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여름 이야기 - 여행 후기 개봉 박두






여행 후기는 다녀오자마자 끈끈하게 그 열기가 남아 있을 때 후다닥 써야하는데....

다녀와서 밀려드는 업무에 치여서 진도가 잘 안나갑니다.

우선 맛보기로 사진 몇장 올리고 차차 올리겠습니다.^^

-------------------------------------------------------------------------------

방학시작 할 때 짜는 생활계획표는 구할이 뻥이라 해도 해도 이번 휴가 계획은 너무나 황당했던 것으로 판명났습니다. 하루에 200km씩 자전거로 움직여서 서울에서 속초를 거쳐 7번 국도를 타고 삼척, 울진, 영덕, 포항, 경주를 지나 부산까지 가서 다시 대구, 청주를 거쳐 서울 돌아온다는 1000km 대장정을 5일에 끝내겠다는.... 아주 깜찍한 계획이었으니.... 선선한 가을도 아니고 서포트 카가 따라다니며 뒷바라지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꼴랑 남자둘이서 폭염주의보가 내린 여름의 한중간에 보급차량도 없이 모든 짐을 등에 지고 이런 계획을 짠 사람은 분명히 경험을 하다말아서 '내가 해봤더니'를 연발하며 터무니없는 목표를 세우고 몰아치는 성과주의 꼰대였던 것이었습니다.

(중략)

" 언덕은 힘들어도 지루하지 않아서 좋은데 평지는 편해도 너무 재미없어요. " 

- 그래, 아들아. 네가 아직 어리다는게 여실히 느껴지는 구나. 편안한 지겨움 보다 힘들지만 재미있는 역경에 더 이끌리는 건 네가 그만큼 젊기 때문이다. 정말 좋은 거야. 하지만 인생이라는 게 그렇더구나. 우리는 파란만장한 이벤트를 매일매일 치르면서 살 수는 없단다. 그저 지루하고 변하지 않는 일상을 꾸역꾸역 살아가며 땡볕에 천천히 바스라지는 슬레이트 지붕처럼 늙어갈 뿐이다. 매일 같은 사람과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길을 다니는 것 같지만 부드럽고 다정한 눈으로 지긋이 바라보고 있으면 그 따분하고 지루한 일상에 작은 물결이 일고 매번 다른 느낌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단다.(어쩌면 이게 진짜 비밀일지도 몰라) 우리를 지금의 나로서 있게 하는 것은 힘든 언덕을 힘들게 넘어가며 쌓은 내공도 일부가 되지만 탄탄한 바닥을 이루고 있는 것은 작고도 작은 우리의 일상이란다. 천천히 변하는 풍경을 배경삼아 크게 숨차지 않게 페달을 밟으며 달리는 평지처럼 공기 같은 하루하루가 있기에 우리는 또다시 언덕이 앞길을 가로막아도 부드럽게 미소지으면 안장에서 일어나 '댄싱'을 할 수있는 거란다.  어느 누구도 일생을 안장에서 일어나 춤을 추며 살아갈 수는 없단다. 그러니 힘들지만 신나는 '댄싱' 만큼 지겹지만 소소한 일상을 사랑하도록 하자. (후략)





About this en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