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한국전쟁을 누가 시작했는가는 국민학교때부터 주입되어 온 대로 적화통일 야욕에 불타는 북한괴뢰 도당이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에(아마도 일요일이었지?) 갑자기 쳐들어 왔다고 알고 있었다. 뻔뻔스럽게도 북괴는 우리가 북침을 해서 어쩔 수 쳐들어 왔다고 주장한다고 알고 있었고... 그동안 살아오면서 이런 인식에 새로운 틈이 생길 자리는 없었다. 그러다가 어떤 기회에 브루스 커밍스라는 미국인이 쓴 '한국전쟁의 기원'이라는 책이 있는데 기존의 주장(전통주의)에 반하는 새로운 시각으로 한국전쟁을 본 책이라고 들었다.(수정주의)
이 미국인이 다양한 노획문서와 비밀해제문서를 수년간 노력해서 이 책을 발표했을 때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의 주장은 상당한 음모론이 들어 있지만 북의 남침은 미국과 이승만 정권에 의해 유도된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중학교 때 일본에서 살다온 짝궁이 보여준 평양 사진에 놀랍게도 아파트와 머리에 뿔이 없는 정상적인 사람들을 본 뒤로 제도교육에 미심쩍다는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동족상잔의 내전(한국전쟁의 정의를 '내전'이라고 함부로 말하면 다칠 수도 있다.)에 이러한 깊은 뜻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배운것만으로도 대단한 경험이었다.(미안하지만 커밍스의 책은 읽지 못했다)
이 책은 저자와 선임 연구자들의 엄청난 수고로 탄생된 책이다.(어느 책이던 많은 수고가 들어갔겠지만) 전쟁 전후에 있었던 많은 문서들이 비밀 해제되었는데(러시아어,영어,한국어) 이 문서들이 연구되었고 전쟁중에 미처 없애지 못하고 노획된 북한-소련문서들이(노획문서-죽기전에 이상한 문서들을 잘 없애야겠다는 생각이...^^) 비밀 해제되어 몇년간을 문서에 파묻혀 지냈다고 한다.
약간 아쉽지만 한국전쟁 전체를 아우르는 책은 아니며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상황들(38선에서 있었던 수많은 분쟁들)을 미세하게 추적하여 그 당시의 상황이 눈에 선하게 보일 정도로 서술되었다.(길지만 잘 읽히는 이유) 물론 이 책도 다른 한국근현대사책들과 마찬가지도 읽다보면 울화가 치민다.(식민지의 인민들은 모두 같은 심정이겠지만) 소련과 미국에 의해서 정말 아무생각없이(물론 그들의 입장에서 연구했겠지만) 쭉 그어버린 38선(옹진반도는 38선 이남에 있지만 육로는 차단된 섬이되었고 이런 특성으로 많은 분쟁이 있었다), 그 양쪽에 적대적 정부의 수립(2차대전때 함께 일본과 싸웠던 두 진영이 어찌 그렇게 급속하게 냉전으로 갔을까?), 조만식-김구등의 통일주의자들의 눈물나는 실패와 암살, 계속되는 혼란과 양측의 공작(물론 북쪽의 공작은 상당부분 성공했고 남쪽의 공작은 지지부진했다), 49년에 엄청난 남쪽 도발의 38선 분쟁, 수세적이면서 속으로는 착착 전쟁을 준비한 북쪽의 치밀함(이에 비해 무뇌아적 행태를 보인 이승만 정권), 전쟁 직전의 남북한 전력비교(거의 비슷하거나 북쪽이 약간 우세했다고함),....
그래서 과연 누가 먼저 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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