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듯 어려운 듯 - 스파게티니 알리오 올리오

몇달전까지 이런 파스타가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동네 스파게티집 가면 크림소스나 토마토 소스 파스타에 피자를 먹는 게 제 이태리 음식 경험치였으니까요.

좀 특이하다고 하면 매드포갈릭에서 매운 홍합찜 정도?


그러다 공부 시작하면서 전혀 관심도 없던 드라마 파스타를 정주행 했고 거기서 공효진이 눈물 찔찔짜면서 만들던 알리오 올리오라는 걸 봤습니다.

워낙 단순한 요리라 뭐 별거 있겠나 싶었는데 막상 만들어 보니 재료가 너무 적어서 오히려 힘들더군요.

뭔가 강한 소스가 있으면 앞에서 좀 실수를 해도 막판 역전이 가능하겠는데... 이건 그럴수가 없어요.


이름처럼 스파게티니 - 스파게티보다 얇은 파스타, 강한 맛이 없는 소스에는 가는 파스타가 좋습니다. 보통 스파게티가 10분이상 삶는데 이건 4-5분

알리오 - 마늘

올리오 - 올리브유


이렇게 딱 세가지에 기호에 따라 페페론치노 라고 하는 매운 고추, 앤쵸비를 넣기도 합니다.


오리지날 알리오 올리오를 구경해보지 못했지만 상상컨데 마늘은 찧어서 올리브유에 향만 입히고 건져내 버리고 올리유만 있는 뻑뻑한 파스타일거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는 팍팍해서 먹기 힘들죠. 이태리 사람들은 항상 와인과 함께 식사를 하기 때문에 국물이 없어도 뻑뻑한 음식을 잘 먹는다고 합니다. 와인이 우리의 국 역할을 하는 거죠.


제가 배운 레시피는 상당히 한국화된 거라고 생각하는데(모든 전래음식은 결국 현지화가 되겠죠. 정도 차이겠지만) 마늘 듬뿍, 페페론치노 넣고, 닭육수나 파스타 삶은 물을 넣어서 살짝 자작하게 만듭니다.


오늘의 주인공 햇마늘. 제주도 대정마늘이 출연해 주었습니다. 마늘을 골고루 익히려면 고르게 저며야 하는데 칼질이 아직 많이 서투네요.

소금을 넣은 물에 스파게티니를 삶습니다. 시간이 얼마 안걸리니까 미리 마늘을 준비해 놓는게 좋습니다. 상당히 양이 많죠?
저희집에서는 500g이 4인분입니다. 장정이 둘이나 있어서.


팬에 올리브유를 넉넉하게 (2큰술)하게 두르고 약한 불에 마늘을 볶습니다. 노릇하게 볶아지면 건져서 키친타올에 기름을 제거, 말은 간단하지만 이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일단 마늘을 고르게 저미고 볶다보면 마늘에서 진액이 나오면서 들러붙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젓가락을 사용하는 게 좋던데 결정적으로 젓가락질은 못배운 저로서는 ...^^;;;

남아있는 올리브유에 페페론치노를 1-2개 잘라넣고 1분정도 볶습니다. 너무 오래 볶으면 고추는 금방 타버립니다.
고추를 볶은 후 불을 끄고 삶은 스파게티니와 파스타 삶은 물을 부어줍니다.(불을 안끄고 넣으면 기름이 튀어요)
다시 팬에 불을 켜고 올리브유가 면에 잘 배도록 섞어준후 올리브유를 2-3 큰술 듬뚝 뿌려주고 미리 볶아논 마늘과 파슬리를 올리면 끝!

아주 간단하죠?
15분이내면 만들수 있어서 라면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게 뭐가 맛나겠나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외로 중독성이 강해서 잘 질리지 않습니다.


About this entry


지방 섭취에 대해서

미리보시면 좋은 자료
1. 옥수수의 습격

http://wizard2.sbs.co.kr/w3/template/tp1_review_detail.jsp?vVodId=V0000311936&vProgId=1000126&vMenuId=1002036&vVodCnt1=00224&vVodCnt2=00

http://wizard2.sbs.co.kr/w3/template/tp1_review_detail.jsp?vVodId=V0000311936&vProgId=1000126&vMenuId=1002036&vVodCnt1=00225&vVodCnt2=00


한겨레 기사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life20/374131.html


요새는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다닐때는 의대커리큘럼에 영양학이 없었습니다. 건강을 유지하는데 먹는 것과 운동하는 것이 두축을 이루는 건데 사실 제대로 공부할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일단 병에 걸리면 치료는 해도 아무래도 예방에는 좀 무관심한게 사실입니다.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처방을 받고 나가기 전에 어떤걸 먹어야하느냐, 뭘 피해야하는냐 등등을 물어보는데 길게 말해줄 시간도 없지만 문제는 별로 아는 것도 없는 겁니다. 그리고 또하나의 문제는 먹는 것에 대한 이론들이 너무나 다양하다는 것도 있지요. 수많은 각종 다이어트만 봐도 질릴 정도니까요.

그러면 과연 진리는 무엇일까요? 제 짧은 식견에 의하면 이 문제에 대해서는 마이클 폴란이 행복한 밥상에서 한 말이 정답일 겁니다. - 전통식단을 유지하라(몽골식, 에스키모식, 지중해식, 일본식, 한국식 등등 다만 미국식 식사를 피하라), 채식을 주로 하라, 음식을 먹어라(공장에서 만들어진 쓰레기가 아니라), 과식하지 마라(실제로 동물실험에서 수명이 의미있게 늘어난게 그 어떤 항산화물질보다 단순히 음식량을 줄인것이라 합니다)

최근에 요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여 몇가지 책과 동영상을 찾아봤습니다. 그전에도 가능하면 도정하지 않은 곡물을 먹고 수입식품을 가능한 피하고 한살림을 주로 이용하는 와이프 덕분에 건강한 식생활을 해오고 있었지만 남이 해주는 음식을 먹을 때보다 제손으로 음식을 만들어 보니 예전에는 보지 못하던 세세한 디테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여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중에 작년에 SBS에서 방영한 '옥수수의 습격'이라는 다큐를 보게 되었습니다.(텔레비젼없이 10년 넘게 살아서 이런 프로가 있었는지 전혀 모르고 지냈네요. 방영당시 좀 화제가 되지 않았을까요?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이던데)

그 내용을 보면 처음에 아직도 많이 비만하신 아저씨가 나와서 엄청난 버터(하루에 300그램 - 저희 집에서 한달을 먹는 버터가 200그램입니다)와 계란을 먹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감량에 성공하고 고지혈증 검사 결과도 좋아졌다고 합니다. 체중이 빠진것은 지방위주의 식사를 해도 전체 칼로리가 낮으면 빠질수 있지만 중성지방이 300에서 50으로 떨어지고 HDL(좋은 지방)이 20에서 70으로 올라갔다는 건 설명하기 힘들죠. 여기서 그 이유가 풀을 먹인 우유로 만든 버터를 먹은게 이유라고 주장합니다.

중간에 옥수수를 거의 먹지 않는 가족의 머리카락으로 방사성 동위원소를 측정했더니 무려 34%가 옥수수에서 유래된 탄소를 가지고 있다는 장면이 나옵니다. 처음에는 C13의 비율만 가지고 이게 어디서 유래된 것인지 알수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는데(검색해보니 이걸 비판하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검색해 보니 광합성을 하는 식물은 C3광합성계통(벼과등 대부분 식물)과 C4 광합성 계통(옥수수, 사탕수수)으로 나뉘는데 C4 계열이 훨씬더 효과적인 광합을 하기 때문에 C12와 C13의 비율을 알면 몸을 구성하고 있는 탄소가 어디서 유래했는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걸로 가짜꿀을 판명할 때 쓴다고 합니다.(설탕을 넣은 가짜꿀은 C13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마이클 폴란의 명저 '잡식동물의 딜레마'의 앞부분에 자세히 나오죠. 가공업자들은 옥수수로 수백가지의 식품첨가물을 만드는데 자신도 모르게 제일 많이 먹는게 단맛을 내는 '고과당옥수수시럽(HFCS)'입니다. 대부분의 청량음료등에 설탕대신 쓰이고 있지요. 그리고 튀김에 쓰는 식용유는 대부분 옥수수기름일거구요. 사료로 옥수수를 먹인 고기와 계란을 먹으면서 과자, 청량음료를 먹으면 아무리 눈에 보이는 옥수수를 안먹어도 이런 결과를 보이게 되는 거지요.

이 다큐가 주장하고 있는 것은 우리를 병들게 한것이 동물성 지방이 아니라 옥수수를 사료로 먹인 가축이 문제라는 주장입니다.

식품공학이 처음에 만들어낸 악당은 동물성 지방이었습니다. 동물성지방을 많이 먹는 미국인한테 심혈관계질환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동물성지방이 주식인 몽골인이나 에스키모인들은 거의 그런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게 이상했죠.

그래서 동물성 지방을 대체하는 팜유같은 식물성지방이 대량생산되기 시작하였고 (우리나라도 라면에 쇠기름을 쓰던 삼양이 호되게 당하고 식물성 기름이라고 팜유가 쓰이기 시작했던 과거가 있습니다. 하지만 팜유는 식물성이지만 포화지방산이지요) 옥수수기름이 식물성 기름이라는 이름하에 널리 쓰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게다가 식물성 기름에 수소를 첨가해서 단단하게 굳혀 이동과 저장이 용이하게 만든 '마가린'이 버터를 대신했습니다. (하지만 마가린은 식물성이만 지금은 아주 악명 높은 트랜스 지방이었습니다)

옥수수기름은 식물성기름이면서 필수지방산인 다가불포화지방산이라서 당연히 건강에 좋을 거라고 생각했고 옥수수를 동물사료나 면직산업물로 가공하면서 만들어지는 부산물로써 생기는 기름을 버리지 않고 팔아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더많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옥수수에 들어있는 기름은 추출자체가 극히 힘들고 함유량도 1~3%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통사회에는 쓰일수 없었습니다. 공업화 되면서 고온, 고압, 용제등을 사용하여 추출하기 전까지는 존재조차 알기 힘들었습니다.


잠깐 용어 설명을 하면 지방산은 크게 세가지로 나뉘는데 (http://blog.naver.com/rang2121/70018727880 참조)
1. 포화지방산 : 모든 탄소원자가 단일 결합으로 수소와 결합되어 있어 '수소로 포화'된 상태, 대부분의 동물성 기름(우리가 과다하게 섭취한 탄수화물도 포화지방산으로 바꾸어 뱃살이 됩니다)

2. 단일불포화지방산 : 탄소사슬에 하나의 이중결합을 가지고 있으며 올리브유, 캐놀라유가 포함(냉장고에서 탁해진단)

3. 다가불포화지방산 : 두개 이상의 이중결합을 가지고 있으며 이중결합이 많을 수록 더 많이 불포화된 기름이며 낮은 온도에서도 응고되지 않는다. (아마씨유와 생선기름이 가장 불포화된 기름이다) 다가 불포화지방산에는 오메가-3와 오메가-6로 나뉘는데 첫 이중결합이 C3-C4 사이에 있으면 3, C6-C7 사이에 있으면 6라 한다.

4. 필수지방산 : 몸에서 과잉의 칼로리를 중성지방으로 합성하는데 우리몸에 꼭 필요하지만 자체적으로 만들지 못하고 섭취해야하는 오메가-3,오메가-6 지방산을 말하며 이 지방은 에너지원이 아니라 세포막의 구성 성분이 된다.

5. 트랜스지방 : 쉽게 산패해서 장기 보관이 힘든 불포화지방산을 운반과 가공을 쉽게 하기위해 수소를 첨가하여 고체로 변화시킨 지방, 불포화지방은 수소가 같은쪽에 위치(-cis)하는데 트랜스(-trans) 지방은 양쪽에 수소가 위치해서 구부러져 있는 오메가-3 지방산과 달리 직선모양이며 자연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세포막의 구성과 기능에 장애를 일으킨다. (http://blog.naver.com/rang2121/70018827683 , http://ko.wikipedia.org/wiki/%ED%8A%B8%EB%9E%9C%EC%8A%A4%EC%A7%80%EB%B0%A9 참조)

전통적으로 풀을 먹여 키운 가축을 먹을 때는 생기지 않았던 문제가 석유를 기반으로 한 질소비료가 생산되어 과잉생산되기 시작한 옥수수의 사용처를 가축용 사료로 만들었고 국가보조금으로 만들어진 값싼 옥수수로 키운(게다가 아주 비좁고 나쁜 환경에서) 가축을 먹기 시작하므로써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거죠.

우리몸은 유전적으로 구석기시대의 식단에 맞도록 만들어져 있는데 그 식단은 1. 푸른잎 2. 야생동물 3.견과류 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풀은 오메가-3를 주로 함유하고 곡물은 주로 오메가-6를 가지고 있어 구석기시대 식단은 그 비율이 1:1에 가까왔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1만년전 시작된 농업혁명이후 곡물 섭취량이 늘기 시작했고 최근에 가축사료로 곡물을 사용하고 동물성 지방에 대한 공포가 값싼 오메가-6 기름 소비를 부추켜 더더욱 오메가-3 섭취량이 줄어들어오늘날의 식단은 그 비율이 1:14 에서 1:20 사이로 추정됩니다.

그러면 이 비율이 깨지면 왜 문제가 생길까요?

오메가-3와 오메가-6 지방산은 우리몸을 이루는 세포막(이중 인지질 구조 - 두겹의 지방산과 인이 결합)의 중요 구성성분입니다. 오메가-3는 움직임이 6보다 빨라서 대사물질이 세포막을 쉽게 통과하게 해주기 때문에 대사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게 됩니다. 이는 인슐린 내성을 일으키는 기전과 비만을 일으키는 기전에 대한 설명이 됩니다.



또한 오메가-3 계열의 지방산은 대사되어 도코사엑사엔산(Docosahexaenoic acid, DHA), 아이코사펜타엔산(EPA) 으로 대사되고 오메가-6 계열의 지방산은 대사되어 아라키돈산(AA)으로 대사되는 데 이를 아이코사노이드라 합니다. 이 각각의 대사물질은 서로 상반되는 작용을 하는 오메가-6 계열의 대사물질은 염증반응을 일으켜 동맥경과, 알러지, 결장염 같은 염증성 질병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방송에도 나오지만 오메가-6 지방산은 종양 성장을 가속시키고 확산도 촉진시킨다는 실험결과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 실제적으로 어떻게 하면 오메가-3를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녹색 야채를 충분히 섭취한다 : 시금치같은 저렴한 채소가 좋겠죠?
2. 콩과 견과류를 먹는다 : 호두가 제일 좋습니다.
3. 등푸른 생선 : 흰살생선은 10분의 1밖에 오메가-3가 적다 - 고등어,삼치,청어, 멸치,꽁치 - 생선이라고 모두 좋은 것은 아니고 특히 양식 생선일 경우 사료를 뭘 썼는지도 알아보는 게 좋습니다. (어분대신 옥수수 사료라면 다를게 없겠죠?)
4. 들기름, 올리브유, 캐놀라유(유채), 아마씨유, 호도씨유를 식용유로 선택한다.
5. 육류, 우유, 계란은 풀을 먹여서 생산한 것이 아니라면 가능한 피한다.


@ 식용유 선택시 주의점
0. 옥수수기름, 해바라기기름, 콩기름, 홍화씨기름, 포도씨기름 - 모두 오메가-6가 많은 기름입니다. 아깝지만 버리세요.
1. 저온 압착, 비정제로 표시된 제품을 구입합니다.
2. 갈색병에 보관하거나 호일로 감싸두고 냉장보관합니다.
3. 불포화지방은 쉽게 산패 되므로 2달이내에 소모할 양만 구입합니다.
4. 올리브유는 다른 기름에 비해 산화에 강하기 때문에 냉장 보관하지 않아도 됩니다.
5.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 압착해서 짜낸 올리브유중에 산도가 1% 미만인 것을 말하는데 여러가지 성분이 들어있어 좋지만 끓는 점이 낮아서 튀김용으로 쓰기에는 부적당합니다. 샐러드에 뿌려드시는게 좋습니다.
6. 아마씨유와 호두씨유도 좋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 힘듭니다.
7. 들기름, 올리브유, 캐놀라유 : 세가지 식용유만 사용합니다.
8. 어떤 기름이던지 오래 가열하면 트랜스지방으로 변합니다. 그러니 가급적 튀김요리는 먹지 않는게 좋고 여러번 사용하지 않도록 합니다. 끓는 점을 높인 정제유를 튀김용으로 사용합니다.
9. 여러가지 이유로 이런 식생활이 힘들다면 오메가-3 보조제를 복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식생활을 바꾸는 게 중요합니다.








About this entry


분자들의 향연

요리에 대해서 전혀 관심없이 해주는 음식만 낼름널름 받아 먹기만 하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겁도 없이 한번 배워보겠다고 나서서 백화점 문화센터 요리강좌를 듣기 시작한지 3달이 지났습니다. 10회의 강좌중에 배운 요리가 한번에 두개씩 20가지에다가 올리브 TV나 푸드채널을 보고 배우고, 각종 요리책을 섭렵하면서 배운 요리까지 더하면 거의 서른가지쯤 배웠네요. 몇가지 인기있는 요리는 여러번 복습을 해서(유채나물과 앤쵸비를 넣은 스파게티, 헝가리안 굴라쉬, 봉골레 스파게티, 강황-사과 돼지고기 구이, 게살-새우 그라탕) 레시피를 안보고도 만들수 있게 되었답니다. 어찌나 스스로도 기특한지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같이 강습하는 삼십여명의 주부들의 눈초리가 괜시리 집중되는 거 같아서 조금 어색했지만 이제는 거의 아줌마가 되어 어디서 장보는지 어디가 싸게 팔고 어디에 가면 구하기 힘든 재료를 구할 수 있는지 수다를 편하게 떨게 되었습니다. 입맛 까다로운 남편이나 자식들 흉도 함께 보구요.^^

일단 한번 빠져들면 엄청나게 집중하는 버릇은 여전해서 당직날 병원직원들 저녁식사도 몇번 만들어주고 작은 아이 생일상도 차려주고 처가식구들 모두 모아놓고 음식 대접도 했고 '고래가 그랬어' 사무실 직원들을 위해 요리하러 가기고 했고 사진모임에 요리사를 자청해서 서른명의 손님들을 부르스타 두개로 간단한 토마토-새우 푸실리를 요리해보기도 했습니다. 해보니 요리라는 건 참으로 힘들고(심지어는 의사일보다 힘들어요^^) 많이 에로틱하고(오죽하면 춘향전에도 사랑가에 먹고 먹여주는 대목이 많아요) 더군다나 아름다운 일이더군요. 사랑하는 이들의 입속으로 내가 만든 음식이 맛나게 들어가는 모습이라니!!!! 모든 생명체는 먹이활동이 젤로 중요하니까요.

요리의 시작은 일단 칼을 들고 칼질을 시작하는거라 참 재미있는 감각의 축복이더군요. 사각사각, 통통통, 탕탕탕, 또각또각, 착착착.... 도마소리 경쾌하고 냄새는 또 얼마나 유혹적인지. 손끝으로는 날카로운 칼날이 살과 살 사이를 저미고 뼈와 살을 떼어내고 세포벽을 깨뜨리면 안에 들어있던 각종 알칼로이드 등등의 분자가 확산되고 그 분자들이 공기분자와 이리저리 부딪히며 브라운 운동을 하다가 코의 후각세포 수용기에 결합하고 이 자극이 역치를 넘어서면 신경세포막 사이에 이온들이 넘어들어오면서 활성전위가 발생, 결국 냄새로 연결되는 이 감각의 잔치...... 정말 분자들의 향연입니다.

그동안 잠깐 어깨너머로 배운 나름대로의 팁을 몇가지 알려드릴께요.


1. 이태리 요리는 대부분 양파와 마늘을 다지는 걸로 시작합니다. 칼질이 미숙하다보니 속도도 느리고 고르고 잘게 다져지지도 않을 뿐더러 가끔은 손가락을 자를뻔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어찌나 눈물이 펑펑나는지 엄청 맵더군요. 처음에는 어떻하면 눈물이 나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했지만(누가 알려준 방법은 파를 입에 물고 양파를 자르라고 하던데 이건 뭐 말도 안되고, 차라리 얼음물에 양파를 담그라는 건 좀 이해가 됩니다. 최선은 방독면이나 물안경을 쓰고 하라는 거군요.^^) 이제는 그냥 펑펑 눈물을 흘려버립니다. 중년남자가 남들이 있는 곳에서 울기는 정말 어려운 일인데 아주 편하게 울수 있으니 좋군요. 다질때 제일 향이 좋은 건 샐러리, 당근이고 파슬리, 로즈마리, 타임, 오레가노, 넛맥, 후추, 케이퍼, 올리브 등등등 어찌나 향이 좋은게 많은지 참 재미납니다. 피망은 생긴게 오묘해서 비슷한 크기로 자르려면 약간의 창의력이 필요합니다. 양파는 어떤 요리를 하느냐에 따라 굵게 다지기도 하고 - 이를 테면 서양 육계장이라고 할 수 있는 '굴라쉬', 아주 잘게 다지기도 하는데 - 라자냐에 들어가는 볼로네제 소스등에 들어갈때는 잘게 다져야 소스에 잘 어울리겠지요.

2. 알 덴테 : 파스타는 듀럼밀이라는 노리끼리한 경질밀로 만드는데 예전에는 이태리 사람들도 다들 푹 삶아서 먹었답니다. 그런데 백년전쯤에 어떤 미식가가 살짝 덜 익혀서 이빨에 씹히도록(이게 알 덴테) 먹으니 더 맛있다는 걸 소문내서 이제는 알 덴테가 아니면 아주 촌스런 게 되었습니다. 물론 불어터진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꼬들꼬들한 면발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으니 기호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요리사의 입장에서는 이 알 덴테가 참 오묘하게 어렵습니다. 면발을 잘라서 가운데 바늘만큼 심이 있으면 되다는 말도 있고 (하지만 노안이 와서 안보입니다. 젠장!) 심지어 벽에 던져본다는 황당한 말도 있던데(그건 누가 치우냐?) 나중에 소스에 면을 넣고 익힐 때 살짝 더 익기 때문에 매번 시계를 보면서 일정한 시간에 꺼내는 게 요령일 거 같습니다. 하지만 맨날 스파게티만 먹는 건 아닐거고 링귀네나 텔리아텔레, 푸실리 등등은 어쩔건가하는 맘도 있네요.^^ 뭐 일단은 설명서에 써 있는데로 해보는게 좋겠습니다. 잊지 말아야할 것은 파스타 삶는 물에 소금을 꼭 넣어야한다는 건데 물 1리터당 10그램이 적당하다고 합니다. 파스타에 간도 되고 소금이 끓는 점을 높여서 더 잘 익히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3. 간하기 : 요리를 처음하는 사람이나 숙련자나 간하기가 정말 어렵게지요? 간만 잘 맞으면 반은 성공이니까요. 제가 배운 요령은 소금간은 한방에 끝내려고 하면 안되고 중간에 조금씩 간을 보면서 요리를 하다가 맨 마지막에 음식을 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간을 보고 내보내면 실패가 적습니다. 버섯이 들어가면 버섯을 볶을 때 살짝 간을 하고 소스에도 살짝 간을 하고 파스타에도 간이 되어 있으니 전체적으로 맛이 어우러 지겠죠. 소금은 이것저것 비싼 소금도 많고(프랑스 게랑드 소금인가 하는 건 정말 눈나오게 비싸더라구요) 다양한게 많지만 저는 기본적인 간보기용은 토판염(염전에서 바닥을 전통적인 방식은 흙을 다져서 만든 바닥에서 만든 소금, 요새 대개는 장판같은 걸 깔아둔다고 합니다.)을 쓰는데 천일염은 입자가 굵어서 간보기 용으로 쓰기위해 미리 절구에 곱게 갈아둡니다.

4. 봉골레 : 해감이 잘 되어있는 바지락이나 모시조개를 구하는 게 제일 중요한데 싱싱한 조개를 골고루 살짝 익힐수 있는냐에 거의 모든 결과가 좌우되더군요. 팬 위에서 조개를 뒤집는 기술이 필요합니다.(드라마 파스타에서 공효진에 동전으로 연습하는 장면^^)

5. 소스에 들어가는 밀가루는 박력분 : 버터를 녹이고 밀가루를 넣어 볶는 방법이 나오는데(베사멜 소스) 꼭 글루텐이 적은 박력분을 써야 잘 됩니다. 레시피에는 버터와 밀가루를 같은 무게를 넣으면 된다고 나오지만 저울이 없는 관계로 버터를 먼저 녹이고 밀가루를 조금씩 넣으면서 잘 섞어주면 됩니다. 이때 계란 거품기로 섞어주면 좋아요.

6. 올리브유하고 마늘만 넣고 만드는 '스파게티 알 알리오 올리오'는 얇게 썬 마늘을 노릇하게 잘 볶는 게 중요합니다. 갈색이 나기 바로 직전(이게 뭐람!)에 불을 끄고 팬을 내려야 성공합니다. 불을 꺼도 빨리 안건져 놓으면 계속 익어서 타버립니다.

7. 버섯 볶는 법 : 버섯은 물에 씻고 바로 건져놔야 물을 적게 흡수합니다. 한참 물속에 놔두면 볶을때 물이 한도끝도 없이 나와요. 그리고 가능한 센불에 볶지 않으면 기름을 몽땅 흡수하기만 하고 물이 계속 나와서 노릇하게 볶아지지 않습니다.

8. 오븐에 생선을 구을 때 잘 익었는지 확인하려면 생선의 제일 두꺼운 부분을 젖가락으로 찔러서 맑은 물이 나오고 부드럽게 들어가면 잘 익은겁니다.

9. 라자냐(판떼기처럼 넓은 파스파)를 삶을 때는 너무 여러개를 한꺼번에 넣으면 저어줘도 밑에 깔린 게 붙어버려 찢어지게 됩니다. 귀찮아도 10개 이하씩만 삶는게 좋고 건져서 찬물에 씻고 깨끗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 놓는게 좋습니다.

10. 파파론치노 (맵고 작은 고추)는 맵고 단맛이 적어서 자주 쓰이는 재료인데 매운 걸 좋아해서 매번 양조절에 실패하곤 합니다.^^ 고추수는 N인분 -1 로 하는 게 실패가 적습니다.

11. 홍합이나 조개로 요리할때 (홍합찜이나 봉골레 파스타) : 의외로 짠물이 많이 나와서 간 맞추기에 실패할 가능성이 많으니 조개에서 나온 국물을 따라내고 소스와 섞으면서 농도와 간을 맞추는게 좋습니다. 그래야 맨 나중에 소스농도와 간을 맞추기 좋더군요. 처음부터 모두 넣으면 물이 너무 많이 나와서 한강이 되거나 너무 짜게됩니다.

12. 와인 비네거는 그냥 와인 식초(레드 와인 비네거와 화이트 와인 비네거가 있음)고 발사믹 비네거는 이태리북부에서 특별히 양조한 향이 강한 와인 식초입니다. - 발사믹이 더 비싸지만 용도가 틀립니다. 발사믹은 주로 샐러드 드레싱용으로 씁니다. 시실리섬의 채소요리인 카포나타 레시피에는 발사믹이 아닌 와인 비네거를 넣으라고 되어있습니다.

13. 리조또 (이태리 쌀 요리) : 사랑과 정성이 없으면 거의 불가능한 요리더군요. 씻은 생쌀(미리 불려두는게 좋습니다)을 볶으면서 미리 덮혀놓은 육수를 조금씩 넣으면서 계속 저어줘야하는데 아주 힘들어요. 현미로는 하지 마세요.^^

14. 쭈꾸미, 오징어 등 해물은 살짝 익히는 게 중요한데 여러번 볶게 되므로 처음부터 충분히 볶아버리면 아주 질겨집니다.

15. 오븐 : 전기 오븐 또는 가스 오븐이 있으면 요리를 하는 사람도 미리 그라탕이나 라자냐같은 오븐음식을 넣어놓고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요리를 하기 전까지는 음식하는 사람의 이런 애로사항을 전혀 몰랐습니다.

16. 설겆이 : 미리 씽크대를 비누로 닦은 다음 설겆이를 시작하고 그릇말리는 개수대를 미리 정리해서 비워놓고 시작하는게 일을 빨리 끝낼수 있습니다. - 당연한 건데 ....^^

17. 식용유 : 옥수수와 콩기름이 너무나 널리 쓰이기 시작하면서 오메가-3와 오메가-6의 균형이 심각하게 무너져 있습니다. 가능하시다면 오메가-3가 풍부한 들기름, 올리브유, 카놀라유, 아마씨유, 호도씨유를 많이 드시는게 좋습니다.


About this entry



<< Previous : [1] : .. [4] : [5] : [6] : [7] : [8] : [9] : Next >>

Calendar

<<   2025/10   >>
S M T W T F S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H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