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산 한바퀴 돌기







지난주는 당직이 있어서 주말 라이딩을 못했고 이번주 대명순환코스는 꼭 가고 싶어 안돌아가는 머리로 갖은 핑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수요일쯤 와이프가 갑자기 물어보더군요.

"이번 주말 뭐 할거야?, 재관이 중간고사 막바지 기간인데?"

(허걱! 바로 기습을 하다니... 하지만 뻔뻔스럽게도) "자전거 타고 홍천다녀 올려구"

"죽을래?"

"응"

"사실은 이번에 참가하면 세번째 라이딩에 참가하는 건데 쿠폰 세개 모으면 정회원 시켜준데"

"그래서! 정회원되면 뭐가 다른데? 회비 깎아줘? 뒤에서 밀어줘?"

"그게....뭐.... 뭘 준다기 보다... 그러니까...."

"하여간 가겠다니 말리지는 않는데 혼자서 얄밉게 놀러만 다니다가 뒷 감당 어떻게 할건데?"


흐흐 그래도 아침에 김치볶음밥 곱배기로 만들어줘서 올챙이 배가 되도록 먹고 출발했습니다. 잠실로 가니 첨뵙는 분들과 새로운 자전거가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첨오신 부부^^

하남을 지나 팔당대교로 가는 데 여자분이 그룹라이딩이 처음이신듯 뒤에서 남편분이 계속 코치하시더군요. 더 붙어라, 내리막에서는 천천히 가라, 등등. 자세도 좋으시고 군살도 없으셔서 상당히 잘 타시더군요. 전 집에서 사내놈들 둘하고 씨름하고 있을 마나님 생각에 눈시울이 촉촉...^^

평속 25킬로라는 공지글 답게 한강변을 50킬로 육박하는 속도로 달리더군요. 내 이럴줄 알았다니깐.^^ (업힐 여러개 넘으려면 평지에서 과감하게 달려야 하지만요.... 신기한게 그룹으로 달리니 평지 평속 50이 가능합니다.)

점심 먹을 식당쪽으로 가는길 앞쪽에 까마득히 솟은 짭짤해 보이는 업힐이 보이는데(비발디언덕) 몸이 근질근질하시던 짐승 회원분 두분은 앞으로 튀어나가시고 옆에서는 작년에 다녀오신 분이... "안돼!!! 제발 저 언덕만은 안돼요~~~" 하고 외치시더군요.

선두보시는 분은 먼저 튀어나가신 두분을 보시면서 씩 웃으시더니 저 길은 코스가 아니지만 다오실분은 다녀오세요. 하시는데 그러면 왜가? 하는 분위기에서 몇명이 올라가더군요. 저는 그때 잠시 정신이 혼미했는지 아무생각없이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잠시 뒤에 뼈저린 후회를 했지만 이왕 나선길이니 끝까지 가보자는 맘으로 계속 페달을 밟았습니다. 경사도가 12% 이상이라고 그러셨던거 같던데 과연 막판 업힐이 끝날 즈음에 제일 경사가 높은 구간이 나오더군요. 심박수는 업힐 내내 170이상을 보이고.... 겨우 올라갔다 다운힐을 하는데 경사가 어찌나 심한지 정말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오후에 넘을 고개가 많다는데 내가 무슨 짓을 한걸까? ㅠ.ㅠ 힘도 딸리면서 예쁜 언덕만보면 정신을 못차리니...쯧쯧쯔...^^)


손님이 저희팀밖에 없는 식당에서 맛나게 점심을 먹고(커다란 양푼에 비벼먹는 비빔밥이 맛나보였는데...^^) 출발하니 바로 작은 업힐하나 지나서 널미재를 올랐습니다. 비발디 언덕보다 경사도는 낮지만 굽이굽이 돌아가는 품새가 아주 이뻤습니다. 이때도 못참고 튀어나가시는 짐승분들 등짝을 보면서 담에 피뽑아서 도핑테스트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결과는 인간의 피가 아니었다? )

널미재를 내려와서 염소삼거리 지나자마자 접촉으로 인한 자빠링이 있었는데 다행하게도 자전거도 사람도 많이 다치진 않았습니다만 가슴 철렁했지요. 서포트차에 태워 드리고 유명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말로만 들어오던 유명산인지라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경사도가 아주 급하지는 않아서 다행히도 심박수가 160을 넘지는 않았습니다. 한적한 길이라서 그런지 오토바이 타는 친구들이 애용하는 코스 같던데 중간에 넘어져서 부서진 오토바이를 트럭에 실으려고 업힐하는 저희보고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아무리 사정이 급해도 어이가 없어서...) "지금 저희가 그런거 도와줄 힘이 있어보이냐구요!!!!" "제코가 석자도 넘거든요?" 하면서 올라가니 헤어핀처럼 돌아가는 구비를 돌아가니 오토바이 친구들이 여럿이 길가에 앉아 있더군요. 모여서 서로 자세 자랑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헥헥거리며 올라가는 데 멀뚱멀뚱 쳐다보기가 그래서 제가 먼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더니 그 친구들이 "안녕하세요. 수고 많으십니다"하고 인사를 하는데.... 저친구들이 보기엔 진짜로 우리가 수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겠구나했습니다. (우리는 시끄럽고 냄새나는 엔진이 아니라 헥헥 거리는 숨소리와 낮지만 쉬지않고 뛰는 심장으로 올라간다^^)

정상에서 쉬고 있는 일행을 만나 서종으로 다운힐.... 도장리를 돌아가는 구비구비에 제가 제일 이뻐하는 연두색 새 나무잎이 나기 시작했고 점점히 박혀있는 산벚나무.... 정말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황동규 시인의 한대목 처럼, 라이딩하다 그대로 사라져도 좋을...^^)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넋을 잃어 후미에 쳐지니 일행이 갈림길에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먼저 내달리신 일행은 하나로 마트앞에서 침을 질질 흘리면서 '먹을거 내놔!!!'^^

음료수에 바나나 등등에 먹을 것을 잔뜩 사서 정신 없이 먹었습니다. 기념사진 찍자고 해도 쳐다보지도 않고 정말 처절하게.... 동네사람들 눈엔 알록달록 이상한 쫄바지 입은 거지떼로 보였겠지요.^^

돌아오는 길엔 차가 막히는 코스를 지나자 갑자기 달리기 시작 하는데(저는 도저히 저럴 기운이 남아있질 않았기 때문에 사태 파악을 못했습니다) 아차하는 순간에 선두그룹에 떨어져서 홀로 달리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꼬리에 붙으려 해도 거리가 좁혀지질 않았습니다. 이때 앞에서 두분이 뒤로 빠지시며 "앞으로 계속 쏘실래요? 천천히 가실래요?"물어보시는데 잠시 0.5초간 고민하다 바로 "천천히 갈께요. 휴~~~ 살았다."

막판에 강북강변도로까지 신나게 달려 일행이 기다리는 광나루로 향했습니다. 다행이 돌아오는 길에 같은 동네 사시는 분이 계셔서 차에 잔차 싣고 올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자출하면서 업글한 체력을 바탕으로 모임에 나가서 저보다 나이 어리고 비싼 자전거 타는 사람들 따라잡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이날은 저보다 훨씬 나이 많으시고(안물어봤으나 60대), 잔차도 훨씬 후지고 배낭까지 매고 라이딩하신 분께 내내 밀렸습니다. 정말 아주 좋은 자극이 되더군요.^^

@ 총거리(목동기점) : 197km, 평속 26.8km, 평균심박수 143, 최대심박수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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