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 후기 - 2부





17년만에 둘이서 오붓하게 여행을 다녀오니 아이들은 의외로 무지하게 지겨웠다고 합니다. 저는 나름대로 꼰대들이 빠져주면 친구들도 불러다가 파티도 하고(미국 틴에이져 영화보면 다들 그렇게 하길래...) 숨겨놓은 야한 영화도 보고 그럴줄 알았는데 막상 둘만 남으니 더 심심했다고 하네요.

나머지 휴가를 뒹굴뒹굴 보내려다 아이들이 예전에 어린시절을 보냈던 곳을 가보고 싶다고 하여 군의관시절 15사단 화천 사창리, 대전 자운대 부터 갈까 했더니 그쪽은 별로 기억도 안나고 초등학교들 다닌 삼척부터 가자고 하네요. 그래서 무작정 떠났는데 주제는 '뿌리는 찾아서' 정도 되겠습니다.^^

2000년에 제대하여 처음으로 직장을 잡은 곳이 삼척이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울진, 삼척, 무장공비가 연속으로 떠오르는 바로 그곳이었습니다. 영동지역에 연고가 없는 이상 왠만해서는 태백산맥을 넘기 힘든데(다들 구구절절하지는 않아도 사연이 있더군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제일 설득력이 있었던 조건은 1. 관사 제공 2. 산 좋고  3. 물 좋은 곳이었는데  전셋가 3천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제공한다는 미끼에 걸려서 그만.... 흑흑^^

재관이가 삼척 서부초등학교 입학, 지관이는 서부초등학교부설유치원 입학. 2년 다니다 동해로 옮기면서 동해 중앙초등학교 다니다 서울로 이사했네요.





높아만 보이던 농구골대는 이제 덩크슛이 가능한 높이가 되고... 한 학년에 두 반만 있는 아주 아담한 학교랍니다. 큰 아이 입학식에 가서 감개무량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군요.



최고의 미끼. 한양 아파트 101동.


점심 겸 저녁으로 찾아간 곳은 부일 막국수. 삼척일대에서 제일 맛난 곳이라 생각합니다. 막국수도 맛있지만 수육과 함께 나오는 양념이 아주 일품입니다. 왠만해서는 맛집 찾아다니지 않지만 여기는 떠나서도 내내 생각나는 곳이었습니다.



셀카에 이골난 김여사.




배부르게 먹고 시내에 있는 선배를 찾아갔더니 놀랍게도 체중이 많이 빠졌더군요. 예전엔 출산 임박이었는데 이번에 보니 볼라볼 정도였습니다. 슬프게도 사연은 최근에 심근경색에 걸려서 요단강 건널뻔했던 사건으로.... ㅠ.ㅠ   그래도 관상동맥에 스텐트 세개로 때웠으니 천만다행이었습니다. 하기야 중년에 갑자기 살빼면 바람났거나 병났거나 둘중에 하나라더니....

다음날 아침 두번째로 먹고 싶던 '곰치국'을 먹으로 삼척항 바다횟집으로 갔습니다. 여기서 곰치는 보통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이빨 날카로운 곰치는 아니고 아주 못생기고 물컹물컹한 물고기(물텀벙이라고 합니다)인데 영동지역에서는 이 놈을 가지고 김칫국을 끓여서 해장국으로 즐겨 먹습니다.



너무나 평범한 생김새지만 그 맛은 참으로 오묘하면서도 아주 시원한 그런 맛이랍니다. 곰치국도 자꾸만 생각나는 음식.

아침을 든든히 먹고 삼척 맹방 해수욕장으로 드디어 해수욕을 하러갔습니다. 이번 여름휴가를 위해 특별히 장만한 똑딱이 디카 올림푸스 1030sw의 성능시험을 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방수가 된다고 해서 장만했는데 막상 물에 들어갈 기회가 없어서....^^





이런 사진은 당연히 가능하고....








이런 사진이 가능한 게 장점입니다. 물론 근접 잠수 비키니 사진을 찍어 보려했으나 아무도 물안경을 챙기지 못한 관계로 .....^^




















얼음 그릇에 담아주는 팥빙수를 안주로 맥주 한잔 마시고 동해로 출발.  동해에서는 두번째로 다닌 중앙초등학교 구경을 하고 자주 가던 빈대떡집에서 요기를 하려했지만 가게가 문을 닫았더군요. 그때도 주인아주머니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음식이 사라지니 추억도 사라지고....여러모로 아쉽더군요.





동해에서도 한양아파트에 살았군요.


지관이가 다니던 유치원.




동해에서 강릉으로 간 이유는 오로지 '보헤미안 카페'에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로스팅과 핸드드립의 원조격이신 '박이추'씨가 운영하는 곳입니다. 저녁 먹기 전이라 출출했었는데 마침 토스트 셋트 메뉴가 있어서 허기를 면했습니다.










주문진으로 내려가니 제일 붐비는 휴가 기간이라 엄청난 인파가 거리를 메우고 있었습니다. 포구 구경하다 놀랍게도 손님이 한명도 없는 횟집에서 느긋하게 저녁을 먹고 청소년들이 원하는 노래방으로 갔습니다. 노래를 워낙 못하는 가족이라 함께 노래방에 간게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래도 편한 식구들끼리 노래방에 가니 그동안 시도조차 못해봤던 노래들을 불러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결론은 역시 노래방엔 가지말자.^^








같이 안놀아 줄까봐 열심히 분위기 맞추는 김여사.

저녁 아홉시가 지나서 방을 잡으려니 근처 여관, 호텔을 샅샅이 뒤져 허름한 모텔방을 겨우 하나 건졌습니다. 그림같이 예쁜 펜션도 여러군데 구경했는데 다들 몇달전부터 예약해야한다더군요. 몇달은 커녕 그날그날 무계획으로 다니는 우리집으로서는 불가능한 시츄에이션이죠.

그동안 아무거나 잘먹고, 아무데서나 잘자고 다녔는데 자꾸만 입이 고급이 되는 여러가지로 애로사항이 꽃피더군요. 제일 큰 문제는 전용 바리스타를 데리고 다니는 김여사. 이번 여행에는 바구니에 커피 도구를 가지고 다니면서 여관방에서도 뜨거운 물을 구해다 드립커피를 마셨습니다.



여관방은 당연히 가능하고... 심지어는 동네 원두막에서도 진상짓을.....^^





다음날은 삼척에서부터 가깝게 지냈던 친구가족(지금은 속초 거주)을 만나서 복숭아 축제를 하는 마을로 놀러갔습니다. 복숭아도 먹고 개울에서 물장구도 치고 옥수수, 감자도 먹고 신나게 놀았습니다. 어린시절을 촌에서 구르면서 보낸 아이들이라 물가에 풀어놓으니 바로 옛날로 돌아가더군요.




어떤 허수아비는 너무 비슷해서 깜짝깜짝 놀랐습니다.^^














커다란 가마솥에 쑥, 칡넝쿨을 깔고 옥수수, 감자를 쪄서 놀러온 사람들에게 나눠주는데 인심도 좋고 향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개울가에서 놀다보니 방수와 충격에 강하다는 카메라를 가지고 재미있게 성능시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카메라로 물수제비뜨기 였습니다. 물론 동영상 기능 켠 상태에서 납짝한 카메라를 돌멩이 던지듯이 개울에 던져서 물수제비를 떳습니다. 다섯번정도 튀었는데 옆에서 보고 있는 내막을 모르는 아주머니는 아주 깜짝 놀라더군요.^^

http://video.naver.com/2008080416253036246



친구가족. 큰 딸이 지관이하고 동갑.

친구가 멋진 곳을 구경시켜 주겠다고 해서 따라갔더니 솔비치 콘도&호텔이라는 곳이 속초에 생겼나 봅니다. 바야흐로 레져의 흐름이 산중에 있던 콘도에서 해양 스포츠로 옮겨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구경을 하는데 아이들이 이런 곳에서 묵으면서 휴가를 보내면 안되냐고 하길래 나중에 니덜이 돈 벌어서 어떻게 놀 던 상관 안하겠지만 나랑 살면서는 그런 경험하기 힘들거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서 이런 풍경에 정신 빠지기 보다는,





이런 풍경을 탄복할수 있는 여유와 감수성을 가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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