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집에 관한 생각


미루나무 위에 골똘한 생각처럼 까치집이 맺혀 있다. 부스스한 머리를 다듬지도 않은 채 아침부터 생각에 잠긴 사람처럼 까지집이 얹혀 있다. 다른 나무들이 고의로 부러뜨렸거나 일부러 떨어뜨린 가지들이 모여 까치집을 이루고 있다. 사람이 버린 것, 이를테면 손톱과 발톱, 귀지와 살비듬, 머리터럭과 피지와 몇 방울의 눈물을 옛 생각과 버무린 것처럼 까치집이 놓여 있다. 처음부터 머리 둔 곳이 거기라는 둣이. (권혁웅, 두근두근, 랜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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