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사과 떨어지듯
아는 얼굴 하나 땅 속에 묻히고
세월이 잘 가느냐 못 잘 가느냐
두 바지가랑이가 싸우며 낡아 가고

어이어이 거기 계신 이 누구신가,
평생토록 내 문 밖에서
날 기다리시는 이 누구신가?

이제 그대가 내 적이 아님을 알았으니,
언제든 그대 원할 때 들어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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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

무엇을 채울 것인가,

밥을 눈물에 말아먹는다 한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젠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모든 것은 콘크리트처럼 구체적이고

모든 것은 콘크리트 벽이다.

비유가 아니라 주먹이며,

주먹의 바스라짐이 있을 뿐,


이제 이룰 수 없는 것을 또한 이루려 하지 말며

헛되고 헛됨을 다 이루었도다고도 말하지 말며


가거라, 사랑인지 사람인지,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죽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살아,

기다리는 것이다,

다만 무참히 꺾여지기 위하여.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내 몸을 분질러다오.

내 팔과 다리를 꺾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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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가

기억하는가
우리가 만났던 그날.
환희처럼 슬픔처럼
오래 큰물 내리던 그날.

네가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네가 다시는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평생을 뒤척였다.

(최승자:기억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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