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맨스 랜드 No Man's Land (2001)

감독
다니스 타노비치 Danis Tanovic

주연
브랑코 쥬릭....치키
Branko Djuric....Ciki
레네 비토라약....니노
Rene Bitorajac....Nino
필립 소바고바치....체라
Filip Sovagovic....Cera
조르주 시아티디....마르샹
Georges Siatidis....Marchand
세르쥬-앙리 발크....뒤브와
Serge-Henri Valcke....Dubois
사이먼 캘로우....소프트
Simon Callow....Soft
카트린 카틀리지....제인 리빙스턴
Katrin Cartlidge....Jane Livingstone










이 영화는 당혹스럽습니다. 분명히 DVD 표지에 "세계가 푹 빠진 웃음과 감동의 공동경비구역 - 아카데미, 깐드, 골든 글로브 - 영화계의 근랜드 슬램을 달성한 기적의 코미디"이라는 문구를 보고 전쟁터를 배경으로 한 코미디라고 생각했던 게 잘못이었습니다. 물론 인간이 벌이는 짓중에 전쟁만큼 황당한 코미디가 어디있겠습니까만.

보스니아-세르비아 전쟁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 데 제목인 'No Man's Land'는 대치중인 진영 사이에 놓여있는 누구의 땅도 아닌 곳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곳에 세르비아 군인과 보스니아 군인 둘이 고립됩니다. 심각한 문제는 폭발 충격으로 기절한 보스니아 군인 체라 밑에 부비트랩으로 지뢰를 설치해 놓는 바람에 일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세르비아군인이 보스니아군인의 몸 밑에 지뢰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양쪽 진영에서 해결할 수 없자 유엔에 연락을 하게 되고 유엔군과 냄새를 맡은 매스컴에서 현장에 출동하게 됩니다. 무사안일주의의 유엔군중에도 도움을 주기위해 언론을 움직이려하는 유엔군 중위 마르샹 같은 사람도 있지만 참호 안에 갖혀있는 사람들도 서로에게 적개심을 버리지 못하고 끝까지 서로에게 보복하려 합니다. 양측 병사들중에 그나마 제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지뢰를 깔고 있는 체라인데 그는 꼼짝도 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부상을 입고 정신을 차려보니 지뢰가 깔고 있고 이 와중이 똥이 마렵습니다. 정말 ㅈ같은 상황이지요.


세르비아군인 니노, 보스니아군인 치키
이 둘은 거의 친구가 될 수도 있었고 어쩌면 친구였을지도 모릅니다. 니노의 고향에 치키의 애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내전의 비극이 바로 이런데 있지요. 인간의 편을 가르고 전쟁을 일으키는 민족, 종교 이런 단어들의 용도는 한때 꼭 필요한 시절이 있었는 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용도 폐기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치노의 상황. 지뢰제거병이 출동했습니다.
지뢰제거병은 일생에 한번 실수한다는 농담을 주고 받지만 정말 황당한 직종인건 사실입니다. 누가 이런 일을 선택하는지 궁금하지요. 잉글리쉬페이션트의 인도출신 병사가 떠오르네요.


영화를 보고 나서 보스니아-세르비아 전쟁에 대해서 검색해 봤습니다. 끔찍한 일이지만 남의 일이니 얼마나 쉽게 잊혀지는 게 인간세상의 일이니 거의 기억나는 게 없더군요. 지만 바로 이런 기억력 때문에 아무리 역사를 공부해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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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는 그리스정교,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는 가톨릭, 보스니아는 회교도와 그리스정교다. 종족도 다르고 따라서 문화와 정서도 다르다. 사는 수준도 다르다. 이런 이질적인 요소를 지닌 나라들이 2차대전 이후 40년 넘게 유고연방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묶일 수 있었던 것은 티토의 강한 정치적 구심력 때문이었다. 80년대 초 그의 죽음 이후 그만한 정치력을 보인 정치지도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유고연방은 내부 갈등을 보였고, 80년대말 동베를린 장벽 붕괴와 소비에트연방 해체는 연방 해체의 결정적인 촉매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티토가 90년대 초까지 살아서 응집력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그런 가설적인 물음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의 정치력과 티토의 그것이 너무나 대조적인 면모를 보이기 때문에 나온다. 밀로셰비치는 세르비아민족주의를 자극해 자신의 집권에 이용했다. 코소보의 자치권을 박탈하고 급기야는 인종청소를 하려 들었다. 유고연방에서 슬로베니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90년대 전반기에 하나둘씩 떨어져 나간 것은 바로 “밀로셰비치의 세르비아민족주의에 경계심을 느낀 때문”이라는 게 발칸 지식인들의 일반적인 풀이다.
(출전 : 한계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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