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집에 관한 생각



2009, 김포, Fuji 645zi, NP400

미루나무 위에 골똘한 생각처럼 까치집이 맺혀 있다. 부스스한 머리를 다듬지도 않은 채 아침부터 생각에 잠긴 사람처럼 까지집이 얹혀 있다. 다른 나무들이 고의로 부러뜨렸거나 일부러 떨어뜨린 가지들이 모여 까치집을 이루고 있다. 사람이 버린 것, 이를테면 손톱과 발톱, 귀지와 살비듬, 머리터럭과 피지와 몇 방울의 눈물을 옛 생각과 버무린 것처럼 까치집이 놓여 있다. 처음부터 머리 둔 곳이 거기라는 둣이.  (권혁웅, 두근두근, 랜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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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도 좋은 것

카톡의 메시지 읽음 확인기능. 보낸 메시지 옆에 숫자가 써있는데 받은 사람이 확인을 하면 그 숫자가 사라진다.

다투고 나서 더 많이 그리워한 사람이, 혹은 변심한 애인에게 찌질함을 알고서도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초조하게 그가 읽었는지 확인을 반복한다. 확인하다 숫자가 사라진 순간부터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그가 읽었는데 답장을 보낼까 안보낼까? 보내도 일부러 늦게 보내는걸까 알면서도 이제는 안중에 없으니 신경쓰기 싫다는걸까? 내가 메시지를 확인했으나 이제는 그대에게 마음이 없으니 알아서 떨어지라는 걸까? '왜이래? 촌스럽게! 선수 아니었어?' 라고 묻는걸까?

긴긴밤 편지를 쓰고 또 써서 망설이고 망설이다 보내고 나서도 후회를 하다가 답장이 안오면 중간에 배달 사고가 났으려니, 아니면 분명 답장을 썼는데 우편배달아저씨가 몸이 아파 못 온 거라고 내일이면 분명 올거라고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면서 아픈 마음을 다독일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한다. 물론 전설이니 사실여부는 묻지말자.

즉시로 전달되나 상대방의 맘까지 즉시로 알려주는 이 시스템. 누군지 참 잘 만들기는 했으나 최소한 사랑은 안해본 사람일거다. 해봤어도 아파보지는 못해본 사람일 거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꼬리를 무는 밤이다.


그대여 난 정말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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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인형

2010, 김포, 장기동, Fuji Klasse S, TMX


그대의 숨결에 일어서고 춤추고 웃는 삐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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