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일주 라이딩

김포에서 강화까지 30km 자출을 시작한지 한달반.... 체력엔 좀 자신이 생겼으나...장거리 라이딩은 해보지 못했는데, 네이버 카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 강화일주 라이딩 번개 공지가 떴습니다.

저는 집은 김포에 살지만 밥벌이를 강화에서 하고 있는지라 강화에 대한 애정이 철철 넘칩니다. 하지만 자동차로 민통선 지역을 몇번 둘러보기만 했지 구석구석 라이딩은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번개는 더욱 놓칠수가 없었지요.

저희집은 가능하면 모든 활동에 가족 구성원이 모두 참가하는 게 원칙이라(중1이 된 재관이는 학원때문에 못왔습니다. 불쌍해라 ㅠ.ㅠ) 이번에도 당연히 같이 가는 걸로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번개 공지를 보니 평속 22km..... (뭐야! 이정도는 우리도 할수있지 않을까?)


"여보, 강화도 라이딩 같이 가자?"

"싫어! 나 자신 없어. 제주도 일주하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지관이 하고 둘이서만 다녀와"

"가을 강화 풍경이 얼마나 좋은데? 안가면 후회할껄? 게다가 평속 20km래! 20km 이하로 가기가 더 힘들다며? 같이 가자아~~~"

"지관아! 자전거 타고 강화 한바퀴 돌건데 같이 갈거지?"

"언덕 많으면 안갈래요. 서귀포에서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걱정마 아빠 기억엔 작은 언덕 몇개밖에 없구 남쪽 언덕 많은 길로는 안가고 편한 길로만 갈거야"

"가기 싫은데..."

"그래? 그럼 집을 나가던지!" (저희집은 자기 맘대로 하려면 독립하라고 협박을 합니다.^^)


이리하여 제가 자출용으로 쓰던 자전거를 작은 녀석한테 빌려주기로 하고 페달도 바꾸고 기타 등등 점검을 마치고 아침부터 식구를을 다그쳐 장기동사무소 건너편에서 기다렸습니다.






아! 저기 온다....^^ 과연 장관이었습니다. 40여명이 방화역 집결지에 모여서 48번 도로를 따라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번짱님께(여기서는 번개 주창자를 번짱이라고 부릅니다) 인사드리고 출발을 했는데...



김포로 줄을 맞춰 달리는 모습.

가끔 출근때 48번도로를 이용하는데 그때는 갓길로만 달리다가 차선 하나를 전세내서 달리니 기분 만점입니다.

그.러.나!!!!



평속이 장난이 아닙니다. 30은 후딱 넘고 아차하면 35도 넘더군요.

예상 대로 와이프가 쳐지기 시작합니다. 출발은 맨 앞에서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다시 맨 뒤로....

집에서 나오자마자 자빠링해서 무릎을 깨트린지라.... 점점 불안해집니다.^^






놀라운 속도로 강화까지 20km를 주파하여 강화대교 건너 인삼센터에서 강화 라이더들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잠시 휴식후 강화북부 해안으로 출발....

휴식시간이 끝나고 강화도 북쪽의 해안도로로 들어갔습니다. 시작하자마 연속 콤보 언덕 두개. 다들 엄청나게 쏘시더군요. 그 장관을 찍었어야 하는 건데 뒤쳐지는 와이프 챙기느라 못찍었습니다.

역시나 김여사는 맨 뒤로 쳐지기 시작합니다.

후미를 맡은 회원님이 계속 지켜주시는데...

저는 작은녀석 신경이 쓰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와이프가 아무래도 민폐를 많이 끼쳐서 백업차량에 타야겠다고 합니다.

휴우~~ 내심 고맙더군요. 눈치없이 계속 가겠다고 하면 어쩌나했거든요. 자존심이 워낙 세서...^^







누워서 타는 리컴벤트 자전거.




지관이는 씩씩하게 잘 달립니다.^^










첫번째 휴식. 지관이가 많이 지쳐보입니다.


서쪽 해안의 철책선 비포장길을 달리는 지관.


교동섬 들어가는 선착장이 있는 창후리 무태돈에 도착.








창후리 선착장.




망월리 너른 벌판을 달리는 라이더들.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제 생각엔 여기가 강화도 라이딩의 백미였다고 생각합니다.

누렇게 익어가는 너른 벌판위를 달리는 자전거 부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눈물이 나도록...^^








사진이 작아도 자기 자식은 한눈에 알아봅니다. 지관이 맞습니다.^^
김여사는 나중에 차에서 내려서 같이 달리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석모도 가는 외포리 선착장에 도착했는데 점심 식당은 여기서도 더 가야 한다고 하네요. OTL...ㅠ.ㅠ





드디어 식당에 도착.








영양탕에 공기밥을 두그릇이나 깨끗하게 비운 지관이.


단체촬영후 다시 출발.



화도면에 도착하기전 모습. 멀리 마리산이 보이네요. 지관이는 여기서 라이딩을 포기했습니다. 아쉽지만 너무 무리하면 안되니까.... 그래도 여기까지 90km를 탔습니다.






선두포둑에서 후미를 기다리는 일행들.


선두리에서 휴식.


지원차량에서 골아떨어진 지관이.


강화남단의 너른 갯벌입니다.

새만금이 사라져서 이제는 제일 넓은 갯벌일겁니다.

가운데 있는 바위가 각시여로 도요새가 머무는 곳입니다



초지대교를 건너 김포로 가는길.
여기부터는 제 출퇴근 길입니다. 갓길로만 다니다가 차선하나를 전세내서 달리니 기분 최곱니다.^^




장기동에 다왔네요. 아쉽게도 저희는 여기서 작별.



자출 2개월도 안되는 초보가 여러 동지 라이더들 덕분에 처자식까지 데리고 좋은 라이딩을 했습니다.

저는 이토록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임을 본적이 없어서 많이 놀랐습니다. 덕분에 많이 배웠구요.

힘이 딸리는 초보자들에게 일일이 붙어서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 주고 다른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느라 내리쏘고 싶은 것도 참아주기도 하고...

저는 일행과 헤어져 집으로 들어가면서 정말 처자식만 아니라면 같이 따라가고 싶었습니다.^^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마친 일행들이 헤어지기 싫어서 다시 자전거를 되돌려 출발지로 돌아가고 싶었다는 말을 어렴풋이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놀랍습니다. 이런 모임이 있다는거....

그것은 바로 자전거의 힘입니다.


요새 자전거에 몰두하면서 생각이 아주 단순해졌습니다.(원래 단순한 인간이지만 그래도 머릿속은 복잡합니다.^^)

배고프다, 다리 아파, 피곤하다, 자전거 타고 싶다, 사진 찍어야지,.... 자자! ^^

쓸데없이 사는 게 복잡하고 머리가 복잡한 이유가 어쩌면 몸이 너무 편해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열심히 몸을 놀리니 몸과 마음과 눈이 함께 가벼워지네요.

자전거를 타고 온 세상을 훨훨 날아다니는 꿈을 꿈니다.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

@ 라이딩 결산
총 라이딩 시간 : 6시간 30분(점심시간 제외, 휴식시간 포함)
총 라이딩 거리 : 130km(임성식), 90km(임지관), 30km(김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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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낀 아침













Mamiya 7, 80mm, TMY

김포 들판은 곳곳에 아파트(저도 김포 논을 메워 지은 아파트에 삽니다만...), 공장들, 고압선 철탑, ... 별로 아름다운 풍경은 아닙니다. 하지만 안개가 적당히 가려주면 그런대로 쓸쓸한 풍경이 됩니다.

자전거전용길로 달려오시는 오토바이 아저씨도 반갑고 건너편 고압선 철탑도 그럴듯합니다.

초지대교는 아치형으로 만들어서 자전거 타고 건너기 힘들다고 투덜거리지만 건너고 나면 오히려 보기에 좋은 다리가 됩니다.

풍경도 이러할 진데....

우리 살아가는 것도 조금은 덮어두며 살아가면 좋을 거 같습니다.

덤덤하게, 조금은 둔하게, 하지만 바보 같이 신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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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가을 아침

어제 출근하는데 안개가 약간 끼고 누렇게 익어가는 벼 위에 이슬을 머금은 거미줄이 하도 예뻐서 카메라를 가져왔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빛이 못하군요. 꼭 카메라 안가지고 다니면....^^

어제 퇴근후 밤에 마나님이랑 논두렁 라이딩 1시간, 작은놈 영어읽기 좀 봐주고 늦게 잤더니 아침 컨디션이 나빠서 페달이 무겁더군요. 겨우겨우 초지대교 넘어 강화해안 자전거 전용도로가 시작되는 곳에 왔습니다. 여기는 도로와 분리되어 논 옆으로 길이 있어 참 좋은데 가끔 경운기나 트럭이 길을 막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어제는 할아버지 한분이 두루마리 휴지들고 아침 볼일을 논두렁에서 보고 계시더군요.^^





그런데 이길의 문제는 잠시후 다리를 건너면서 길이 없어져 도로로 다리를 건너야 한다는 겁니다. ㅠ.ㅠ 출근 때는 그래도 차와 같은 방양이라 문제가 없는데 퇴근때는 자전거도로로 진입하려면 잠깐이나마 도로에서 역주행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냥 도로로 가게 됩니다.



덕진진 지나 언덕을 넘으면 상쾌한 내리막이나오는데 여기는 벌써 벼베기를 했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아치형 다리가 초지대교.


이제부터는 샤방샤방 꽃길입니다.








마음은 바쁘고 다리는 무거운데 마지막 난관인 언덕하나가 남아있는데 언덕 초입에 뭐가 떨어져 있습니다. 내려서 보니 여름을 보낸 나비.... 이름은 집에 가서 도감을 찾아봐야되겠네요. 죽어서도 젤로 으젖한 생물은 곤충, 물고기, 새 순서인거 같습니다. 포유류가 젤로 불쌍한듯....

언덕에서는 자전거를 멈추지 않는게 버릇이지만 나비를 그냥두고 지나칠수 없어서 풀섶으로 옮겨줬습니다.







언덕에 올라 신나게 다운힐...


장어집이 모여있는 더리미. 염하에는 새우잡이 배들이 떠있네요.


선원사 표지판에서 해안도로을 벗어나 안으로 들어가는데 여기부터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코스입니다.




길옆에 콩, 들깨, 수수... 지나갈 때마다 냄새가 틀려요.^^


이제 기나긴 출근이 끝나갑니다. 아쉽기도 하고... 멀리 병원이 보이네요.


출근길에 처음으로 만난 보행자.


보통은 동지들 몇명은 만나는 데 오늘은 처음으로 만난 잔차공화국의 동지^^



이상 아침 출근길 보고를 마칩니다. 너무나 예쁜 이 길을 저만 다녀서 정말 미안합니다.^^ 

결국 오늘은 나비 때문에 지각이군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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