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그날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물결이 물결을 불러 그대에게 먼저 가 닿았습니다
    입술과 입술이 만나듯 물결과 물결이 만나
    한 세상 열어 보일 듯 했습니다
    연한 세월을 흩어 날리는 파랑의 길을 따라
    그대에게 건너갈 때 그대는 흔들렸던가요
   그 물결 무늬를 가슴에 새겨 두었던가요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강물은 잠시 멈추어 제 몸을 열어 보였습니다
   그대 역시 그처럼 열리리라 생각한 걸까요
   공연히 들떠서 그대 마음 쪽으로 철벅거렸지만
   어째서 수심은 몸으로만 겪는 걸까요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이 삶의 대안이 그대라 생각했던 마음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없는 돌다리를
   두들기며 건너던 나의 물수제비,
   그대에게 닿지 못하고 쉽게 가라앉았지요
   그 위로 세월이 흘렀구요
   물결과 물결이 만나듯 우리는 흔들렸을 뿐입니다
- 권혁웅「황금나무 아래서」문학세계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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