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의 자전거




내 마음 속의 자전거 4권에 있는 에피소드입니다. 헌책가게에서 구할 수 없어서 몽땅 새책으로 주문했습니다. 와이프한테 눈치를 좀 받았지만 식구들 모두 좋아하네요.

안도 히도스구, 45세. 평생을 집과 직장만 오가면서 꽉 막힌 답답한 일상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중년 남자.

동창회에 갔다가 놀랍게 날씬해지고 활기에 찬 친구를 보게 됩니다. 그 친구가 타고 온 자전거 브롬톤.

친구를 졸라 브롬톤을 사서 타고 다니면서 점점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됩니다. 전에는 별문제 없으면 당연히 통과시키던 결제서류도 재미가 없다고 다시 생각해보라고 하기도 하고 ... 버스 정류장까지만 타고 다니던 자전거를 회사까지 타고 다니면서 목표에 이르는 길이 여러가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수험생이던 아들은 대학에 떨어져 아버지 불호령이 내릴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들아, 돌아가는 길도 어딘가로 연결되어있어."

"그리고 거기도 꽃이 핀단다."

"길은 하나만이 아니야"



저는 이 대목을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마음 따뜻한 에피소드죠? 이 만화의 장점이 자전거를 매개로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화해시키고 모르던 세상을 보게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요즈음 제게 오는 환자들에게 자전거를 타라고 열심히 설득하고 있습니다. 자전거에 재미들려서 열심히 운동하면 건강해져서 저한테 와서 약 안먹어도 된다고 말해줍니다. 제가 그동안 자출하면서 제 안에 변화된 것들을 말해주기도 하고요. (체중도 6킬로 빠지고 콜레스테롤도 50이나 줄어서... 어쩌고 저쩌고...) 자전거교의 전도사가 된거 같네요.^^ 하지만 아타까운 것은 이 좋은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천에 옮기지 못한다는 겁니다. (어쩌면 제가 계속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이유인지도...^^)


자전거는 당신의 인생을 바꿉니다. 천천히... 아름답게....



"자전거 천국, 자동차 지옥" - 이건 아닌가요? ^^


About this entry


외로움에 익숙해질까?



마이야 7, TMY, 강화 더리미



자전거 출퇴근하면서 자주 드나드는 네이버 '자출사' 카페에 가면 서울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이 한강변이나 탄천 이야기를 하실 때... 사람이 너무 많다, 다른 자전거와 접촉사고 날뻔했다, 피빨기 했는데 좀 미안하더라...등등의 말을 들으면 한적한 촌에 사는 저는 다른 세상 이야기 같습니다.

저는 출근때는 많아야 7-8명 정도 만나고 퇴근 때는 한두명 만나기가 힘듭니다. 정말 외롭지요. 그저 페달이 삐걱거리는 소리(기름좀 쳐야하는데 탈때만 생각하다 자전거에서 내리면 까먹어 버리네요.^^), 바퀴가 돌아가는 소리(허브가 소리가 정겨워질 줄은 몰랐습니다. ㅠ.ㅠ), 제 숨소리, 가끔 지나가는 차소리... 아! 요새는 오리하고 기러기들이 와서 덜 심심해졌네요. 반가운 손님들...^^

엇그제 퇴근하는데 강화읍에서 해안도로까지 농로로 가기때문에 아주 캄캄한데, 저 앞쪽에 빨간 뒷등이 반짝이는 게 보였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열심히 밟아서 따라가니 그 분이 갑자기 열심히 달리시는겁니다. 제 앞등이 할로겐으로 밝아서 오토바이가 오는 줄 알고 피해주려고 그러는 거 같아 잽싸게 따라가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강화 MTB 클럽에서 활동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비싼 자전거 탄다고 자랑하시던데 캄캄하니 알아볼 수가 없더군요.^^ 저는 비싼거 아니라고 했는데 이 아저씨가 제 자전거 허브 소리를 듣더니 "그래도 허브 돌아가는 소리가 좋은 거 같은데요? " 하십니다. 허걱! 얼마전에 휠셋 업글한거 바로 들키고 말았습니다.^^

그 분과 헤어지고 또 외롭게 달리고 있는데 갑자 해안자전거도로 반대쪽 차도쪽으로 저를 추월하는 자전거가 나타났습니다. 저는 갑자기 경쟁심이 발동하여 샤방 모드에서 짐승 모드로 일거에 전환하여 평속 35km로 달아났습니다. 15분 정도 갔는데도 열심히 따라오셔서 누군지 궁금하기도 하고 마침 자전거 도로에 불법 주차한 봉고차가 있어서 멈춰서 그분을 기다렸습니다.

인사하고 가까이서 보니 저보다 10년쯤 연배셨습니다. 저 따라 오시느라 무리를 하셔서 헬멧이며 온통 땀투성이시더군요. 괜히 속도를 낸거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분은 자전거를 시작한지 한달쯤 되셨고 제가 김포에서 출퇴근 한다고 하니까 얼마전 강화도 일주번개 소식을 들으셨다고... 조심해서 타시라고 서로 인사나누고 헤어져 한시간을 또 외롭게 페달을 밟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정말 누구하나 꼬셔서 같이 다니면 좋을텐데... 도무지 싹이 보이는 사람이 없네요.^^


About this entry


자전거면 충분하다!



몇주전에 종로에서 모임이 있어서 미친척하고 자전거를 타고 종로까지 가봤습니다.

평소 출퇴근 하는 길은 중간에 차도로 가야하는 길이 나오지만 80% 정도는 자전거 전용도로로 가기 때문에 차도로 주행하는 일이 제일 문제였습니다. 김포에서 행주대교 한강시민공원까지는 48번 도로로 왕복 4차선이고 차들이 꽤 달리는 곳이거든요. 여기까지만 들어가면 그다음 부터는 한강변 자전거 도로니까 문제가 없을 거 같고...

하여간 잠깐 고민을 하다가 출발을 했습니다. 도로로 나서니 엄청 긴장이 됩니다. 아드레날린이 분출되기 시작하니 페달링이 점점 빨라지고 속도가 35km... 이러다 초반에 오버페이스를 해서 나가떨어질거 같아 오히려 뛰는 심장을 달래서 속도를 줄였습니다. 김포 시내를 통과하면서 첫번째 시험대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지하차도. 4차선 길이니까 맨 오른쪽 차선으로 달리다가 지하차도로 들어가려면 차선 2개를 안쪽으로 바꿔야 합니다. 백미러로 뒤를 보고 왼손으로 수신호를 해서 차선을 바꾸겠다고 알린후 차선변경. 지하차도를 무사히 통과하고 행주대교 입구에 도착하니 30분만에 15km나 왔더군요. 역시 무리를 한거 같아 천천히 가려는데 뒷바퀴 펑크! 잽싸게 튜브교환하고 출발하려는데 너무 서두르다 체인을 잘못끼워 체인이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각종 욕이 입에서 튀어나왔으나 어쩌겠습니까 제가 잘못한것을... 체인커터기를 꺼내서 망가진 체인 마디를 끊고 수리를 마친후 다시 출발하니 이제 완전히 어두워졌더군요.

우여곡절끝에 행주대교 한강시민공원 자전거전용도로로 들어서는 순간! 아.... 저는 이곳이 바로 자전거 천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로등이 켜있고 라이더와 인라인너, 러너, 그리고 제일 위대한 보행자들이 평화롭게 다니는 모습. 김포에서 강화까지 험한 길을 오가던 촌놈이 보여주는 새로운 서울의 모습이었습니다. 자전거 전용도로 근처에 사시는 분들은 정말 축복받은 겁니다. 지방에는 정말로 이런게 걸을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지방도로는 갓길도 없어서 어두워지면 걸어다니는 건 목숨을 내건 일이지요.

말로만 듣던 전용도로를 달리니 도로상태 좋고 거치적 거리는 게 없어서 비단길을 달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여의도에 도착해서 오늘의 두번째 난관인 마포대교에 도착했습니다. 마포대교 입구에서 다리를 인도로 건널것인가 차도로 건널것인가 고민을 하다 아무래도 차도는 자신이 없어서 인도로 들어갔습니다. 다리를 무사히 건너 공덕동 오거리에 도착하니 엄청난 오토바이 택배 아저씨들이 계시더군요. 같이 신호를 기다리다 자전거 타고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오토바이 만큼 늘어나는 상상을 하며 언덕을 오르니 이제는 고가도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홍은택씨가 한겨레에 금요일 격주로 연재하는 글에 라이더의 급수에 대해서 재미있는 말을 한게 있는데 인도 -> 차도 -> 한강다리 -> 터널통과 -> 고가도로 순으로 어렵다는 글을 썼습니다. 고가도로가 차도와 다른 점은 갓길과 인도가 없어서 도망갈 곳이 없고 높이가 주는 공포(떨어지면 꽤 아프다?^^) 때문에 고가도로가 제일 어렵다고 합니다.

처음으로 서울 시내에 진입해본 초보가 고가도로 통과를 시도하는 것은 아무래도 정신나간 짓이라 생각이 들어서 아래로 내려가 신호를 기다려 통과하니 드디어 교보빌딩이 보이네요. 이제 거의 다 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날은 너무 취해서 자전거로 귀가는 못하고 와이프한테 신세를 졌습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에 압구정동 연경이라는 중국집에서 모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올타구나 생각이 들어 자전거를 타고 갔습니다. 성수대교를 지나 토끼굴로 나가면 갤러리아 백화점이 나오니까 지난번 종로보다 훨신 쉬운 코스죠. 토요일 진료를 마치고 오후 3시에 강화에서 출발하여 3시간 만에 도착.(70km) 제대로 정장을 입어야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대부분 양복을 입고 온 교수님들 선배, 후배들 앞에 쫄바지에 헬멧을 쓰고 나타나니 다들 깜짝 놀라더군요. 강화에서 자전거를 타고 왔다니 일반인 생각에 놀랄만도 하지만....^^ 음주 자전거도 안되지만 자전거는 대리운전이 없기에 슬슬 술이 깰때까지 기다리다 오후 9시 30분에 출발(자전거 타고 가야 한다니까 다들 2차를 가자고는 안하더군요^^) 해서 중간에 펑크나서 자전거 끌고가는 젊은 남자 가 있더군요.

자전거를 사서 세번째 끌고 나왔는데 펑크가 나서 난감해 하고 있다가 제가 지나가니 " 펑크 좀 때워주세요"하고 소리를 치더군요. 집까지 끌고가려면 두시간은 걸린다고 하는데... 펑크를 때워주니 엄청 고마워 하면서 명함을 달라고 하는데 이런 건 라이더끼리 당연히 도와주는 일이니까 부담같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부득불 연락처를 알려달라길래 핸드폰 번호를 불러주니.... 전화기에 '천사'라고 입력하더군요. 좀 우낀 아저씨였습니다.^^

ps : 사진의 자전거는 사진 클럽 후배가 이번에 구입한 아주 좋은 자전거입니다. 무게가 6.9kg... ㅠ.ㅠ



About this entry



<< Previous : [1] : .. [84] : [85] : [86] : [87] : [88] : [89] : [90] : [91] : [92] : .. [103] : Next >>

Calendar

<<   2025/09   >>
S M T W T F S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H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