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세월아.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황지우




初經을 막 시작한 딸아이, 이젠 내가 껴안아줄 수도 없고

생이 끔찍해졌다

딸의 일기를 이젠 훔쳐볼 수도 없게 되었다

눈빛만 형형한 아프리카 기민들 사진;

"사랑의 빵을 나눕시다"라는 포스터 밑에 전가족의 성금란을

표시해 놓은 아이의 방을 나와 나는

바깥을 거닌다, 바깥;

누군가 늘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버릇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다

옷걸이에서 떨어지는 옷처럼

그 자리에서 그만 허물어져버리고 싶은 생;

뚱뚱한 가죽부대에 담긴 내가, 어색해서, 견딜 수 없다

글쎄, 슬픔처럼 상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완전히 늙어서 편안해진 가죽부대를 걸치고

등뒤로 시끄러운 잡담을 담담하게 들어주면서

먼 눈으로 술잔의 水位만을 아깝게 바라볼 것이다


문제는 그런 아름다운 廢人을 내 자신이

견딜수 있는가, 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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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이런 시가 이제 자연스레 읽히는 나이가 되었다

아름다워라 세월이란...

깔깔거리며 지나가는 젊은애들,

뒤돌아 보게 되지만

되돌아 가고싶지는 않다


시간아! 박차를 가하자

어서어서 달려 아직도 뜨거운 피좀 식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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