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길 인생 #4



R3a, 40mm, Fuju 645 wide, TMY, gelatin silver print

기나긴 자출을 하면서 트럭에 밀리고 버스에 밀려 갓길로 추방당하고 나니 메인스트림에서 밀려난(또는 탈출한) 여러 사물들이 보이더군요. 정말 갓길에는 벼라별 물건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심지어는 여자 하이힐까지 떨어져 있습니다. 물건들이야 안전 라이딩을 방해하는 장애물일 뿐이자만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건 '로드킬'입니다.

차로 지나다닐때는 그저 에구 불쌍하다 하면서 휙 지나가 버리면 그만이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면 냄새가 먼저 코를 찌릅니다. 그리고는 나도 언제든지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공포!!!   갑자기 다리에 맥이 탁 풀리곤 합니다. 어떤 날은 몇건이나 목격하는 경우도 있지요.

매정한 인간들은 달리기에만 바빠서 짐승들은 그자리에서 조각조각 찢기고 가루가 되어 도로위에서 사라집니다. 이것을 道路葬이라고 부르더군요. 어떤 흰둥이는 사라지지 못하고 가죽을 남기기도 했지요.

이런 장면을 목격할 때마다 내가 가지고 있는(가지고 있는지도 알지 못했던) 폭력을 생각해 봅니다. 그저 열심히 앞만보고 달렸을 뿐인데 소리없이 죽고 다치는 생명이 있다는 사실. 자신있게 당당히 서있는 내 발밑에는 누군가의 눈물과 피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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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길 인생 #3



Fuji 645 wide, TMY, gelatin silver print

안개가 너무 짙어서 입을 벌리고 달리면 입안가득 스프같은 안개가 밀려들어올것만 같은 아침이었습니다. 매일 다니던 출근길이 지겨워서 슬쩍 농로로 흘러 김포우회도로 밑을 지나는 토끼굴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 안개를 뚫고 갑자기 자전거 한대가 들어왔습니다. 너무나 순간적인 일이라 얼떨결에 셔터를 누르고 뒤돌아 두장을 더 찍었는데 뒤에서 갑자기 자동차 한대가 달려와 벽으로 바짝 비키면서 한장더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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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길 인생 #2















Fuji 645 wide, TMY, gelatin silver print

한반도에서 벼농사를 제일 처음 지었다는 김포에 엄청난 아파트가 세워지고 있습니다.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있는 사람들은 농부들 뿐만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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