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딩 체육대회

지난 주 금요일에 고1인 재관이가 체육대회를 했습니다. 학교에서 점심하고 간식등 챙겨주라고 한반에 10명 정도 엄마들보고 나와달라고 했다고 하는데 비록 노는 날이지만 시커먼 청소년들이 우글거리는 '남고' 체육대회에 하등 관심이 없었습니다.

6년전 5학년때 체육대회때는 재관이가 좋아하는 여자아이 사진찍으려고 각종 망원렌즈 챙겨서 열심히 사진 찍었던 적도 있었건만...(http://www.brickinside.com/NeoView.php?Db=OldAgeBoard&Mode=view&Block=1&Number=1930&BackDepth=1&fmSearchType=ALL&fmKeyWord=%BF%EE%B5%BF%C8%B8&SortCrt=Desc&fmCategory=)

다만 부자간의 예의상, "재관! 아빠 마침 쉬는 날인데 체육대회 갈까?"
"당연히 오셔야죠. 왜 물으셔요?"
"응... 그게....  작업하러 암실에도 가야하고.... 그러니까.....응....자전거 타고 쫄바지 입고 가도 될까?"
"상관 없어요. 맘대로 오세요."

하는겁니다. 사춘기 자식이 학교행사에 오라는데 안갈수도 없고해서 담임선생님께 드릴 위스키 한병 챙겨서 우장산체육공원이라는 곳으로 갔습니다.(학교운동장이 코딱지라 운동장을 빌려서...)

인조잔디이기는 하지만 먼지가 풀풀 날리는 운동장을 생각했던 저로서는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체육대회는 돼지플루때문에 많이 축소되어 1,2학년이 같은 반끼리 편을 먹고 티셔츠도 맞추고 그랬답니다.

재관이 반인 5반은 '음양합일'을 등판에 새기고 앞에는 5叛(배반할 반)을 내세웠더니 소심한 담샘이 뒤집어 입으라고 했답니다. (발랄한 고딩에 역시나 답답한 꼰대들....^^)

아이들 티셔츠 모음.
















6명이서 200미터씩 뛰는 1200미터 이어달리기 예선이 있었는데 재관이는 마지막 주자라네요.

나름 작전회의를 한다고 하는데 바통이나 놓치지 않으면 다행^^




뭔일인지 얼마전에 갑자기 반삭발한 재관. 머리통은 이쁘군요.^^



바통들 준비하시고.










상당한 거리를 두고 일등으로 들어왔네요.













스텐드 제일 위쪽 그늘진 명당에 자리잡고 왕수다와 왕간식을 드시고 계시는 엄마들. 저혼자 남자라 뻘쭘하게 구석에 짱박혀서 김밥만 축냈습니다. 이거참....


축구대신 풋살.









넘기면 대충이기는 배구.




그리고 2인 3각 릴레이 선수 출전입니다.
한뼘이상 큰 녀석 품에 안겨 열심히 달렸으나 겨우 한팀 추월하는 걸로 만족. ^^








지겹고 재미없어서 겨우겨우 버티다 일찍 나왔는데 오후 릴레이 결승전에서 마지막 주자 재관이의 엄청난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고 합니다. (저도 릴레이 선수로 나온적이 있었으나 막판에 추월당하고 욕먹는 역을 주로 한지라....ㅠ.ㅠ)

학원에 찌든 아이들이 하루나마 맘껏 뛰는 모습을 보니 답답했던 마음이 좀 풀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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