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질^^



아빠!

벌써 아빠 생일이네

시간은 진짜 느린듯 빠른 것 같아

아빠!

내가 생각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가 아빠라는 것을 아시나요?

내가 커서 아버지가 된다면

이만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장담컨데 고지식하고 제멋대로인 아버지가 되진 않을 것 같아.

아빠한테 수많은 가르침을 받았는데 그럴리가 있겠어.

친구들이 아빠 무진장 부러워하는 거 알지?

재관이 아빠하면 애들이 모두 쿨하고 세련된 아빠라고 모두 말해

하지만,

아빠가 그렇게 되기까지 아무 노력이 없던건 아니지

아빠의 그 쿤한 외면 안에는 수많은 노력이 있겠지?

그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 더욱 빛나는 것도 사실이구

지금도, 요리를 배우며 열심히 하는 모습

진짜 멋있어

나도 노력다운 노력을 해서

아빠보다 멋진 아빠

아빠보다 멋진 남자

아빠보다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부지



2011. 6. 10 재관올림







아빠에게



편지 늦게 드린거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생일 날 맞춰서 꼭 드릴께요.

이번에 사회 수행평가로 논술시험을 봤는데

생각하는 것은 많은 데 표현력이 부족하여 제대로

쓰지 못했어요. 방학 때 같이 글쓰기 연습해요.

아빠가 쓴 글을 보면 진짜 멋있고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같이 책 읽고 그 책에 대해서

대화해 보고싶어요. 항상 듣기만 하니깐 아빠의

생각이 제 생각이 되는 기분이 들어요. 이제는

아빠의 생각이 아닌 저의생각으로 대화해보고

싶어요. 잘 하고 싶어하는 욕심이 너무 앞서서

조금만 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럴 때

아빠가 잘 이끌어 주세요.?

사랑하는 아빠.

애정표현을 할 때 가슴은 No! No! No!

배만 만져요.

건장하고 여러가지 취미를 가지면서 멋있게 살아가는 아빠!

늙어서도 계속 그렇게 살아가셔야되요!

늦었지만 생신 축하드려요.


지관.




며칠전 생일에 고3, 고1인 두 아들녀석들에게 생일선물로 편지를 받았습니다.
어쨋거나 아이들한테 존경받고 사랑받는 아버지라는 거

그무엇보다 기분이 좋네요.
제가 이래서 세상에 부러운 사람이 한명도 없다는....^^

수메르의 영웅 길가메시가 불로초를 얻기위해 일생을 세상을 떠돌다 목적을 성취하지만 결국 신들에게 빼앗겨 버리고 말죠.

수천년전부터 인간은 이룰 수 없는 부질없는 거에 모든 걸 걸고 살았나 봅니다.



결국 길가메시 서사시에는 이렇게 기록됩니다.

길가메시여, 그대가 찾는 것은 결코 찾을 수 없으리라. 신들이 인간을 창조할 때 죽음을 인간의 숙명으로 안겨주고 영생의 삶을 거두었기 때문이오. 그대가 살아 있는 시간을 즐겁고 충만하게 보내오. 그대의 손을 잡는 어린아이를 사랑하오. 그대의 아내를 품에 안고 즐겁게 해주오. 기껏해야 이런 것들만이 인간이 해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오.

인간은 이렇게 읋으면서도 끊임없이 신의 자리를 탐냈다. 만족되지 않는 욕구의 좌절. 사랑만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임을 알면서도 그러지 못했다. (강유원, 책과 세계)

부디 집에 가시거든 길가메시의 충고를 잊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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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의 공동체

사랑으로 일어나는 싸움에서 늘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이는 잘못을 저지른 쪽이 아니라 더 많이 그리워한 쪽이다. 견디지 못하고 먼저 말하고 마는 것이다. 그래야 다시 또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진다. 나는 계속 질 것이다. - 느낌의 공동체(신형철 산문집)


그동안 저는 늘 이기고만 살았습니다.


지금은 그만 져야 할 때입니다.


지기만 한 그대여


이제서야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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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식사

1990년대 중반의 어느 날, 만취한 여자 하나 밤거리에서 비틀대고 있었다. 몸 가누지 못하고 기어이 쓰러져 머리가 깨졌다. 길바닥에 드러누워 피 흘리던 그녀, 헤실헤실 웃으면서 말한다. "아아 상쾌해."(헤모글로빈, 알코올, 머리칼 - 내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창비시선) 1980년대는 "격렬한 외상의 날들"이었으나 1990년대는 "우울한 내상의 날들"이었다. 한 시절은 속절없이 저물고 함께 꾸던 꿈은 가뭇없이 사라졌다. 이제는 몸 상할 일 없어 좋겠구나 했는데 꿈없는 세상이 끔찍해 마음은 속에서 곪아갔다. 그러니 아시겠는가, 무엇이 그녀를 쓰려뜨렸는지. 취중 난동은 자해 공갈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김선우. 1970년에 태어나 1996년에 시인이 되었다.

(신형철산문집 느낌의 공동체에서 발췌)

이런 시인이 있답니다. 두피에는 혈관이 풍부해서 다치면 무척 피가 심하게 나는데 같이 술마시면 주사때문에 걱정스럽긴 하겠네요.^^ 책날개에 있는 사진을 보니 심지어 이쁘기까지 합니다. 요즈음 요리를 한답시고 이것저것 뒤적이며 지내고 있는데 그녀의 시집을 읽다가 이 시가 눈에 밟히네요.






깨끗한 식사



어떤 이는 눈망울 있는 것들 차마 먹을 수 없어 채식주의자 되었다는데 내 접시 위의 풀들 깊고 말간 천 개의 눈망울로 빤히 나를 쳐다보기 일쑤, 이 고요한 사냥감들에도 핏물 자박거리고 꿈틀거리며 욕망하던 뒤안 있으니 내 앉은 접시나 그들 앉은 접시나 매일반. 천년 전이나 만년 전이나 생식을 할 때나 화식을 할 때나 육시이나 채식이나 매일반


문제는 내가 떨림을 잃어간다는 것인데, 일테면 만년 전의 내 할아버지가 알락꼬리암사슴의 목을 돌도끼로 내려치기 전, 두렵고 고마운 마음으로 올리던 기도가 지금 내게 없고 (시장에도 없고) 내 할머니들이 돌칼로 어린 죽순 밑둥을 끊어내는 순간, 고맙고 미안해하던 마음의 떨림이 없고 (상품과 화폐만 있고) 사뭇 괴로운 포즈만 남았다는 것.


내 몸에 무언가 공급하기 위해 나 아닌 것의 숨을 끊을 때 머리 가죽부터 한 터럭 뿌리까지 남김없이 고맙게, 두렵게 잡숫는 법을 잃었으니 이제 참으로 두려운 것은 내 올라앉은 육중한 접시가 언제쯤 깨끗하게 비워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 도대체 이 무거운, 토막 난 못을 끌고 어디까지!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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