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둥이




상상동물 이야기 17

-케르베로스


  머리 셋 달린 사나운 개가 저승 문을 지키고 있다 망자가 저승에 이르면 케르베로스는 뱀 대가리가 붙은 꼬리를 치며 망자를 반긴다 하지만 그가 저승 문을 나서려 들면 케르베로스는 세 개의 입으로 으르렁거린다

  오늘도 도로 위엔
  머리만 남은 개 가죽들이 솟아난다

  당신은 시속 백 킬로의 삶을 늦출 수 없다 당신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그러니 그냥 개꿈을 꾸었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것이다 당신이 어디에 이르든, 목적지에선 이미 케르베로스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므로


(권혁웅,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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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이 현기증나는 속도에서 내려설 수 있을까?
느리게 걸으며 사뿐히 걸어가는 고양이를 쳐다볼 수 있을까?
오늘도 내일도 죽을만큼 달리고 달린다
*흰둥이 : 몇달간 자출길에서 만나야했던 개, 지나가면서 오늘도 무사히 갈 수 있도록 부탁했다. 흰둥이는 도로에서 죽어서 가죽을 몇달간 남겼다. 나도 유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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