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등짝

하루키는 꽤 알려진 러너죠. 자신의 산문집 곳곳에 거의 매일 달린다는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몰랐는데 얼마전에 출간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재미나게 읽으면서 러너나 라이더나 비슷한 정신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뭐 둘다 죽어라 달리는 거니까 비슷하겠지만 결정적으로 몇가지 다른 점도 있습니다만.... 러너를 나쁘게 말하는 것 같아 말하기 어렵군요.  그래도 입이 간질거려 말을 안할 수가 없는데^^  러너쪽이 좀 더 미친 상태같다는 겁니다. 자전거도 고통스러운 순간이 있지만(특히나 긴 언덕을 오를때) 그래도 순간순간 페달을 멈추고 타력주행을 할때는 참으로 즐겁습니다. 하지만 달리는 쪽은 내리막길이라도 발을 멈출수 없으니 멈출때까지 힘들겠지요.^^  (그러니 달리면서 벼라별 생각을 다고 무슨 이상한 주문을 외우기까지 한다더군요.)


하루키는 대학을 졸업하고 재즈바를 아내와 몇년간 운영했는데 의외로 장사가 잘 되어서 20대 후반에는 빚도 어느정도 해결하고 안정을 찾았다고 생각이 든 순간 불현듯 소설이 쓰고 싶어졌다고 합니다.^^  정학하게 날짜까지 기억하는데 1978년 4월 1일 오후 1시반 전후랍니다. 야구장에서 맥주를 마시고 야구관람을 하다가 타자가 강속구를 정확게 맞추는 소리가 구장에 울려 퍼졌을 때 '그렇지, 소설을 써보자'라는 생각이 떠올랐답니다.


그래서 부업으로 소설을 써서 응모를 했는데 그게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였고 문예지에 응모한게 처녀작이 덜컥 당선이 되어 3년 가까이를 장사와 소설을 겸업하다 전업작가로 새길을 가게 되었답니다.

전업 소설가가 되어 환경을 바꾸기 위해 이사를 하고 몸을 움직이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꾸준하게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하루키는 살이 쉽게 찌는 체질이라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찌는 아내에 비해 불공평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오히려 그런 체질 때문에 꾸준히 운동하고 식사 조절을 하게 되었기에 나이가 들어서도 체력을 유지하게 되어 오히려 하늘이 내린 행운이라고 생각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조금만 방심하면 배가 멜롱 나오는 이티형 체질이라 꾸준히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지 않았으면 어쩔뻔했나 했는데 마찬가지로 행운이라고 생각해야되겠습니다.


추운 겨울 아침에 잘 움직이는 않는 몸을 일으켜 유동식으로 아침을 먹고 물통에 물을 채우고 꾸역꾸역 캄캄한 새벽이 페달을 밟을 때 이게 무슨 짓인가 하고 수없이 투덜거렸고 틈만나면 날씨와 약속과 수십억 가지의 이유를 대면서 자출을 포기하도록 했으면 아무것도 못했지만 계속 자출을 포기할 수 없는 아주 작은 사소한 이유 때문에 오늘도 묵묵히 자전거 출근 하고있습니다. 최소 10년은 아무 생각없이 계속 해보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하는 꿈이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책에 실린 하루키의 등짝입니다. 20여년을 꾸준히 달리면 저런 간결한 몸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네요. 하루키가 위대한 작가로 남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성실한 작가라는 것만은 인정 안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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