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청첩장














































아주 가끔은 반가운 청첩장도 있네요.

외로움과 즐겨살던 함시인한테 좋은분이 생겨서 알콩달콩 함께 살고 있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으나 드디어 식을 올린다고 소식을 전해왔네요.


주례는 소설가이자 자칭 자전거 레이서이신 김훈선생님이시랍니다.


시간되시면 봄날에 모여서 낮술이나 한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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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영광 - 2




지난달 중딩 마지막 기말고사를 마친 작은 녀석 친구들과 집에서 작은 파티를 열었습니다. 이 파티의 시작은 큰아이 중3 때 와이프가 여행간 틈을 타서 친구들 불러서 집에서 파티를 열어준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재관이 친구들은 다들 키가 크고 너무나 성숙해서 맥주 몇 병 주고 같이 좀 놀아줬더니 밤새 신이 나게 놀다 잘 들어갔습니다. 그때 형 친구들 틈에 끼어 같이 놀아본 지관이가 틈만 나면 친구들한테 자랑을 하고 다녔나 봅니다. 우리 아빠는 중3 기말고사 끝나면 밤샘 파티 열어준다고... 그랬으니 거의 한 학기 내내 친구들한테 언제 하느냐고 성화를 들었답니다. 그래서 너무 인원이 많으면 기밀유지가 힘드니까 입이 무거운 애들로 몇명만 잘 고르라고 해서 아이들이 주말 저녁에 모였습니다.

전에는 처음이라 별다른 준비를 못했는데 이번에는 먹을 것도 미리 준비하고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 생각도 미리 했지요. 제일 중요한 건 말 많이 하지말고 아이들 말을 들어보는 건데 막상 맥주한잔씩 하면서 각자 소개를 하고 수다를 떨어보니 아이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궁금한게 있더군요.

제가 지관이 친구들 사이에서 뭐든지 물어볼 수 있는 형아로 널리 소문이 나서인지 한 아이가 대표로 두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그 질문은,

1. 아저씨! 섹스가 정말 그렇게 좋은가요?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해도 되나요?

섹스.... 정말 좋은데....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특정 나이 이하의 사람을 '청소년'이라고 이름짓고 무조건 섹스를 금지하는 이런 문화는 우리도 불과 백년이 안된 일이다.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지나치게 긴 교육기간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생긴 억압이다. 사실 나도 사춘기때 섹스문제로 엄청 많은 고민이 있었다. 고민을 악화시킨 원인중 하나는 자위행위도 죄가 된다는 카톨릭교회의 교리도 한몫을 했다. 성적인 에너지를 운동으로 '승화'해라? 정말 그건 개소리다. 힘 다빠진 아저씨들은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호르몬이 발광을 하는 너희들 나이에 말도 안되는 소리지.


내 생각에는 할 수 있으면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아들만 둘이어서 이렇게 말한다고 비난 할수도 있지만 딸이 있어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실현은 불가능 ㅠ.ㅠ)

하지만 선배로써 충고는, 첫째 - 돈주고 하지마라. 둘째 - 강제로 하면 강간범이다.(여자가 싫다고 하면 진짜 싫은 거다), 셋째 - 사랑하는 사람과 책임질 수 있을 때 해라(책임의 시작은 콘돔이다) 이 세가지 조건을 지킨다면 어찌 막을 이유가 있으랴.... (만약 그럴 수있다면 난 엄청 부럽다.^^ 도대체 나보다 몇년이나 빠른 거야? )

일찌기 이런 문제를 엄청나게 고민하다 온몸을 바쳐 연구를 시작한 '킨제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모든 성은 정상적이며 아름답다. 그것이 억압과 강요 폭력을 수반하지 않는한' 이라고 말한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살짝 김빠지는 이야기를 해주면 그의 연구중에 일생의 첫번째 섹스를 미룬 그룹과 땡길때 바로 실천한 그룹의 연봉을 비교해보니 사춘기 이후로 섹스를 미룬 그룹이 훨씬 높았다고 한다. 이건 뭐 눈앞의 마시마로를 먹기보다 나중을 위해 참을 수 있는 사람이 당연히 더 많은 노력을 할 수 있을테니 그런 결과가 나왔을 거겠지만말야.


2. 공부 안한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요?

여기서 '공부'라는 용어를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에서 상부 피라밋에 오르기 위한 삽질로 한정해서 먼저 말해보자. 잘 안 믿어지겠지만 이 아저씨가 사실은 학창시절에 공부밖에는 모른 범생이였단다. 그래서 그때는 공부안하는 애들은 다 굶어 죽는줄 알았다. 그러다가 대학에 들어가서 산악회에 들어가면서 모든 생각이 깨졌지. 거기는 공부를 아주 많이 한 사람부터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몇년간 찬찬히 그 사람들을 관찰해 보니 가방끈의 길이와 수입과 전혀 연관관계가 없을 뿐더러 행복하게 사는 거하고도 전혀 상관관계가 없더라.

그렇다면 왜 이리 부모들은 공부에 목숨을 거는 걸까? 그건 아마도 너희 부모들(나 포함해서)이 공부를 통해서 사회에서 직장을 구했고 주로 그런 사람들만 봤기 때문에 공부가 제일 쉽다고 생각해서겠지. 나부터도 사업하고 있다는 사람들 만나면 도대체 뭘해서 먹고 사는 지 모르겠더라. 항상 내 시야가 너무 좁아서 아이들의 미래를 자꾸만 제한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려고 노력하지만 나도 뼈속까지 먹물인지라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야. 하지만 공부를 사람이 평생 동안 노력해서 자신의 지평을 넓혀가기 위한 것이라고 정의를 한다면 나중에 어떤일을 하더라도 열심히 재미나게 공부해야 할거야.

작년에 지관이하고 제주도에 자전거를 타러 갔는데 그때 아저씨 친구한테 아주 좋은 자전거를 빌려서 지관이가 타게 되었다. 부모의 능력으로 아주 가벼운 카본 자전거를 타고 적절한 타이밍에 이온 음료를 마시고 힘들면 그늘에서 쉬기도 하고 에너지가 떨어지면 힘나는 '파워젤'을 먹어가면서 한라산 정상 근처의 휴게소까지 올라갔다. 물론 지관이도 열심히 페달을 밟았지.

여기서 정상까지 헬리콥터를 타고 올라가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은 예외로 하자.(이런 애들 부러워하지 말자. 별로 행복하지 못할거다) 누구는 가벼운 자전거에 적절한 휴식과 응원들 받으면서 심지어는 자전거 뒤를 슬슬 밀어주며 올라가는 소수가 있고 누구는 무거운 짐 자전거에 병든 부모를 짐칸에 태우고 잠시도 쉬지 못하면서 올라야 하는 다수가 있다. 애초에 공정하지 못한거지. 시도할 기회의 균등만 있을 뿐이지 결과는 너무나 뻔할 일이지.


너희들은 어느쪽에 들어있을까? 너희들이 공부에 대해서 받는 압박이 굉장히 크다는 걸 알고 있지만 목동이라는 사교육 2번지에서 최소한 전세 아파트라고 얻어서 살고 있는 가구의 수준은 아무리 못해도 대한민국에서 상위 10% 안에 들거다. 행복하지는 않아도 엄청난 기득권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지. 그렇다면 나는 너희들이 우연히 얻게된 후원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서 혹시나 나중에 힘을 가진 사람이 된다면 이런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에 대해서 최소한 미안해 할 줄 알아야하며 좀더 나은 세상을 위해 그 힘을 써야한다고 믿는다.


3. 지관이는 여자친구 사귀면 진짜 용돈이 두배인가요?

당근!!!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들과 각자 주량과 취향에 따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수다를 떨었습니다. 그러다가 좀 취한 친구가 보이면 벌칙으로 '30분 누었다 일어나기' '찬물로 세수하기' 등등을 주기도 했지요. 저는 체력이 달려서 2시쯤 자러들어가고 나머지는 큰형 재관이 한테 맡겼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카드게임도 하고 재미나게 놀았다더군요. 다음날 느지막히 일어나서 해장국 먹여서 집으로 보냈습니다.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지만, 저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아이들한테 참 미안합니다. 그 많은 희생을 치르고도 세상을 이것밖에 못 만들었는지. 정말 미안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나서 얼마뒤에 지관이가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자랑을 하더니 급기야 크리스마스 때는 이런 선물을 들고 들어왔습니다.

엄청 부럽구나. 지관아! 이게 진짜 가문의 영광이다.^^ (용돈 두 배 줄테니 모태 솔로 형한테 염장질 하면 안된다. 알았지?)














참고서적 :
1. 킨제이와 20세기 성연구(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883662)


2. 포르노 All Boys do it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0400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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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영광 - 1

의사들을 위한 신문중에  '청년의사'라는 신문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책 읽는 의사, 의사들의 책’ 이라는 독서 캠페인을 하는데 제가 어찌어찌 하다보니 도서선정 및 독후감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었습니다. 올해가 7년째라고 하는데 선정위원이 하는 일은 분기마다 4권정도의 책을 추천하면 (저말고 4명이 더 있습니다,서울의대 법의학 이윤성교수, 소설가 김경욱님, KBS '책읽는 밤' 진행하는 신성원 아나운서, 청년의사 편집국장 박재영님) 추천받은 책중에 5권을 선정해서 전국의 의대도서관에 책을 기증하고 책을 읽은 학생들이 독후감을 내면 심사를 하는 일이랍니다.


어떻게 선정되었는지 잘모르겠지만 저처럼 별다른 능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책을 많이 사기는 합니다만....^^) 이런 위원이라는 걸 하게 되니 무척 부담스럽네요.


1차로 추천하라고 해서 고심끝에 아래 책을 추천했습니다만 그중에 2번만 선정되었네요.


1. 잠들면 안돼, 거기 뱀이 있어 : 다니엘 에버렛, 꾸리에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6217522)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




2. 불편해도 괜찮아 : 김두식, 창비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71899)




3. 야성의 사랑학 : 목수정, 웅진지식하우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113929)





4. 문화를 창조하는 새로운 복제자 밈 : 수전 블랙모어, 바다출판사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5615396)




예산이 한정되어 있어 가능하면 2만원 미만으로 해달라고 해서 마이클 폴란의 '잡식동물의 딜레마'가 빠졌습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7660785) 대신 '밈'을 넣었습니다.





'잠들면 안돼, 거기 뱀이 있어' 는 제가 샀을 때는 페이퍼백으로 2만원 미만이었는데 좀 팔리니까 출판사에서 하드커버로 바꾸면서 가격이 올랐지만 뺄수가 없어서 추천도서 목록에 1번으로 넣었는데 결과는 2번 불편해도 괜찮아가 선정되었습니다. 다섯명이 추천하니 한권씩밖에 안뽑히는게 당연하기는 한데 좀 아깝습니다. 제가 읽은 2010년 책중에 최고였거든요. 나머지 책들에 대해서 다음에 소개할 기회가 있을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선정된 책은,


1. 가미가제 독고다이 : 김별아, 해냄


2.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 칼럼 매캔, 뿔


3. 불편해도 괜찮아 : 김두식, 창비


4. 빅 픽처 : 더글라스 케네디, 밝은 세상


5. 생각의 오류 : 토머스 키다, 열음사



가 되었답니다. 제가 고른 책 말고는 거의 제 안테나에 걸려들지 않은 책들이군요. 독후감 심사가 있으니 나머지 네권도 읽어봐야되겠습니다.



거의 같은 일을 반복하는 시골 개업의로서 이런 작은 이벤트는 좋은 자극이 되는 거 같습니다.



올해에는  덜 사고 더 읽고 더 많이 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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