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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결혼 20주년


1. 축하할 만한가? : 그럭저럭

2. 살아보니 어떤가? : 잘 모르겠다

3. 그럼 한 20년 더 살아봐? : 그럴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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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는 어렸을 때 침을 많이 흘렸고, 늘 젖을 토했다. 두 돌이 다 지나도록 턱 밑에 수건을 매달았다. 안아 주면 늘 삭은 젖 냄새가 났다. 나는 그 젖 냄새에 늘 눈물겨워했다. 이것이, 내 혈육이고 내가 길러야 할 내 어린 자식의 냄새로구나. 내가 배반할 수 없는 인륜의 냄새로구나.....

술 취하고 피곤한 저녁에, 잠든 아이의 머리에 코를 대고 아이의 냄새를 맡으면서 나는 때때로 슬펐다. 내 슬픔은 결국 여자의 태(胎)에서 태어나서 다시 여자의 태 속에 자식을 만드는 포유류의 슬픔이었다. 여자의 태는 반복과 순환을 거듭하며 생명을 빚어내는 슬픔의 요람이었다.  (김훈, 바다의 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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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胎를 빌려 아이들을 낳고 스무해를 살았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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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전시 (3)




김포 장기동, 2009. 2

아파트는 수많은 무덤 위에서 있다.
김포 신도시 개발 현장입니다. 나지막한 언덕에 나무가 무성하던 곳이었는데 어느날 보니 고고학 발굴현장처럼 깍아놨더군요. 이름하여 무연고 분묘 발굴현장.마지막 남은 소나무도 며칠 지나 사라지고 지금은 흔적도 없이 할인 매장들이 들어섰지요.

아직도 이곳에는 원주민들의 철거반대 플랭카드가 숨어있구요. 그저 열심히 일해 돈 모아 서울에서 가깝다는신도시에 내 집장만을 하려 했을 뿐인데 누군가의 피눈물 위에 서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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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전시 (2)

김포 굴포천, 2009.2

수천 년 전부터 벼농사를 지었다는 김포벌판을 흐르는 그저 작은 실개천이었습니다. 한강의 물을 받아 김포논둑을 적시던 수많은 개울중 하나였습니다. 그 옆에는 수양버들이 늘어져 있었고 그 춥던 겨울날 아침에는애처로운 가지에 서리를 한 가득 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해 봄. 뱃길을 만든다고 이 개천은 파헤쳐져 사라지고 수양버들은뿌리채 포크레인에 뽑혀버렸습니다. 사라진 나무들과 강들의 영정 사진이 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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