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룹

가을에 송이라면 봄에는 무엇보다 두룹이다.
어린시절 봄철이면 두룹이 밥상에 꼭 올라왔다.
아버지가 아주 좋아하셨는데 그때 억지로 맛본 기억으론 '어째, 이런 걸 먹을까'였다.
서른이 훌쩍 넘어서야 나는 두룹의 맛을 알게 되었다.
가시나무의 새순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을 때도 같은 생각이었다.
'징하다! 정말 어떻게 이런 새순을 먹어볼 생각을 했을까?'
미식가라서 이것저것 먹어봐서 알아내지는 못했을 터.
분명 봄철 춘궁기에 닥치는 대로 먹어보다 이 맛을 알게 되었을 거다.
마흔이 넘어 이 좋은 계절에 두룹을 먹으니 잠시 아버지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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