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휴가 1일차



점방주인이 휴가를 일주일씩이나 갈 수 있다는 건 참으로 큰 축복이기에 어떻하면 휴가를 알차게 보낼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가니 뜻대로 할 수 없게 되더군요. 올해가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하지 못하게 되었지요. 고1일 된 재관이 학원이 방학 내내 하루도 쉬지않고 수업이 있다고 합니다. (무슨 수학학원인데 얼마나 잘 가르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수업을 쉬는 시간 없이 서너시간 연속으로 하고 .... 저는 맘에 들지 않지만 재관이가 그 선생님을 아주 좋아해서 어쩔수가 없지요. 뭐 지가 좋다는데)


재관이만 떼놓고 셋이서 가려했더니 아비와 다르게 에미마음은 모질지 못해서 못가겠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올레'까지는 아니더라도 '와우' 정도는 되는거니까 작은 아이(중2,지관)를 꼬셔서 꿈에 그리던 제주도 라이딩을 계획했습니다. 계획을 거창하게 세우고 다니는 버릇이 아니라 대충 출발일과 도착일만 정하고 숙소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정해서 다녀야 제맛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연과 돌발상황이 없으면 여행이 아니고 관광)  처음 생각은 이전에 해안선 일주를 했으니 주로 중산간도로를 라이딩하고 3년전에는 오직 달리기만 하느라 명승지 구경을 전혀 하지 못했으니 이왕이면 유명 관광지도 둘러보고....  시간을 내서 올레길로 몇코스 걸어보고자 했으나 제대로 된건 별로 없네요.


하지만 제가 아무리 선천성 간비대증으로 겁없이 살고있다하더라도 휴가기간을 통채로 놀다온다고 하면 웃으면서 잘 다녀오라고 할 와이프가 어디있겠습니까?  8월 9일 일요일 아침 7시 비행기로 출발해서 16일 일요일 12시 비행기로 돌아온다는 일정을 듣고는 '죽고잡'냐며 일정을 바꾸라는 김여사의 엄청난 공세에도 꿋꿋하게 버티고 버텼습니다.^^


3년전 여름 휴가때 6박7일로 가족 모두 제주도 해안선 일주 자전거 여행을 했을때 (http://dvdprime.paran.com/bbs/view.asp?major=ME&minor=E1&master_id=40&bbsfword_id=&master_sel=&fword_sel=&SortMethod=0&SearchCondition=2&SearchConditionTxt=freesolo&bbslist_id=977500&page=1)  제일 어려서 (초딩5) 엄청나게 고생을 했던 지관이는 의외로  순순히 함께 가자고 하네요. 심지어는 설레이기까지 한다고....^^  (역시 세뇌는 무서운겁니다)    사춘기 아들이 꼰대와 단둘이서 7박8일 여행을 해준다는거에 감동하여 자전거 주행 마일리지에 따라 용돈을 주기로 했습니다. 제가 자출하면서 받는 성과급이 1km에 300원인데 대폭 인상하여 500원, 100km 이상 주행한 거리에는 두배, 긴 업힐에서 한번도 내리지 않고 업힐을 완수 했을때 산악포인트를 따로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여행첫날 (8월 6일)

지하철9호선이 자전거를 태워주지 않아서 김포공항까지 타고 가서 자전거를 포장하여 부치려고 했는데 고맙게도 김여사가 공항까지 태워줬습니다. i30에 뒷좌석을 접으니 도로 자전거 2대가 넉넉하게 들어갑니다.

이대목에서 등장인물을 소개해야되겠습니다.  먼제 저와 3년간 동거동락하는 '연희(連希, 멀리흐를 연, 바랄 희)'  쿠오타에서 나오는 프레임중 초-중급용이라 무게는 솔찬히 나가지만 전혀 불만은 없습니다. 이번 여행을 위해서 안장가방을 큰걸로 달고 왔습니다.

사춘기를 맹렬하게 통과하고 있는 지관(중딩2, 3년전 아무생각없이 6박7일간 제주도 해안도로 일주했으나 평소 자전거 거의 타보지 않았고 로드 자전거도 이번이 처음), 사진클럽 후배한테 빌린 '까망' (로드 자전거의 명가인 이태리 꼬냐고 카본 프레임에 구동계로는 캄파 최고급 그레이드인 레코드를 장착)  - 이자리를 빌려 귀중한 자전거를 선뜻 빌려준 문종범군께 감사.




자전거를 배송하기 위해 김포공항 1층에 있는 수화물센터로 가니 자전거 포장비용이 1대당 무려 2만오천원이랍니다. 미리 알아본 바는 만오천원이었는데 무려 만원이 올랐네요. 말로는 박스를 따로 주문해서 제작했다고는 하지만 박스 하나에 자전거 넣어주고 포장테이프로 붙여주는 가격치고는 지나치게 비싸다고 생각합니다. 앞바퀴빼고 안장을 빼야 제대로 들어갑니다. 그러니 간단한 공구를 가지고 가야합니다)  하지만 대안이 없으니 거금 오만원을 주고 2대를 포장해서 부치고 비행기를 탔습니다. 제주공항에 도착해서 '용두암 하이킹'에 전화해서 박스보관을 부탁했습니다.(1대당 만원, 공항에서 박스를 실어서 가게에 가서 자전거 조립하고 돌아갈때 다시 포장해서 공항까지 데려다 줍니다.)  - 자전거 포장 & 운송 비용으로 1대당 3만 5천원



근처 식당에서 아침식사로 먹은 갈치조림.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는 지관이를 살살 녹였습니다.^^  1인분에 7000원




출발하자마자 공기압이 매우 부족한 것을 발견해서 휴대용펌프로 공기를 넣어보지만.... 평소 100정도 넣고 다녔는데 80도 넣기 힘듭니다. 이 대목에서 로드 자전거 튜브 밸브인 프레스타와 일반 자전거 밸브인 던롭에 호환할 수 있는 어탭터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 큰 실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전문점이 아니고 일반 자전거포에서는 공기를 넣기 힘들어서 대충 공기압을 넣고 다녔더니 펑크에 취약해지고 속도가 떨어졌어요.)



제주 시내 통과중. 아직은 쌩쌩합니다.^^  목적지는 서쪽 중산간지역에 있는 나인브릿지 골프장 옆의 '효월'님 집입니다. 중산간도로에 경험이 별로없어서 아무생각없이 지도만보고 제주시에서 1135도로를 타고 쭉 올라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글쎄 차들이 제주도에서 제일 빨리 달린다는 서부산업도로였습니다. 그나마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만들어져 있어서 중간중간 차가 빠져나오는 길만 조심하면 별다른 위험요소는 없었습니다. 다만 무지 지루하게 계속되는 오르막, 오르막, 오르막....  무려 30km가 계속 오르막이었습니다. ㅠ.ㅠ


아! 젠장알 이게 무슨 짓일까?  - 후회해도 늦었단다. 아들아!





끝이 안보이는 업힐....거기다 비까지 부슬부슬 옵니다. 날씨가 흐리고 비온다고 썬크림 안 발랐다가 홀라당 익어버렸습니다 ㅠ.ㅠ



아부지 이거 언제 끝나요? 
- 글쎄다.


업힐때는 간지나게 져지 지퍼를 반쯤내리고







비가 그치니 멋진 풍경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많이 올라왔네요.





드디어 서부산업도로의 업힐이 끝나고 나인브릿지CC로 들어가는 입구로 들어섰습니다. 근데 이 길이 또 물건입니다. 무려 10% 업힐에 3km 계속됩니다. ㅠ.ㅠ  공사장에 씌여있는 글이  (업힐)주의 같습니다.^^










드디어 효월님 집에 도착. 이 지역은 조선시대에 화전민이 정착했던 곳으로 4.3 때 주민들이 소개되었다가 최근에 골프장이 생기면서 집 몇채가 들어서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수제차 명인인 효월님은 유니텔 '차사랑'시절에 인연을 맺어 벌써 12년지기가 되었네요. 화개에서 제주로 옮기신지 4-5년쯤 되셨는데 이제야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드시고 계셨던 효월님과 효사모 회원분들께 환대를 받고 맛나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샤워까지 하고 한잠 늘어지게 자고나서 다시 에너지를 충전하니 몸이 근질거려 낙타등 코스와 직선 도로가 압권이라는 1115도로를 달려보겠다고 나섰습니다. (나인브릿지에서 탐라대 까지 왕복 40km) 




아부지! 길이 끝이 안보여요. ㅠ.ㅠ
- 제주도 중산간도로가 아니면 경험하기 힘든 거란다.

헐~~~  슬슬 페달만 밟으면 된다고 하더니
-누가?




열심히 달려 탐라대 도착.

아부지요?  저거저거 구름이 심상치....
- 니는 하늘은 보지말고 땅만 보고 달리거라.






멀리 산방산이 보이네요.


노루조심


자전거 조심



시속 60km로  다운힐하는 중딩. 다음부터는 다운힐때 앞에 세우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여친한테 보여준다고 열심히 촬영중.



다시 고통의 업힐.
처음으로 대퇴사두근의 존재를 알게된 중딩^^

효월님집에 다시 도착하여 막걸리를 마시며 묵은 수다를 떠는걸로 하루를 마무리지었습니다.



총정리 : 주행거리 70km, 주행시간  4시간 14분, 고도 600m
획득 마일리지 = 70 * 500원 = 35000점, 산악포인트 2만점  -  합 5500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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