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면 충분하다!



몇주전에 종로에서 모임이 있어서 미친척하고 자전거를 타고 종로까지 가봤습니다.

평소 출퇴근 하는 길은 중간에 차도로 가야하는 길이 나오지만 80% 정도는 자전거 전용도로로 가기 때문에 차도로 주행하는 일이 제일 문제였습니다. 김포에서 행주대교 한강시민공원까지는 48번 도로로 왕복 4차선이고 차들이 꽤 달리는 곳이거든요. 여기까지만 들어가면 그다음 부터는 한강변 자전거 도로니까 문제가 없을 거 같고...

하여간 잠깐 고민을 하다가 출발을 했습니다. 도로로 나서니 엄청 긴장이 됩니다. 아드레날린이 분출되기 시작하니 페달링이 점점 빨라지고 속도가 35km... 이러다 초반에 오버페이스를 해서 나가떨어질거 같아 오히려 뛰는 심장을 달래서 속도를 줄였습니다. 김포 시내를 통과하면서 첫번째 시험대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지하차도. 4차선 길이니까 맨 오른쪽 차선으로 달리다가 지하차도로 들어가려면 차선 2개를 안쪽으로 바꿔야 합니다. 백미러로 뒤를 보고 왼손으로 수신호를 해서 차선을 바꾸겠다고 알린후 차선변경. 지하차도를 무사히 통과하고 행주대교 입구에 도착하니 30분만에 15km나 왔더군요. 역시 무리를 한거 같아 천천히 가려는데 뒷바퀴 펑크! 잽싸게 튜브교환하고 출발하려는데 너무 서두르다 체인을 잘못끼워 체인이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각종 욕이 입에서 튀어나왔으나 어쩌겠습니까 제가 잘못한것을... 체인커터기를 꺼내서 망가진 체인 마디를 끊고 수리를 마친후 다시 출발하니 이제 완전히 어두워졌더군요.

우여곡절끝에 행주대교 한강시민공원 자전거전용도로로 들어서는 순간! 아.... 저는 이곳이 바로 자전거 천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로등이 켜있고 라이더와 인라인너, 러너, 그리고 제일 위대한 보행자들이 평화롭게 다니는 모습. 김포에서 강화까지 험한 길을 오가던 촌놈이 보여주는 새로운 서울의 모습이었습니다. 자전거 전용도로 근처에 사시는 분들은 정말 축복받은 겁니다. 지방에는 정말로 이런게 걸을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지방도로는 갓길도 없어서 어두워지면 걸어다니는 건 목숨을 내건 일이지요.

말로만 듣던 전용도로를 달리니 도로상태 좋고 거치적 거리는 게 없어서 비단길을 달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여의도에 도착해서 오늘의 두번째 난관인 마포대교에 도착했습니다. 마포대교 입구에서 다리를 인도로 건널것인가 차도로 건널것인가 고민을 하다 아무래도 차도는 자신이 없어서 인도로 들어갔습니다. 다리를 무사히 건너 공덕동 오거리에 도착하니 엄청난 오토바이 택배 아저씨들이 계시더군요. 같이 신호를 기다리다 자전거 타고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오토바이 만큼 늘어나는 상상을 하며 언덕을 오르니 이제는 고가도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홍은택씨가 한겨레에 금요일 격주로 연재하는 글에 라이더의 급수에 대해서 재미있는 말을 한게 있는데 인도 -> 차도 -> 한강다리 -> 터널통과 -> 고가도로 순으로 어렵다는 글을 썼습니다. 고가도로가 차도와 다른 점은 갓길과 인도가 없어서 도망갈 곳이 없고 높이가 주는 공포(떨어지면 꽤 아프다?^^) 때문에 고가도로가 제일 어렵다고 합니다.

처음으로 서울 시내에 진입해본 초보가 고가도로 통과를 시도하는 것은 아무래도 정신나간 짓이라 생각이 들어서 아래로 내려가 신호를 기다려 통과하니 드디어 교보빌딩이 보이네요. 이제 거의 다 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날은 너무 취해서 자전거로 귀가는 못하고 와이프한테 신세를 졌습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에 압구정동 연경이라는 중국집에서 모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올타구나 생각이 들어 자전거를 타고 갔습니다. 성수대교를 지나 토끼굴로 나가면 갤러리아 백화점이 나오니까 지난번 종로보다 훨신 쉬운 코스죠. 토요일 진료를 마치고 오후 3시에 강화에서 출발하여 3시간 만에 도착.(70km) 제대로 정장을 입어야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대부분 양복을 입고 온 교수님들 선배, 후배들 앞에 쫄바지에 헬멧을 쓰고 나타나니 다들 깜짝 놀라더군요. 강화에서 자전거를 타고 왔다니 일반인 생각에 놀랄만도 하지만....^^ 음주 자전거도 안되지만 자전거는 대리운전이 없기에 슬슬 술이 깰때까지 기다리다 오후 9시 30분에 출발(자전거 타고 가야 한다니까 다들 2차를 가자고는 안하더군요^^) 해서 중간에 펑크나서 자전거 끌고가는 젊은 남자 가 있더군요.

자전거를 사서 세번째 끌고 나왔는데 펑크가 나서 난감해 하고 있다가 제가 지나가니 " 펑크 좀 때워주세요"하고 소리를 치더군요. 집까지 끌고가려면 두시간은 걸린다고 하는데... 펑크를 때워주니 엄청 고마워 하면서 명함을 달라고 하는데 이런 건 라이더끼리 당연히 도와주는 일이니까 부담같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부득불 연락처를 알려달라길래 핸드폰 번호를 불러주니.... 전화기에 '천사'라고 입력하더군요. 좀 우낀 아저씨였습니다.^^

ps : 사진의 자전거는 사진 클럽 후배가 이번에 구입한 아주 좋은 자전거입니다. 무게가 6.9kg...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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