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포티 Capote (2005)

감독
베넷 밀러 Bennett Miller

주연
필립 시모어 호프먼....트루먼 카포티
Philip Seymour Hoffman....Truman Capote
캐서린 키너....넬 하퍼 리
Catherine Keener....Nelle Harper Lee
크리프턴 콜린즈 주니어....페리 에드워드 스미스
Clifton Collins Jr.....Perry Edward Smith
크리스 쿠퍼....앨빈 듀이
Chris Cooper....Alvin Dewey
브루스 그린우드....잭 던피
Bruce Greenwood....Jack Dunphy
밥 발라반....윌리엄 숀
Bob Balaban....William Shawn
데이빗 윌슨 반즈....그레이슨
David Wilson Barnes....Grayson
에이미 라이언....마리 듀이
Amy Ryan....Marie Dewey
마크 펠리그리노....리처드 유진 히콕
Mark Pellegrino....Richard Eugene Hickock
앨리 미켈슨....로라 키니
Allie Mickelson....Laura Kinney


1959년 캔자스의 작은 마을 홀컴에서  일가족 네명이 무참히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유력한 용의자로 페리 스미스와 리처드 히콕이라는 젊은이가 체포됩니다. 뉴욕의 사교계에서 화려한 언변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카포티는 뉴욕 타임즈 일면에서 기사를 읽고 이 사건을 배경으로 글을 쓰기로 결심을 합니다. 캔자스로 취재 여행을 떠나는데 조수로 따라가는 사람이 '넬 하퍼 리'로 앵무새 죽이기의 작가입니다. 이 대목에서 카포티가 게이라는 걸 눈치챘지요. 넬이 여자니까요.


넬 하퍼 리, 트루먼 카포티

의도는 어떻게 되었던 카포티는 범인들을 만나 취재를 시작하며 페리에게 빠져들게 됩니다. 잔혹한 살인범이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불행한 젊은이였던 거죠. 아무 배경이 없는 이들에게 변호사까지 대준 카포티 덕에 항소를 하며 몇년간 수명을 연장하였으나 결국 이들은 교수대로 보내지게 됩니다. 실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도 번역 출간된 '인 콜드 블러드'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을거고, 영화에서는 사건의 묘사보다는 카포티가 어떤 자세로 사건을 대하고 취재를 하며 어떻게 글을 써가는 지 자세히 묘사합니다.

감독의 뛰어난 점은 영화 전체의 흐름을 제어하는  능력입니다. 처음 크레딧에 작은 고딕체로 제목을 올리면서 아주 절제된 음악이 흐르고 다음과 같은 캔자스의 풍경을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영화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를 미리 보여주는 것이죠.




여기에다 필립 시모어 호프먼의 뛰어난 연기가 더해져 영화에 완전히 빠져들게 됩니다. 실제 카포티의 모습이나 목소리를 들어보지 못했지만 그가 연기하는 목소리는 상당히 특이합니다. 목소리만 들어도 카포티의 섬세하고 이지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허영심 많고 이기적인 그의 성격을 느낄수 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카포티라는 작가가 있는지도 몰랐고 그가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작가이고 그가 쓴 'In Cold Blood'가 최초의 팩션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저 좋은 영화라는 이야기만 듣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보는 내내 잠시도 눈을 뗄수 없었습니다. 항상 작가들에 대해 경외감을 가지고 있는 저로서는 그들의 은밀한 세계를 들여다보는 즐거움때문이었을 겁니다.


뉴욕의 사교계 파티 장면입니다. 카포티가 특유의 언변으로 좌중을 휘어잡고 유머를 구사하는 장면인데 맨날 술먹고 취해서 다음 날 뭔 이야기를 했는 기억을 잘 못하는 저로서는 저렇게 한번 친구들과 수다를 떨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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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 노블‘ 혹은 ’세계 최초의 팩션‘이라고 불리는 『인 콜드 블러드』는 저널리즘의 방법론과 소설의 작법을 동시에 적용한 작품으로 소설이자 저널이며 또한 르포르타주의 영역에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미국대학의 저널리즘 강좌에서 주요 교재로 사용되기도 하는 『인 콜드 블러드』는 사실에 머무르기 보다는 주관적인 관찰과 상세한 묘사를 주로 하는 새로운 보도 형태 즉, 신 저널리즘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되었다.

트루먼 카포티는 하나의 잔인한 범죄가 촉발하는 사회의 모든 파장을 하나하나 섬세히 재구성한다. 전 미국을 떠들썩케 한 선정적인 범죄는 선한 공동체를 조금씩 일그러뜨리고, 구성원은 조금씩 위선을 드러낸다. 사형을 기다리며 단식중인 범죄자에게 음식물을 떠먹여가면서까지 인터뷰한 카포티의 집요함은 평범한 시선으로는 닿을 수 없는 인간의 내면으로 독자를 인도한다. 이렇듯, 『인 콜드 블러드』는 소설과 비소설의 경계에 위치한 독특한 구성 외에도 세월을 초월하는 범죄 소설로서의 미덕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인 콜드 블러드』는 랜덤하우스가 선정한 ‘20세기 비소설 100선’ 중 96위에 선정된 바 있다. 칼 포퍼, 아놀드 토인비, 제임스 프레이저, 제임스 왓슨, 윈스턴 처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T.S 엘리어트 등이 장식하고 있는 이 리스트에 실제 범죄를 세심하게 재구성한 이 작품이 차지하는 자리는 무척이나 이채롭다. 출간된 지 40여 년이 지났지만 『인 콜드 블러드』의 광채는 여전히 휘황하다. 뭔가 큰 건을 터뜨리려 했던 트루먼 카포티의 야심과 천재성은 진지한 문학적 실험을 넘어서 인간 그리고 나아가 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은 작품으로 거듭나게 됐다. (인 콜드 블러드, 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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