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 예슬이, 혜진이....

주말에 추격자를 봤습니다. 볼까말까 끝까지 망설였지만 '노인을...없다'가 밤에만 교차상영중이라 눈물을 머금고.

중간중간 관객석에선 간간히 웃음소리가 들렸지만 저는 조금도 웃을수가 없더군요. 영화 말미에 미진의 죽음후 신체손상은 감독이 지나치게 나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스포일러네요. 미안합니다.) 실제는 더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상상력을 벗어나 버리니 오히려 사실성이 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정우를 완전히 괴물로 만들어서 측은지심을 없애버리는 의도가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출장 마사지라는 이름으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 매번 남자를 만나러 문을 열고 들어갈 때마다 얼마나 무서울까요?. 벼라별 인간들이 있을 거고 게다가 그 장소는 모든 욕망을 맘대로 표출할 수 있는 '돈으로 산' 공간과 시간이니 얼마나 대단할까요. 변태를 만나면 재수없다고 침 몇번 뱉고 말면 지나가겠지만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그녀들은 매일매일 도박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겁니다. 믿을 거라곤 아무것도 없이 몸하나를 밑천으로 노동하는 성노동자이자 가장 비천한 자영업자이겠지요. 저는 성매매를 근본적으로 반대하지만 현실적으로 없앨수 없다면(혹시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인간의 성욕을 너무 쉽게 보시는 겁니다.  전 국민이 이슬람으로 개종하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포주에 의한 일방적인 착취를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전직 경찰 출신의 보도방 오빠와 사이코 연쇄 살인마의 대결로 보이만 감독이 진짜로 대결 시키고 싶은 진짜 상대는 경찰과 검사로 대표되는 공권력이었을 겁니다. 내내 쓸데없는 삽질로 살릴 수있는 생명은 안중에도 없고 그 생명을 살리려고(의도야 어떻든) 애쓰는 사람은 어처구니없게도 포주가 되버립니다.  

추격자는 잘 만들어진 영화지만 영화로 끝날 수는 없을 겁니다. 영화를 보고나면 여러가지 의문들이 줄줄이 딸려나올 테니까요. 제일 먼저 나올 수 있는 반응이 사형제도겠지요. 대뜸 영화 댓글에 이 영화를 보고도 사형제 폐지 운운하는 인간들은 니가 먼저 죽어라 하는 것부터 보이더군요. 누구나 이런 사건들을 보고나면 그 일을 저지른 범인들은 인간으로 보이지도 않고 당연히 죽여야한다는 생각이 들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해충들은 아무리 박멸하려해도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 다는 거지요. 이런 일들을 저지르는 인간들을 만들어 내는 '구조'를 그대로 둔채로 형벌을 아무리 강화해도 별 소용이 없을 테니까요. 어쩌면 이런 구조들에 대해서는 전혀 손댈 수 없기 때문에 화풀이라도 사형을 시키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이유라면 사형제도가 있어야 겠지만 예방하는 데는 아무 소용없습니다.

또 두 명의 어린이가 살해되었습니다. 언론들은 경찰의 수사에 문제가 있었느니 예방책이 없느니 하고 떠들지만 우리사회에서는 아무리 애써봐도 이런 사건을 계속해서 벌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마을 공동체가 해체되고 모든 가치 앞에 돈이 최고의 전면으로 나서는 사회구조속에서 승자가 되지 못하면 로또외에는 돌파구가 없는 이들이 양산되는 이 시스템하에서는 어느 누구도 괴물이 되지 않을 거라고 자신할 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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