니다. 갑자기 해가 쨍쨍하니.... 이거 갑자기 손해보는 느낌이..^^ 전형적인 중산간제주도 날씨인가요? 카메라렌즈에 물방이 아직 묻어있네요.^^
비자림에 도착. 매점에서 포카리 채우고 다시 출발. 60km 지점
찌는듯한 더위에 힘들게 업힐하는데 이번에는 제 자전거 뒷바퀴 펑크. 갓길이 없어서 뙤약볕에서 튜브 교체. 예전에 때웠던 부위에 땜빵했던 부위가 다시 떨어졌더군요. 이런 긴 여행전에는 튜브도 새걸로 교체하고 와야하는 것을.... ㅠ.ㅠ 하루에 두 번 펑크가 나니 비축해 놨던 예비 튜브 두개를 다쓰고 말았네요. 다음에 또 펑크나면 이제는 때우는 수밖에 없군요.
기대했던 삼나무길 1112번 도로. 다시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따로 점심을 먹지 않고 라이딩 내내 행동식으로 해결했습니다. 20분 마다 파워바 1개씩, 수시로 이온음료 보충.
신나게 달려서 산굼부리 도착. 예전에 신혼여행왔던 곳이라 구경하고자 했더니 만사 귀찮아서 다음으로 미루고 출발.
1118도로로 들어서기 전 기념촬영. 억지로 웃고 있으나 앞으로 무슨일이 벌어질지 정말 모르고 있었습니다. 배경하늘이 복선이었습니다. ㅠ.ㅠ
멋진 1118도로. 하지만 비가 다시 오기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부슬비가 아니고 태풍이 온 것처럼 휘몰아 치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이길은 갓길도 없고 공사중이라 아주 험악하네요. 차들은 악천후에도 엄청 내달리고....
금방 그칠 비가 아니기에 방풍옷을 꺼내입고 마음은 급해도 파워바 먹으며 칼로리바로 에너지 보충하고 아껴뒀던 파워젤도 꺼내먹었습니다. 비가 엄청나게 오니까 물이 엄청나게 튀어서 뒤따라 가는 게 더 어렵더군요. 지관이를 앞장 세운건 바람막이 하려고 한게 아니라 뒤에서 차에 받힐까봐 제가 막아주려고 한겁니다.^^ 비에 젖으면 도로 자전거는 제동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므로 브레이크 잡는 요령도 다시 가르쳐주었습니다.
차들이 겁나게 달리는 1118도로를 벗어나 한적한 중산간 도로로 접어들었습니다. 서귀포까지 20km. 넉넉하게 한시간이면 도착하겠구나하는 마음이 드니 갑자기 긴장이 풀어지네요.
눈이 원래 작습니다.^^ 비가 하도 내려 앞이 잘 안보인다고 고글을 벗으면 비때문에 눈을 못뜨겠더군요. 어찌나 눈을 비볐는지 완전 충혈.
간신히 비피할 곳을 찾아 버스정류장에서 휴식과 함께 간식. 사진찍을 때 웃으랬더니 어째....^^
3년전에도 마지막날 비를 쫄딱 맞으며 라이딩했죠. 보면 볼 수록 김여사한테 잘해야되겠다는 생각이 절로듭니다.^^
총정리 : 주행거리 110km, 주행시간 6시간 25분, 악천후 가산점 *1.5
획득 마일리지 = 110 * 1.5 =165 , 100* 500 + 65*1000 = 115000점,
- 총합 207500점
Trackback :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