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탕 따라하기

고기 좋아하던 사람이 요산수치도 올라가고 구제역으로 가축들 떼죽음시키는 거 보다가 공장식 축산을 반대하는 의미에서 채식주의를 선언한 후 덩달아 식구들도 고기소모량이 급속하게 줄었습니다. 지난 8개월간 고기집에 가서 외식을 하지 않았고 고기만 사서 구워먹은 적도 없으니까요. 저 없는 틈에 몰래 구워먹었을지도 모르지게만요.^^  과연 한명이라도 입을 줄이면 정말 많은 효과가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최근 알게된 '쿠킹하는 사회주의자'님의 블로그에 갈비탕 레시피가 올라왔습니다. (http://blog.naver.com/frankbyon/120144531772)  그동안 이태리음식만 배웠지 달걀말이 말고는 배운게 없었는데 그래도 요리 공부한 공력이 있어선지 레시피를 보니 별로 어렵지 않아보이는 겁니다. 몇달만에 간이 배밖으로 나온거죠.^^

저때문에 본의아니게 채식하는 식구들한테 슬쩍 물어보니 다들 먹고 싶어 하길래 혼자서 덜컥 장을 봤습니다. 김여사가 감시를 안하는 틈을 타서 무려 갈비 2kg(호주산)에 양지머리 2kg .... 고기값만 8만원.

일단 레시피에 나온대로 찬물에 고기를 담가서 핏물을 뺐습니다. 2시간에 걸쳐서 여러번 물을 갈아줬습니다.






다음은 국물 재료 준비 - 조선간장 3큰술, 다시마 2장, 말린 표고버섯, 배추속, 대파, 김장하고 남은 무, 통마늘 다수 - 집에서 제일 큰 그릇에 넣고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평가를 해보니 조선간장의 맛이 아주 중요합니다.)



국물이 끓기 시작해서 고기를 넣고 있습니다. 근데 넣다보니 그릇이 너무 작아서 두개로 나눠서 끓이는 소동이 있었습니다. 제가 손이 너무 큰가 봅니다.



20분간은 제일 센불에 끓이고 그동안 계속 거품을 걷어냈습니다.






잠시 틈나는 시간에 파를 썰고 - 처음 칼질하는 재관이.



국물이 끓기 시작한지 한시간이 지나면 야채를 건져냅니다. 너무 늦게 건져내면 야채가 부서져서 국물이 깔끔하게 되지 않더군요. 마늘은 깨지고 배추는 다 풀어져 섞이구요.


중간중간 소금으로 살짝살짝 간을 했습니다. 나중에 소금을 전혀 넣지 않고 먹을 만큼 간이 되었습니다. 간할때 쓴 소금은 김여사 몰래 산 '소금 꽃' 어쩌구 하는 프랑스 소금으로.

그동안 계란 지단을 만들기 위해서 비장의 무기를 꺼냈습니다. 실력자들는 계란 껍데기 가지고 흰자,노른자를 잘 분리하시지만 저는 초보이므로...




맨위는 깔대기, 노란거는 레몬즙짜개, 치즈갈이, 등등에 맨 아래는 계량컵입니다. 중간에 'egg separator'라는 거창한 이름...^^



계란 4개를 흰자,노른자를 분리하고 살짝 달군 팬에 식용유를 살짝 바르고 키친타올로 닦아 냅니다.(이게 바로 포인트!) 계란을 팬에 붇고 살살 돌리면서 아주 얇게 지단을 부쳐냅니다. 조금만 요령이 생기면 쉽게 되는데 제 특기가 종이장같은 지단 만들기^^

노른자가 흰자보다 쉽습니다. 흰자 지단은 너무 농도 묽어서 어려우니까 녹말가루를 넣어 농도를 맞추면 쉽다고 합니다. 저는 녹말가루가 없어서 그냥.









국물재료로 넣은 표고버섯도 건져내서 썰고 팬에 살짝 볶고 후추, 소금으로 간합니다.




양지머리는 너무 삶으면 퍽퍽해지니까 갈비보다 먼저 건져서 썰어놓습니다.




1시간 30분쯤에 갈비를 꺼내서 잘 익었나 확인후 (뼈에서 갈비가 잘 떨어지면 완성) 고명을 얹어서 식사.




다들 처음 한거치고는 상당히 맛나다고 하는데 우리집 미식가 작은 아이가 (고기파가 아니라 국물파라고 주장) 국물에서 끝맛에 미묘하게 신맛이 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간장이 범인 일거 같아 제가 사용한 조선간장 맛을 보니 간장 선택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간장 세숟갈이 굉장이 중요하다는 거.

다음에는 쇠꼬리로 끓여 달라고 하는데 이거 채식주의자한테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  이러다가 다시 개종할거 같아 당분간은 고기를 쳐다보지도 말아야하겠습니다. 하지만 만들어보면 역시 고기요리가 야채 요리보다 훨씬 손도 덜가고 생색도 많이 낼수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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