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오도카니 앉아 있습니다

이른 봄빛의 분주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발목이 햇빛 속에 들었습니다

사랑의 근원이 저것이 아닌가 하는 물리(物理)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빛이 그 방에도 들겠는데

가꾸시는 매화 분(盆)은 피었다 졌겠어요

흉내 내어 심은 마당가 홍매나무 아래 앉아 목도리를 여미기도 합니다

꽃봉오리가 날로 번져나오니 이보다 반가운 손님도 드물겠습니다

행사(行事) 삼아 돌을 하나 옮겼습니다

돌 아래, 그늘 자리의 섭섭함을 보았고

새로 앉은 자리의 청빈한 배부름을 보아두었습니다

책상머리에서는 글자 대신

손바닥을 폅니다

뒤집어보기도 합니다

마디와 마디들이 이제 제법 고문(古文)입니다

이럴 땐 눈도 좀 감았다 떠야 합니다

이만하면 안부는 괜찮습니다 다만

오도카니 앉아 있기 일쑵니다


(장석남,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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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일상의 공유라는 가장 큰 모험을 함께 하는 그대가 태어난 날

언제고 함께 같은 방향을 보면서 갈 수 있길 기도하며...

그대와 함께하는 매일이 이렇게 좋은 줄 알았다면
더 일찍 시작할걸 그랬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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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결혼 20주년


1. 축하할 만한가? : 그럭저럭

2. 살아보니 어떤가? : 잘 모르겠다

3. 그럼 한 20년 더 살아봐? : 그럴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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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는 어렸을 때 침을 많이 흘렸고, 늘 젖을 토했다. 두 돌이 다 지나도록 턱 밑에 수건을 매달았다. 안아 주면 늘 삭은 젖 냄새가 났다. 나는 그 젖 냄새에 늘 눈물겨워했다. 이것이, 내 혈육이고 내가 길러야 할 내 어린 자식의 냄새로구나. 내가 배반할 수 없는 인륜의 냄새로구나.....

술 취하고 피곤한 저녁에, 잠든 아이의 머리에 코를 대고 아이의 냄새를 맡으면서 나는 때때로 슬펐다. 내 슬픔은 결국 여자의 태(胎)에서 태어나서 다시 여자의 태 속에 자식을 만드는 포유류의 슬픔이었다. 여자의 태는 반복과 순환을 거듭하며 생명을 빚어내는 슬픔의 요람이었다.  (김훈, 바다의 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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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胎를 빌려 아이들을 낳고 스무해를 살았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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