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 보는 남자, 로맨스 읽는 여자

출판사에서 일하는 친구가 이책이 나오자마자 딱 제가 떠올랐다면서 준 책입니다. 게다가 집에 가져가니 식구들도 신문에 난 책소개보고 아빠가 분명 살거라고 예상했답니다.^^ 인정 안할수가 없네요. 전 진화, sex, 뇌과학에 매료되어 있으며 요즘엔 요리가 나오면 무조건 눈이 돌아갑니다.
인간의 성연구를 위해 킨제이는 독특한 밀접 인터뷰를 사용했는데 사실 그게 좀 황당합니다. 이를테면 당신의 성적인 환상에 대해서 말해보세요 라고 하는게 아니고 최근 일주일 동안 동물과 성관계 한적 있습니까? 이런 식의 직접적인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일면 그의 방법도 일리는 있지만 자신의 가장 내밀한 내용을 설문지나 상담자에게 모두다 털어놓기란 쉽지 않을 거라는 건 분명하지요. 하지만 이책의 저자들은 아주 영리한 방법을 사용했는데, 바로 검색사이트에 입력한 검색어를 분석해 본 것입니다. 검색어 만큼 그 사람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들어내는 것도 없겠지요. 인터넷에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porno가 존재한다고 하는데(그렇다고 합니다 ㅎㅎ) 누군가 발정난 염소와 성관계하는 동영상을 질문하니 답이 '염소의 종류를 입력하시오' 였다는 농담이 농담이 아닐거 같지요?^^
남자는 왜 여자가 보기에 역겨운 porno를 보고 흥분하며 여자는 남자가 보기에 유치짬뽕인 로맨스 소설에 열광할까? 얼마전 흡혈귀와 늑대인간이 판치는 트와일라잇 갈은 영화도 같은 맥락입니다.(알파남과 나쁜남자가 합쳐져있고 지고지순한 로맨스까지.... 여자들한테는 완벽한 치즈케익인거죠) 여자들은 왜 이런 로맨스 소설에 열광할까? 각자의 내밀한 성행동에는 그것에 합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세세한 예를 들고 진화생물학을 기초로 설명하는데 참으로 명쾌한 설명이 솔솔합니다.
제가 특별히 많이 배운것은 게이들은 과연 어떤 성행동을 보이는지 여자들이 스토리와 분위기가 없으면 왜 잘 몸이 따라오지 않는지에 대한 설명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끄덕. ㅎㅎ 진작에 알았더라면....^^
여자들은 알파남에 매혹되지만 현실적으로 알파남은 극히 드문존재이므로 나쁜남자에 대신 끌리게 되는 이유. - 이래서 여자들이 신세를 망치게 되죠.
만미터 아래의 깊은 바다나 137억년 이전의 우주와 더불어 가장 이해하지 못한 내밀한 인간의 성행동에 대한 아주 훌륭한 책입니다.
읽고나니 얼마전에 읽은 스윙잉(스윙 댄스가 아니고 핫와이핑 또는 스윙잉이라는 게 있더라구요)에 대한 책인 '욕망의 아내'나 킨제이의 업적에 대한 책인 '킨제이와 20세기 성연구' 유쾌한 성과학서인 '봉크'와 더불어 최고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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