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비상시대

석유는 3억 년 전부터 3000만 년 전 사이에 지구 온난화로 오랫동안 조건이 좋았던 때 호수와 바다의 얕은 유역에서 번생했던 조류가 오랫동안 쌓여 끈적끈적해진 것을 케로겐(油母)이라 하는데, 이것이 수중에 퇴적되어 있다가 지각운동에 의해 깊은 땅속 (7500 ~ 15000피트) 사이에 묻혔을때 고온과 고압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이라 합니다.  이보다 더 깊은 곳에서는 압력이 너무 높고 온도도 올라가서 모든 탄화수소 분자가 분해되어 메탄가스로 변하여 암석층 사이로 빠져나가 버리고 말기때문에 이 깊이(7500~15000피트) 사이를 '석유 창'(oil window)이라 부르며 이 창 밖에서는 석유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석유는 무게 및 부피에 비해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함유하고있고 운반하기도 쉬우며 일반 기온에서 가압하지 않은 금속 탱크에 쉽게 저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 상태로 변잘되지 않고 무한정 오래 보관할 수도 있고 간단한 증류만으로 여러 등급의 연료나 수많은 유용한 생산품(플라스틱, 페인트, 의약품, 섬유, 윤활유 등등)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 정말 놀라운 물질입니다.

그러나 화석연료는 지질사의 독특한 선물로서, 그 덕분에 인류는 지구상에서 거주 공간의 소용 능력을 인위적이고 일시적으로 늘릴 수 있었던 것이죠. 산업화된 나라에서 사는사람 한 명에게 100명의 노예를 마음대로 부리는 것과 같은 능력을 제공했으며 상당기간 이런 시기가 지속되어 화석 연료 없는 삶은 상상조차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러 있습니다.

무한정 계속 될 것 같았던 석유가 곧 고갈될것이며 (아니면 이미 시작되었다는) 석유가 없는 세계는 과연 어떻게 될것인가? 바로 그 답은 "장기 비상시대"라는 것이 이책의 주장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석유라는 달콤하기 그지없는 마약에 취해있기 때문에 절대로 그런 일이 생겨서도 안되며 생기더라도 분명 과학자들이 그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제 주위에 있는 사람중 그나마 환경을 생각하는 분께(저보다 10년위) 이 문제를 말씀드렸더니 그 대답은 .... "핵융합"만 성공하면 모든것이 해결될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석유라는 유한한 자원이 지속될거라고 믿는 이 황당한 믿음은 인지부조화, 몽유병자 처럼 절벽으로 걸어가고 있는 문명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에 나오는 뉴기니 원주민들의 '화물 숭배'와 다를것이 무어냐고 반문합니다. (화물숭배 - 백인들이 큰 배에서 엄청난 화물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걸 본 원주민들이 조상들이 큰 배에 화물을 가지고 와서 자신들에게 나누어 줄 것이라고 믿는 종교행위)

"석유생산 정점"이란 지구상에 묻혀있는 모든 석유의 절반을 뽑아낸 시점을 말하는데 여기서 착각하는 게 반을 썼어도 아직 반이 남아있으니 괜찮은거 아니냐고 생각하면 안된다는 겁니다. 이제 남아있는 반은 접근성과 경제성이 떨어져 거의 추출할수 없는 석유라는 데 있습니다. 석유생산 정점을 넘어섰다는 것은 곧 석유가 고갈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지금처럼 화수분처럼 펑펑 석유를 쓰는 일은 앞으로 영원히 없을 거라는 것입니다.

최근 지구인구가 70억을 넘었다고 하는 데 200년전 석유가 이용되기 직전의 인구는 10억. 그러니까 석유때문에 지구는 60억의 인구를 더 부양하고 있었으며 조만간 석유로 짓는 농사가 막을 내리기 시작할때 60억의 잉여인구가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최근 경제가 불확실해졌을때 모두다 안전자산을 찾아 헤메다 누구는 '금'에 누구는 채권에, 달러에 돈을 투자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장기 비상시대'에는 안전자산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사회, 식량, 정치, 교육, 종교는 어떤 영향을 줄지 참으로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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