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익숙해질까?

마이야 7, TMY, 강화 더리미
자전거 출퇴근하면서 자주 드나드는 네이버 '자출사' 카페에 가면 서울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이 한강변이나 탄천 이야기를 하실 때... 사람이 너무 많다, 다른 자전거와 접촉사고 날뻔했다, 피빨기 했는데 좀 미안하더라...등등의 말을 들으면 한적한 촌에 사는 저는 다른 세상 이야기 같습니다.
저는 출근때는 많아야 7-8명 정도 만나고 퇴근 때는 한두명 만나기가 힘듭니다. 정말 외롭지요. 그저 페달이 삐걱거리는 소리(기름좀 쳐야하는데 탈때만 생각하다 자전거에서 내리면 까먹어 버리네요.^^), 바퀴가 돌아가는 소리(허브가 소리가 정겨워질 줄은 몰랐습니다. ㅠ.ㅠ), 제 숨소리, 가끔 지나가는 차소리... 아! 요새는 오리하고 기러기들이 와서 덜 심심해졌네요. 반가운 손님들...^^
엇그제 퇴근하는데 강화읍에서 해안도로까지 농로로 가기때문에 아주 캄캄한데, 저 앞쪽에 빨간 뒷등이 반짝이는 게 보였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열심히 밟아서 따라가니 그 분이 갑자기 열심히 달리시는겁니다. 제 앞등이 할로겐으로 밝아서 오토바이가 오는 줄 알고 피해주려고 그러는 거 같아 잽싸게 따라가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강화 MTB 클럽에서 활동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비싼 자전거 탄다고 자랑하시던데 캄캄하니 알아볼 수가 없더군요.^^ 저는 비싼거 아니라고 했는데 이 아저씨가 제 자전거 허브 소리를 듣더니 "그래도 허브 돌아가는 소리가 좋은 거 같은데요? " 하십니다. 허걱! 얼마전에 휠셋 업글한거 바로 들키고 말았습니다.^^
그 분과 헤어지고 또 외롭게 달리고 있는데 갑자 해안자전거도로 반대쪽 차도쪽으로 저를 추월하는 자전거가 나타났습니다. 저는 갑자기 경쟁심이 발동하여 샤방 모드에서 짐승 모드로 일거에 전환하여 평속 35km로 달아났습니다. 15분 정도 갔는데도 열심히 따라오셔서 누군지 궁금하기도 하고 마침 자전거 도로에 불법 주차한 봉고차가 있어서 멈춰서 그분을 기다렸습니다.
인사하고 가까이서 보니 저보다 10년쯤 연배셨습니다. 저 따라 오시느라 무리를 하셔서 헬멧이며 온통 땀투성이시더군요. 괜히 속도를 낸거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분은 자전거를 시작한지 한달쯤 되셨고 제가 김포에서 출퇴근 한다고 하니까 얼마전 강화도 일주번개 소식을 들으셨다고... 조심해서 타시라고 서로 인사나누고 헤어져 한시간을 또 외롭게 페달을 밟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정말 누구하나 꼬셔서 같이 다니면 좋을텐데... 도무지 싹이 보이는 사람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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