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꽃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
해안가 철책에 초병의 귀로 매달린 돌처럼
도둑의 침입을 경계하기 위한 장치인가
내것과 내 것이 아님의 경계를 나눈 자가
행인들에게 시위하는 완곡한 깃발인가
집의 안과 밖이 꽃의 향기를 흠향하려
건배하는 순간인가
눈물이 메말라
달빛의 그림자의 경계로 서지 못하는 날
꽃 철책이 시들고
나와 세계의 모든 경계가 사라지리라
(함민복,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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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함과 부드러움의 경계
무한질주와 느림의 경계
길과 길 아님의 경계
짐승과 사람의 경계
물질과 생명의 경계
나와 너 사이의 경계
갓길을 달리는 것은 그 경계를 달리며 경계를 허무는 것
가녀린 호박넝쿨이 작은 손을 내밀어 응원을 보내고 있다.
결코 건널 수 없을 거 같은 그 경계에도 작은 틈이 생겨 무너지고 무너져 결국엔 하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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