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한 번의 낮과 밤

마흔한 번의 낮과 밤


계속해야 한다. 계속할 수 없지만, 계속할 것이다.
- 베케트

 
  이를테면 심장 근처에도 약음기(弱音器)라는 게 있어서 떨리는 줄을 지그시 누를 수 있으면 좋겠다 서로 다른 선(線)이 공명을 부를 터이니 이 문장이 다른 문장과 만나 조용히 어두워지면 좋겠다 소리에도 색이 있다면 내가 디딘 계단은 무채색의 반음계여도 좋겠다 그가 내려올까 말까 망설일 때 내가 이 못갖춘마디를 먼저 올라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줄에 걸린 심장의 두근거림이 천천히 잦아 든다면, 그게 어두워지는 것이라면, 그렇게 눈을 감는 것이라면

(권혁웅,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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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의 감각이 갑자기 선명해졌다
무심히 지나치던 엉겅퀴의 가시가 가슴을 저며온다
아! 그대 또 오셨는가?
익숙했으나 한때 잊혀졌던 열병
심계항진, 이상발한, 깊은한숨, 잠들수도 취할 수도 없는 밤
그대 가슴과 내 가슴에 공명하던 선이 끊어졌으니 이 떨림은 어디로 흐를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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