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길 인생 #1



R3a 40mm 1.4, TMY, gelatin silver print
몇달간 나름 열심히 자출하면서 찍은 필름 작업을 했습니다. 그동안 찍기만 하고 현상, 인화를 못하고 있다가 한꺼번에 하려니 역시나 무리였습니다.
마흔롤 가까이 되는 필름을 밀착인화하는 시간만 무려 2시간. 그중에서 몇장 골라서 인화해보니 뜻대로 되지 않아서 겨우 몇장 건졌습니다.
하면할수록 디지탈 시대정신에 아주 멀리 와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한장한장 느리게 뽑아내는 흑백사진의 어떤 맛이 있다고 느껴집니다.
아주 안개가 짙게 낀 날이었는데 - 이런 날은 뒤에서 추돌할까봐 모든 신경이 곤두서는 날이죠 - 마침 저 앞에서 콩깍지를 자전거에 실은 할아버지 한분이 아슬아슬하게 갓길로 들어서고 계셨습니다. 비록 안개때문에 지각이었지만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뒤에서 자전거를 타고 따라가면서 한손으론 핸들을 잡고 한손으론 수동 카메라를 조작해서 필름 한롤을 찍었는데 다행히 몇장 쓸만한 사진을 건졌습니다.
Trackback :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