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추cc 다녀오다 - 공 안쳤음.
지난주에 시화에서 맘껏 달리고 오니 몸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에는 목동-강화를 하루 자출하고 집에 돌아오면 젖은 솜처럼 축처진 상태였는데 이번에는 집에 와서도 너무나 생생한겁니다.
"오호라! 이게바로 피카추가 라이추로 진화하는 거하고 비슷하구나."(공부한지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만.... 요새는 아이들이 유희왕카드로 종목을 바꾼지라)
맨날 김포평야만 가로질러 다녀서 언덕이 목마른 저는 송추 지도를 보니 너무나 가고싶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에도 혼자 놀았는데 어찌 연속으로 간다는 말은 못하겠고... 괜히 송추 코스 지도를 모니터에 띄워놓고는 와이프를 보여줍니다.
"우와! 다음 코스는 송추에 있는 언덕 다 올라간데. 미쳤군 미쳤어! 저길 어떻게가?"
와이프 : (쓱 쳐다보더니) "전에 차로 한번 가본데네 언덕 심하던데 가고 싶어?"
"가긴 어딜가? 지난주에 다녀왔는데. 안가! 못가! 저길 어떻게 가"
"가고 싶으면 가아~~(봐? - 생략어법^^), 주말마다 혼자 잘 놀아봐?"
"저~~얼대 안가! 애들 중간고사 기간인데 분위기 잡아야지"
이러고서 또 전날까지 송추 간다는 말도 못하고 참석 댓글도 못달고 있다가 맨꼴지로 참석 댓글을 달아놓았습니다. 당일 아침. 목동으로 이사와서 첫 중간고사라 긴장하고 있는 큰애(중2)한테 슬슬 바람을 넣습니다.
"재관아! 공부하느라 스트레스 많이 받지? 랠리 휠셋바꾸고 한번밖에 못 탔잖아? 아빠랑 한바퀴 돌고 오자!"
"안되요. 학원 보충수업도 있고 점심에 생일 초대 받았어요?"
"생일? 여자친구? 아니면 여자애들 많이 온대?"
이러면서 면학분위기를 해치는 분위기로 계속 나가니 참다못한 와이프가 집에 붙들어놔봤자 도움이 안될거 같으니 허락을 해주네요.^^ 그래도 이번에는 파스타를 곱배기로 해줘서 든든하게 카보로딩을 했지요.
성산대교 북단에 약속 시간보다 좀 일찍 도착했는데 아무도 없어서 반포쪽으로 달려서 마중을 나가는데 강북강변도로에서는 교통통제를 하고 인라인 대회를 하고 있더군요. 아무래도 인라인쪽이 파워가 막강한가 보네요.^^ 밤섬즈음에서 일행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성산대교 북단에서 쉬는데 어째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여자분들은 안계시고 왠 MTB 라이더들이 합류했더군요. (전 이분들이 국가대표인줄 몰랐습니다.^^)
"아니 웬 MTB? 이사람들 오늘 죽었다! ㅋㅋ MTB로 로드 따라오려면 가랭이 찢어질텐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불광천을 따라 구파발쪽으로 가서 송추IC 방면으로 들어가니 첫번째 업힐이 나오더군요. 어영부영 업힐을 하려고 다리에 힘을 주려는데 MTB 라이더들이 앞으로 쑥 나가면서 댄싱을 하는데 그 자세며 속도가 가히 아름다울지경이었습니다.
"헉! 이상하다 그동안 봐오던 MTB가 아니네? 처음이라 힘이 좋아서 그럴거야" 하면서 계속가다보니 MTB라이더중 한분의 져지에 '000 재활의학과" 라고 씌여있더군요. 뭐눈엔 뭐만 보인다고 제 눈엔 이런것만 잘 보입니다.^^ 나중에 여쭤보니 그병원 원장님도 라이더셔서 져지에 병원이름을 넣으셨다고하네요. (환자한테 모두 져지 주는거는 아니랍니다.^^) 잘은 모르지만 훌륭한 병원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저토록 완벽하게 재활을 시키다니....
이름도 모르는 힘든 고개를 넘고나서(몇개를 넘었는지 기억도 안나고 그저 앞사람 엉덩이하고 삐걱거리며 비명을 지르는 자전거 소리만 들리더군요) 한참을 다운힐 해서(저수지를 끼고 도는 길이 멋졌습니다.) 전주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송추 CC 언덕을 올랐습니다. (아! 친구들이 송추CC로 공치러 오자하던 그 송추CC를 자전거 타고 올라오다니....) 그럭저럭 중간에는 끼었으니 버디은 아니더라도 파정도는 아닐까...^^ 모여서 기념사진 찍고 한참을 맘껏달려 의정부 시내를 통과했습니다.
의정부시내에서 도저히 민간인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엄청난 몸매와 미니스커트의 여성을 봤습니다. 저는 워낙 눈이 밝은지라 멀리서 포착을 하고 속도를 줄여서 자세하게 구경하며 지나가는데 저보다 빨리 가셔서 제대로 못보신 '6명'이 일제히 고개를 우측으로 돌리시더군요. "흐흐 역시 숫컷들이란!^^ 아직 허벅지 힘이 남았나보네" 이러는데...
고개돌릴 힘이 남아있는걸 알았는지...의정부를 지나니 신호등이 없는 탄탄대로가 나오더군요. 여기서 페이스를 올리는데 정신이 없어서 속도계를 쳐다볼 틈이 없었으나 50에 육박했을겁니다.(나중에 GPS로 확인해보니 이구간 5km 평속 44.7, 최대 59.6, 6분 42초 @.@) 더욱더 놀라운 것은 MTB 선수들이 같은 페이스로 달리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느분이신가 그러셨지요. "국가대표가 동호인들을 이렇게 괴롭혀도 되는거야?" ㅎㅎ) 광란의 질주를 마치고 서울시내로 들어와서는 예정에도 없던 망우리 업힐에 워커힐 업힐까지...(워커힐은 이제 힐축에도 못낍니다.^^)
이러고 나서 마지막에 광장동에서 쵸코파이와 음료수 먹으며 자연스레 나온말!
"언덕이 젤 쉬었어요"
@ 총거리 124km, 평속 24km, 평균심박수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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